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렁 속에서
완벽하게 얽혔다. 받아들여야겠다. 지금껏 끊임없이 생각했으나 그 시간이 무색하게도 결론은 하나였다. 달리 타개책이 없다는 게 참 유감이다.
나는 언젠가 내가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굳이 대비를 세우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각오가 되어있었다는 뜻이다. 모든 걸 직접 해봐야 하는 나로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핑계로 보일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이 수렁에 깊이 빠지는 것 뿐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빠져나오게 된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그동안의 기억을 지침 삼는다면, 그 무엇도 금세 변화하리라 여기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생각은 저 멀리 던져두고, 도망칠 각오도 세우지 말고, 흘러가는대로 의식을 맡기는 것이다. 결단코 그 무엇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발버둥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