과거, 나와의 화해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길거리에 남아있는 펫샵을 보면 난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둥이 네가 자꾸 생각나서 말이야.
너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 네모난 아크릴판의 세계에 갇혀 우리 가족을 기다린걸까?
돌아보면 기본적인 지식 없이 무책임한 사랑이 널 더 힘들게 한 건 아닐까 매번 후회해.
펫샵이 뭐하는 곳인지도 잘 몰랐고, 네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그곳에 오게 된건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게 그 때의 나였거든.
먹는 걸 아주 좋아했는데 널 분양했던 곳에서는 하루에 말도 안 되는 사료양을 지급하라고 했고,
난 그게 네가 떠나고 나서야 초반에 네 몸뚱이를 크게 불리지 않기 위한 얕은 수작이었다는 걸 알았어.
이유를 알 수 없는 설사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너는 정말 먹을 것을 좋아했는데.
간식도 아닌 사료를 주면서 왜 그렇게 짜게 줬을지.
그때만 생각하면 엄마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요새도 말한다. 물론 나도 그래.
둥이야. 함께 있던 한 달의 시간 동안 집에 있던 시간보다 병원에 있던 시간이 길었지.
나는 그 병원을 동네에서 지나다니게 될 때마다 눈도 안 마주쳐.
그때 일 때문에 한창 바빴던 나 대신 엄마와 네가 거기서 받았던 상처들이 떠오르기 때문이야.
대체 무엇 때문에 네가 계속 설사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입원만 시키라던 사람들.
애타는 보호자들이 눈물흘릴 때 안에서 깔깔대던 병원 사람들의 웃음소리.
보고 싶어서 찾아간 엄마에게 나왔던 너의 마지막 모습.
링겔이 제대로 흡수 되지 않아, 물이 뚝뚝 떨어지던 1키로도 되지 않던 작은 너의 몸.
보지 않았지만 보이고 듣지 않았지만 들려서 너무 괴롭다.
이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어. 그런 생각만 하면 아직도 목이 메여서.
엄마는 네가 떠나고 나서 한동안 절을 다녔단다.
다음 생엔 꼭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그래서 사랑받는 삶을 살으라고 기도했대.
짧은 시간 동안 둥이 네가 나에게 주고 간 건 너무 많더라.
펫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반려동물 나아가 동물에 대한 사랑 등등...
근데 우리가 너에게 주었던 사랑들은 너무 부족한 거 같아서 그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너를 끝까지 집에서 돌보고 네가 먹고 싶어하는 것들을 모두 줄거야.
밥을 먹을 때 앞쪽으로 쏠리던 몸 때문에 파득거리던 너의 뒷다리도,
집에서 직접 만든 콩 주머니로 노느라 바람에 흩날리던 작은 휴지조각 같던 너의 귀도,
크지 못해 아직 분홍색으로 물들여있던 너의 발바닥까지.
살아있다면 그 모든 것들이 최대한 우리 곁에서 끝까지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줄거야.
올해 살아있다면 여덟번째 생일을 맞았을 둥아.
너의 몫까지 지금 우리 집의 반려견 앵두 그리고 나아가 모든 동물들에게 잘해주려고 해.
건강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게 있을 거라고 믿고
나도 마음 아프지 않게 너를 그리워하고 아름답게 너를 추억할게.
보물같은 시간들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좀 이따 곧 만나자! 둥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