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새벽 5시,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난다. 나는 눈을 뜨지는 않았지만, 소리만으로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이내 다시 잠이 든다. 새벽 6시쯤 되면 남편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있는 나에게 출근인사 겸 모닝키스를 한다.
"자기, 나 출근할게"
"응, 자기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나는 침대에 누워서 남편에게 하트 뿅 뿅의 인사를 날리고 다시 잠이 든다. 처음 몇 번은 나도 일어나서 남편을 배웅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임신하고 몸이 무거워진 뒤로는 힘들어서 계속 침대에서 남편을 배웅해주고 있다.
그렇게 남편은 출근을 하고, 간밤에 불면증으로 인해 잠을 설친 나는 8:30쯤 되면 느지막이 일어나 유산균을 먹고 아침식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 밀려있던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쓰레기 등을 정리하고, 출산준비로 필요한 이것저것들을 챙기고 또 뭐 자잘 자잘한 것들을 하다 보면 그 새 또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버린다.
오늘 점심은 어제 끓여놓았던 된장국과, 계란 프라이 두 개 올린 김치볶음밥. TV에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또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밥 먹으면서 보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 계속 시청하다 보면 또 2시간이 훌쩍 넘는다. 그렇게 TV를 보고 나서 설거지를 한 후 오후에는 도서관을 가거나, 간단한 산책을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곧 남편 퇴근할 시간에 맞춰 저녁거리를 준비한다.
남편이 퇴근하고 나면 함께 저녁을 먹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나눈다.
그러고 나서 같이 TV를 보며 쉬거나, 가끔 함께 아이스크림도 살 겸 산책을 나가곤 한다. 그리고 잠잘 시간이 되면 씻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각자의 시간을 갖고 나서 잠이 든다.
이게 요즘 나의 하루 일과다.
결혼하고, 또 임신하고 나서 180도 달라진 나의 일과.
나는 늘 성과를 추구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이 살아왔다. 꿈을 위해 열심히 전진해야 한다고 배워왔던 터라, 늘 불안정한 마음속에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나를 들들 볶고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결혼하고 임신하고 나서 처음으로 어떤 압박감도 없이 쉬게 되는 날을 맞이했다.
처음에 임신으로 인해 회사를 쉬게 되었을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되었다. 그래서 직장을 쉬면서도 어떠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음악 유튜브도 하고, 곡도 만들어보고 이것저것 하려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그 마음도 금방 시들어버렸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몸이 내 맘대로 안돼서 인지, 그동안 쌓아온 실패 경험 때문에 어차피 해도 안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 이젠 진짜 그냥 좀 쉬면서 내 인생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냥 오롯이 이 시간을 즐기자. 어차피 인생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