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비효율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효율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모두의 삶이 다 같지는 않지만 대부분 비슷한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맞고 틀린 건 없지만 확실히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비효율보다는 효율적인 측면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기다려주는 삶, 누구나 더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빠르게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적으로 요약본을 찾는다면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건 삶을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난 이런 말들을 자주 했다.
"그래서 결론이 뭐지?"
"요약된 게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효율적으로 알고 싶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으려는태도였다. 이렇게 알게 된 정보는 빠르게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고 필요할 때 들춰보면 된다는 생각에 정보와 그 시간을 애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체득이란,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익히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보나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의 과정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책을 예시로 책 안의 내용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들이 많이 나와있다. 한 줄로 요약된 문장으로만 쭉 읽는다면 그것들이 내 안에 남아 있을까?
전혀 아니다. 외우려고 노력하고 나의 어떤 상황과 엮지 않는 이상 기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읽었던 책들은 지금도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몇 개 없다.
하지만 평소보다 꼼꼼하고 천천히 읽고 난 후 기억 속에 남아있던 생각을 문장글로 정리해 놓은 건 대부분 기억에 남았다. 그 문장과 생각은 내 안에 체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살다 보면 결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무언가를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한 기억.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난 그런 행동과 과정이야말로 완전하게 체득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식물 키우는 걸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이유를 생각하진 않았다. 지나와서 생각되는 건 '잘 키우고 싶다'였던 것 같다.
그냥 좋아서, 그리고 알고 싶어서 누가 시키지도 권유하지도 않은 레몬 씨앗을 애지중지 키웠다.
발화하는 과정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법부터 단순한행동과 기다림의 가치까지 모두 체득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에게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그저 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속까지 체득하기 위한 시간과 비효율적인 관심 그리고 애정섞인 향유가 필요하진 않을까.
매 순간을 그랗게 살진 못해도 요약된 대본을 받는 삶을 살진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