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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Apr 02. 2024

타임머신

만약에 당신이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투자를 잘할 수 있었을까?

집값이 너무 올라서 어떤 투자도 할 수 없다.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투자를 해도 손해를 볼 것 같은데 언제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까?

빨리 그런 날이 오면 나는 당장 투자를 시작할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아니다.

과거로만 돌아간다면 그때  진짜 투자를 잘 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면 누구나 이런 푸념, 한탄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 같다.

만약 당신에게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특정 과거로 돌아가 투자를 잘할 수 있었을까?

나도 가끔은 이런 상상을 많이 한다.

시세를 조사하다 보면 몇 년 전만 해도 가격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올랐다고 깜짝깜짝 놀란다. 아~~, 그때 샀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은 무엇을 해도 안되는 시기야. 그렇게 좋은 날은 이제 없을 거야?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어.

과거 내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고 초보 시절에 생각했던 것들이다.


나는 리먼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투자하려고 했을 때 이미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올라 있었다. 나보다 몇 년 앞서 시작한 선배들은 한참 부동산이 피크를 만나 축제의 샴페인을 마셨고 나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나한테도 저 선배들처럼 멋지게 샴페인을 마실 날이 올까?


지금 시작하기에 부동산은 너무 올라 있었고, 내 수중에 돈은 없었다.

그래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임장을 다닌다. 수십 차례의 경매 패찰 끝에 낙찰을 받는다. 하지만 오히려 시세는 낙찰가보다 더 떨어진다. 나는 역시 안되는구나. 그럼 그렇지.

스스로 한탄을 한다. 아~ 시작을 잘 못 선택했어. 지금 하기에는 여건이 너무 안 좋아. 그리고 투자금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조금만 투자를 일찍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날들로 투덜대면서 지낸 시간들이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추천해 준 투자 고수의 책을 읽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흙 수저가 강남에 아파트를 사고, 송파에 건물을 사고 수도권에 원룸 건물을 지었다는 내용의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나는 당장 이 사람의 강의가 있는지를 보게 된다. 아쉽게도 강의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모가 있었다.  그리고 그분과 맥주를 한 잔을 하게 되었다.


키는 아주 작으신 분이었는데 뭔지 모를 아우라가 풍겼다.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주어 나처럼 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겠지요. 열망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다 부자가 될 것입니다.

마치 맥줏집에서 연설가처럼 힘 있게 이야기를 한다.


당시 나는 반반이었다. 과연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저분은 그래도 뭔가가 있었겠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돈이 조금이라고 있거나 아니면 특별한 노하우가 있겠지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함께 모임에 참석한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이제는 부동산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가 끝난 것 같은데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어서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부동산 투자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지 우리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부동산 투자를 하기에는 거금이 들어가는데 솔직히 그런 돈이 어디 있나요.

혹시 저희들을 상대로 공투나, 강의를 하려고 이렇게 모임을 하는 것 아니에요?

술이 한잔 된 그분이 굉장히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거하게 취한 그분의 푸념을 듣고만 있던 그 고수는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부동산 투자는 상승장에 투자를 시작하면 반드시 망해요.

왜냐하면 상승장에는 뭘 투자해도 오르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가 마치 투자의 고수인 것처럼 착각을 하지요.

그리고 무리하게 투자를 확장하지요. 그렇다가 하락장을 만나게 되면 물리게 되고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수순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반대로 하락장에 시작하면 어떨까요?

해도 안되는 시장이에요. 뭘 사도 계속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럼 언제 투자를 시작해야 할까요?

투자의 시기는 없습니다. 하락장이나 상승장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시장에 있어야 합니다.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 올해 장마나 태풍이 무서워 씨앗을 뿌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냥 환경에 상관없이 하는 거예요

하다 보면 그 수많은 씨앗 중에 어떤 것은 죽겠지요.

가뭄에 말라죽을 수도 있고 장마에 떠내려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힘든 시기를 버티면서 살아남는 것이 있겠지요.

농부는 그것을 바라보고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사면 더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투자를 안 하실 건가요?

기다리면 좋은 장을 만나서 정확히 타이밍에 맞추어 할 수 있을까요?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인간은 수많은 노력을 하고 담담히 신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라고 항상 성공할까요?

저도 실패한 투자가 너무 많아요.

지방에 나 홀로 아파트 경매로 받아서 실패를 했고, 토지 투자로 돈이 묶인 적도 있고 이런 실패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까 조금씩 옥석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실패 확률이 줄어든 것입니다.

초보 시절에 실패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실패가 무서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현재 당신의 위치는 절대로 바뀌지 않아요.

처음 시작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오히려 상승장에 시작해서 첫 성공의 달콤함에 취해 더 큰 투자로 확장하다 망하는 것보다는 이 힘든 시장에 내실을 다지며 힘들게 버티는 것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어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그 기회를 볼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지금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 기회를 볼 줄 아는 안목이 갖춰져있지 않은 거예요.

더 많이 경험하면서, 실패하고, 실패하다 보면, 안목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경험한 과거만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잘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의미 없는 생각들을 하게 되지요.


지금 부동산이 떨어지고 있으면 기회입니다.

돈이 없나요? 그럼 못 사나요? 글쎄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것은 아닌가요?

부동산은 주기가 있어요. 지금이 하락기이면 하락기에 맞는 투자를 하면 되는 것이고 상승장이면 상승장에 맞는 투자를 하면 됩니다. 다만 보는 안목이 있어야 돼요. 아무거나 사면 안돼요. 나처럼 말이죠. 저도 과거 상승장에 수도권 변방, 지방까지 투자를 하고 깨닫게 되었지요.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장을 만난 것뿐이라고요. 매입 후 하락장을 만나고 저는 뼈아프게 경험을 했지요.


타임머신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그것보다는 지금 나에게 투자를 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가를 고민해 보세요.

이야기를 마치자 그분은 마시던 맥주를 테이블에 둔 채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때 나도 나를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안목이 있는가?

여전히 돈이 없다는 핑계로, 환경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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