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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rce Feb 01. 2021

내가 꾸린 일상을 찾는 중

어제 산책 다녀오는 길에 사온 베이글에 아보카도를 얹어 먹으려다 양플 넣고 싶어서 냉장고에서 꺼냈다. 지퍼락에 담긴 야채들이 낯설다. 회사에 다닐 동안에는 에너지가 없어서 요리는 거의 하지 못했고 가끔 하고 싶은 요리가 있어 주말에 해보려면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으니 뭘 다 사고 시작해ᄋ 한다. 그렇게 한번 하고 남은 양파, 레몬, 식빵, 시나몬가루, 정향 등의 각종 식재료와 향신료들은 한번 하고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썩어서 버려졌다. 제때 버린 적은 다. 냉장고 안에서 물이 되거나 곰팡이가 핀 채로 한참을 지나서 참지 못한 누군가가 버릴때까지 그 자리에 있다. 최근 몇달간 인생에서 처음으로 야채가 치즈가 과일이 커피원두가 거의 한번도 버려지지 않은 채로 그 쓰임을 다하고 계속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대부분 냉장고나 팬트리에서 재료를 꺼내면 된다. 마쓰다 미리의 주인공들처럼 매일 해가 질무렵 그 날 저녁 혹은 다음날 아침 먹을 것을 사러 동네 마트나 커피할아버지집, 빵집에 간다. 회사에 다닐때도 숨가쁘게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아니다 했나. 홈런이를 낳고 기약없이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는 무언가 임시적이고 불완전하다는 생각은 했던것 같다. 혼자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홈런이를 보고. 하루라도 삐걱하면 안되는 날들이(당시에는 그런 인지 조차 없었고 그냥 하루하루 살았다) 삼년 정도 되니까. 출근 신이 6시 35분 퇴근이 밤 8-9시였으니까 홈런이는 주중에 시가에 있었고 어린이집 준비물 같은건 보통 주양육자인 어머님이 챙기셨다. 그렇지만 그레이 에리어 같은 것이 생겨 아이가 보살핌을 못 받은 적이 꽤 있을 것 같다. 어느날은 회사에서 정신 없을때 아이가 잘 따라가는 것 같아(무엇을) 반을 일년 올리겟다는 전화를 받았고 아 그런가? 무슨 뜻이지? 하고 지나가는 와중에 2살 아이는 3살 반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때도 뭐 그런가보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선 어린이집에서 자기 나이보다 1년 빠른 반에서 생활을 했었다. 또.. 아이가 오빠인 조카들이 쓰던 터닝메카드 그림도 다 지워진 포크 셋트를 들고 다녔었고(내가 일본에 데려올때까지 몰랐다) 낮잠이불 같은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어머님이 원에 있다고 하셔서(둘다 무심) 그런가보다 했엇다가 1년즘 지났을때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홈런이가 다른 아이들이 덮는 공주 이불을 덮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다른 아이들은 각자 준비한 이불이 있었고 홈런이만 원에 비상으로 준비된 이불을 덮고 있었던것 등. 사실 그 당시에는 잠깐 어쩌지! 했지만 내가 데리고 살수도 없고 매일 닥친 숙제들을 해결하느라 그것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 다른 부모들은 그걸 제일 먼저 챙겼을지 모르고 핑계일지 모르지만 그게 내 최선이었다. 그냥 하루하루 살았다.. 그 속에서 불행햇던건 절대 아니었고 오히려 즐거운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 홈런이가 유치원엘 처음 갔고, 지난 주에 남편과 준비물을 함께 챙기면서 오시보리, 우와바키 같은 것이 무엇인가 알아보며 처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기분(?)을 느껴보았다. 회사보다 아이가 더 중요해 이런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아 회사보다 아이는 중요하겟지만) 내 일상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느낌. 이제 내 일을 찾아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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