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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신

나는 신을 믿는다

by 소윤

나는 무신론자가 아니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대학생 때, 엄마가 내게 "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너를 저주한다. 네가 늘 못되기만을 빈다."고 말한 적 있다. 엄마는 무척 격앙된 상태에서 내뱉었고 뒤돌아 그 말을 잊었겠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옷을 입었는지, 머리는 어떻게 묶고 있었는지. 그날의 공기까지도. 전부 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 마음속에 신이 없었는데,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마음속에 신이 강하게, 아주 강하게 새겨졌다.


어떤 말은 귀를 통해 전해져 그 사람의 몸 안에 남아 그 사람의 뼈나 피나 장기 같은 일부가 된다. 그 말은 아마도 내 뼈가 되었을 것이다. 나쁜 말은 의외로 단단해서 나는 뼈 한 번 안 부러지고 잘 자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때부터 뼈가 부러져서는 안 됐다. 뼈를 부러트리는 신의 불행과 저주로부터 나를 필사적으로 지켰어야 했으니까.


내게 불행과 불안, 곤경이 닥칠수록 신의 존재는 더욱 커졌다. 신은 내게 불행을 내리는 존재였고, 비바람과 폭우를 몰고 오는 악신이었다. 그 악신으로부터 오늘치의 쌀 한 줌과 같은 평화를 지키는 것이 나의 종교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절대로 뼈가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코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 종교니까. 다치지 않고, 불행하지 않고, 내가 나 스스로 오늘치의 평화를 지키면서 사는 게 나의 신앙이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잘 모른다는 것만을 잘 아는 내가 믿는 유일한 것이니까.


그리고 조금의 여력이 된다면, 이제는 이틀치, 삼일치의 평화를 모아서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신을 믿지 않든, 선한 신을 믿든, 내면의 수련을 통해 해탈하는 것을 믿든, 상관 없다. 나는 다만 나의 평화를 선물처럼 주고 싶다. 이것을 내가 10년 간 어떻게 지켜냈는지, 뼈 한 번 안 부러지고 어떻게 살아냈는지 내 삶의 증명으로서 당신에게 건네주고 싶다.


나는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신앙이니까.


당신들의 평화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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