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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Oct 16. 2020

<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

판타지 문학의 색다름

최애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꼭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가가 있다. <드래곤 라자>와 <피를 마시는 새>, <눈물을 마시는 새>의 저자 이영도 작가는 우리나라의 판타지 문학 1세대라고 할 만한데, 그의 작품은 찍어내듯 나온다고 말하는 양판소와 다르게 문학적인 완성도와 고찰해야 할 주제의식이 분명하다.


특히 그가 서술하는 방식은 판타지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문학적으로 깊은 조예가 있지 않더라도 쉽게 읽힌다는데 큰 장점이 있다. 적절한 비유와 표현은 독자가 충분히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읽다 보면 탄력을 받아 순식간에 소설의 마침표를 찍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늘 이영도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밤새 읽으며 며칠 안 되어 독파했고, 그의 작품을 생각하며 스스로 정리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신작이 나오기만을 기대하다가 드디어 올해 이영도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그의 신작 <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가 나온 지 몇 달이 되었으나 뒤늦게 책을 알게 되었고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마침내 읽을 수 있었다.


<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는 지구의 아포칼립스 세계이자 판타지의 종족들이 나오는 판타지적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주인공 시하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소설은 아헨라이즈라는 용이 지키는 동물원(사람이 사는 곳이다)과 인류의 재건을 꿈꾸는 마트(mart) 그리고 환상종 간다르바와 캇파가 등장한다.


판타지 소설을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초반부터 읽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낄 것이다. 갑작스레 뛰쳐나와 쥐덫에 잡힌 데르긴과 시하의 대화는 그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어떠한 민담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그 대화가 굉장히 이질적이다. 그런 이질적인 대화는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계속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조금만 집중해서 읽으면 작품 내에서 그들의 설정을 다 이해할 수 있는데, 용 아헨라이즈가 동물원 사람들과 거래를 하는 방법과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을 본다면 용의 설정이 어떤지 이해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소설을 보다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다만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전작들을 보면 소설 권 수가 많아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 때문인지 상황의 묘사나 대화의 상징성과 같은 요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표현된다. 하지만 <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는 단권으로 끝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세계관을 좀 더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소설 내에서 직접적으로 세계관을 설명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보인다. 첫째는 반경 250km 내에는 요정이 직접 가꾸어도 식물이 자라나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것과 둘째는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에는 환상종이 출현한다는 것 정도다. 즉, 인류는 인류의 존속이 어려운 세계에서 살아가며 간다르바 하늘 비늘의 말처럼 인류는 간다르바 보다 조금 늦게 멸망할 뿐인 세계다.


대부분의 내용이 무척 환상적이고 뜬 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만 소설 뒤편에 삽입된 작품 해설에서 “이 소설의 의의는 우리가 익숙하게 즐기는 환상 그 자체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해보고자 제언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 하였다(P.236 작품 해설)”라고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이 환상 그 자체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고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글을 쓴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이영도 작가의 오랜만의 신작이기도 하거니와 판타지 장르에서 색다른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는 것과 여전했던 작가의 위트와 문체가 무척 반가웠다.


판타지 장르가 문학에서는 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판타지 역시 문학적 가치가 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양판소가 주류를 이루는 근래의 판타지 장르에서 이영도 작가의 신작이 나온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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