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감정은 중독성이 강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존 전략에 유리하다. 불안을 느끼면 위험한 적 혹은 상황에서 피할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분노 역시 위협을 느낄 때 자기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공격성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된다. 인간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쉽고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발달했다. 앞서 말했듯, 부정적인 감정은 모쪼록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항상 부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살아남는 것에 유리하다고 해서 그게 내 삶을 풍요롭게 유지하는 것에 전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에 위협을 느낄 일이 적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와중에 과도한 스트레스적 상황을 일부러 되새김질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단언컨대 감정은 중독이 된다. 특히 우울함으로 구체화되는 부정적인 감정은 중독성이 강하다. 만성적으로 우울과 분노를 느끼다 보면 뇌가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감정에 한계가 생긴다. 그것이 점차 익숙해지다보면, 보편적인 '나의 감정 상태'가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으면 평균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 되어 되려 어색해지는 것이다. 행복하다거나 즐거운 상태가 되면 죄책감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치료를 해도 말짱 도루묵일 것이다. 쉽게 말해 다이어트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요요 현상을 떠올리면 되겠다. 괜찮아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내가 제일 익숙한 지점으로. 성실하게 치료를 받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작스레 상담을 중단하고 단약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은 이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가. 우울을 치료할 때 일기 쓰기가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우울에 중독될대로 중독되어 버린 사람들은 일기를 쓰는 행위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흰 종이에 일부러 펜을 꾹꾹 눌러가며 우울을 쏟아 채워내는 것이 스트레스적 상황을 되려 뇌리에 각인하는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신생리학 박사 바버라 프레드릭슨은 하나의 부정을 상쇄하려면 3배의 긍정이 필요하다는,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을 수학적으로 밝혀낸 연구를 발표했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을지 알아내지 못한다. 특히 자신이 느끼고 있는 우울함의 3배나 되는 즐거움을 찾아내야 한다니? 이론적으로만 생각해보아도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보다 직접적이고 일시적인 효과가 좋은 자극을 찾는다. 우울이 또다른 중독, 예를 들면 마약, 게임, 도박 등 돌이키기 힘든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