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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을하 Dec 25. 2019

이따금

울음을 지었다

[ 함께 들으면 좋을 곡 : 그런 사랑(The Nucles) ]






    소중한 것들이 생겨날 때면 이따금씩 울음 짓곤 했다. 언젠가 잃게 될 그 순간을 겪어 내기가 너무도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좀처럼 소중하다고 정의 짓길 두려워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마음일 것이다. 사실 소중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몇 번이나 마음에서 잃곤 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가정 사실을 두고 뜬 눈으로 새벽을 배웅하며, 아침을 맞이하곤 하는 것이었다. 정작 그 누구도 모를 나 혼자만의 상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랬다. 점점 소중해지는 이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잃을 걱정을 했다.




    그렇게 생각으로 여러 번 잃으며 울었고 그리고 깨어난 아침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이들을 보며 또다시 울었다. 어제의 울음은 불안이었지만 깨어난 오늘의 울음은 감사이자 다행이었다. 그렇게 하루에도 참 여러 세상을 다녀오곤 했다.




    한번 생각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내리곤 하는 내가 참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나라서 좋다. 그 무엇도 최악보단 나았기 때문이려나. 여러 밤 동안 생각 속에서 소중한 이들이 등을 돌렸고 이에 무너지듯 슬퍼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기를 멈출 수 없었다. 언젠가 그 상상이 현실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결코 가시지 않는 슬픔은 사랑한 후회가 아니라 더 사랑하지 못한 후회라는 것을. 이 인연들의 끝이 어디까지 일지 나로선 감히 다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사랑들과 함께 함에 있어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를, 느리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향해 비추이는 빛만큼은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 설령 언젠가 그 멀어짐을 마주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 끝에서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을 울 지라도,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그럼에도 다시 걷는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한다.



    여전히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사실에 자주 몸을 움츠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두 팔 벌려 찰나를 끌어안는 건 너무나 사랑해서 일 것이다. 깊게 사랑한 나날이 지워지지 않는 슬픔으로 남게 될 지라도, 그 울음조차 그 자체로 값진 사랑임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놓고 싶지 않을 때면 두 손을 마주 잡고 또 기도한다. 언젠가 소중한 이들이 제게서 멀어지더라도, 그 관계들을 그곳까지만 허락하신다 하시면 이 또한 믿음으로 순종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만큼은 평생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영원이신 주님을 따라, 끝을 걱정하기보다 온 마음을 다해 그저 사랑하는 데에 힘쓰고 싶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제게서 지켜주시라고. 모든 소유를 주님께 드리고 저는 그저 제 마음에 들어온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그들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사랑할 힘을 그리고 기도할 힘을 부어주세요 라고. 그렇게 한없이 부족한 나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모든 힘을 더해주시는 성령을 따라 걷고 또 이 모든 걸 감사로 올려드리는 것이다. 작게나마 읊조린 한 문장이 그 밤 가운데에 함께의 위로가 되어줄 수 있길, 그렇게 나마 내가 받은 그 고마움들에 보답하며 나아가는 삶이 되길 바라며.  그렇게 고맙고 또 감사하며, 아멘.




    기다린 걸음이 지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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