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렵니다.
퇴사하면 인생이 망할거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력서에 몇줄
끄적일 수 있는 경력은
내실이 없었고
더불어 스펙도
화려하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그랬던 내가, 퇴사를 했다.
것도 아주 당당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피터팬 같은 소리를 하면서.
이 이야기는 28세 백수 여자의 인생 반항 스토리다.
블로그에 글 쓰는 일을 했다.
굉장히 합법적인 일이었고,
나름 인하우스 마케터라
자부심도 있었다.
내 회사의 물건을 판다는
자부심.
근데 착각이었다.
그건 대표님 회사였지
내 회사가 아니었다.
아무튼, 열심히 했다.
솔직히 글 실력도 늘었고,
사업적 관점도 배워서
감사하긴 하지만..
보다 다양한 역량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왜 이 일을 하는지
or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성찰이 0인 채로
오직 '돈'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래, 그때 회사를 그만뒀어야 했다.
못 그만뒀다. 돈이 없었다.
간만에 안정적으로
찾은 직장인데
그만 둘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아득했다.
거의 한 달 정도 고민했던 거 같다.
주말에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센치한 생각 여행
(그리고 인스타그램 업로드는 필수)
도 해보고,
책도 읽고,
인생 마인드맵도
그려가면서 지냈다.
그러다 문득, 내 나이 28이 상당히 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했다.
대학생 땐
"나 벌써 24살이야
나이 너무 많아 ㅠㅠ
대학 졸업해야돼."
생각 했었고
"벌써 20대 후반이라니ㅠ"
하며 걱정했는데
이상하게 그날 따라
"와 아직도 20대다.
너무 젊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질문해봤지만
평생을 시키는대로
살아온 나였기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했었고...
책은 수능에 도움이 안된다고 하신
담임 선생님의 말대로
책도 안 읽었다.
하고 싶은 건 대학가면 다 해라는
어른들의 말만 믿고,
꾹 참고 공부만 했다.
그렇게 경희대학교라는
명문대학교에 갔지만,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제는 취업을 하기 위해
학점을 따라고 했다. (???)
하고 싶은 건,
취업 하고 하라고 했다. (???)
결국 연극영화학과로 전과를 했다.
하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였다.
연기는 즐거웠고,
무엇보다
나를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다.
그때 알았다.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교감하는 일을 원한다는 것을.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연극영화학과는 군기가
상당했다는 점이었다.
주변에 고민 상담을 했더니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했다.
그래, 그때 자퇴를 했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뭘 '해서'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뭘 '안해서'
후회한적은 미치도록 많았다.
이 정도면 내 직감을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으로 타인의 말을
무시해보기로 했다.
퇴사를 결심한 것이다.
주변사람들은
역시나 이렇게 말했다.
"다 그렇게 참고 사는거야.
그래도 회사는 다녀야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철이 없구나."
그래, 이번만큼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왜 남들과 다르게 살면 안되지?"
의문이 가득 차올라
억누를 수 없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
좋아하는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딱! 말하긴 어렵다.
평생을 수동적으로 살아오다보니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우선은, 직감이 따르는대로
원하는 회사에 지원을 하면서
차근차근 알아볼 계획이다.
추가로 30만원 짜리
마이크도 샀는데 (손떨려..)
유튜버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고,
사실은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일에 대한 성찰도 없이
관성적으로 계속 일했다면
그 회사에도 - 나에게도 손해였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분석을 진행한 뒤,
윈-윈 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는 것이
앞으로 가야할 길로 보인다.
연봉이나 거리를 우선적으로
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 방향, 핵심 키워드를 고려해서
'팀'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소중히 찾아보고 싶다.
... 게다가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남 탓은 무의미하다는 걸.
나를 불행하게 만든 건
사회도 아니었고 어른들도 아니었고
다름 아닌 나였다.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못한 과거의 나.
좀 더 빨리 깨닫지 못한 과거의 나.
두려움의 소리만 들으며
살아가던 과거의 나.
다시 관성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쉬는 법, 일하는 법, 노는 법,
루틴을 유지하는 법부터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
예측할 수 없어서 두렵지만,
예측할 수 없어서 설렌다.
인생 첫 반항 발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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