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스타를 했다.
[태도에 관하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임경선 작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녀가 개그맨 김영철과 예전에 나눈 대화를 올린 글을 봤다.
https://www.instagram.com/p/CCI3MOOJ315/?igshid=d8yqlmli2dw4
사실 좀 무서운 순간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일, 소중한 직업의 세계에서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순간, 그래서 나를 찾지 않는 순간’은.
절대 못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서운 순간인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내가 원하던, 내가 죽도록 원하던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다고 해도 모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비록 그렇게 느껴질 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저 글을 보는데 그가 그 순간을 상상해본 적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목받고 애정을 받을 수 있던 무대에 설 수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구나. 비록 <아는 형님>에서 안 웃긴다고, 비중 없다고 놀림받지만 그조차도 그의 역할이며 콘셉트이고 그는 그걸 서운해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되게 담담한 그의 표현에 놀랐다. 놀랐다기보다, 잔잔한 감동이라고 해야 하나.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세계가 나를 원하지 않아서 그곳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해야 할 때, 그건 부끄럽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삶의 태도. 설령 그를 찾는 밤무대조차 없다 해도 그는 자신을 찾아줄 또 다른 무대를,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든 찾아냈을 것이다.
그 태도가 오히려 바람 잘 날 없는 방송의 세계에서 여전히 인정받게 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