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11
월미 건어물의 해달 부부가 이탈리아 피렌체 한 달 살기에서 돌아온 주말이었다. 월미도 바다에 있는 정거장 바위 인근에서 해달 부부와 d래곤이 한참 수영 중이었는데, d래곤은 연신 가쁜 숨을 쉬면서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말했다.
"어푸어푸.. 사.. 사장님, 이....이렇게 하는 건가요?"
"힘을 빼라니까. 날개를 펴지 말고, 물속에서 날개를 펴면 수영 못 해. 날개는 ‘착’ 접어서 옆구리에 밀착시켜야 해. 날개를 펼수록 물속에서는 움직이기가 더 힘들어. 가만히 있으면서 발은 땅을 달리는 것처럼 물속에서 휘저어봐."
"어푸어푸.. 사.. 사장님, 오.. 오늘은 안 되겠어요. 물 안에만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날개를 펴게 되는데, 습관 같은 거라서.."
"아이고, 괜찮아. 우리 안 도와줘도 된다니까 그러네."
"어푸어푸, 제가 건어물을 다 판 바람에 창고에 물건이 없잖아요. 제가 열심히 수영 배워서 사장님 도와 드려야지요. 어푸어푸.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열심히 미역과 김 채취해서 창고에 가득 넣을게요. 어푸어푸. 제가 땅에서는 잘 달릴 수 있는데 바다에서는 이상하게 다리도 잘 안 움직여져요. 어푸어푸."
"웨매. 우리 막둥이 숨 넘어가게 생겼네. 오늘은 그만하고 갈까?"
"어푸어푸, 마.. 막둥이요? 그게 뭐에요?"
"우리 막내아들이지."
"마...막내아들이요? 제가요?"
"그럼 우리 귀여운 막내지. 가만히 보니 예전에 우리 애들 수영 처음 배울 때 생각나네. 지금은 다 징그럽게 컸지만 말이야."
해달 부부는 웃으면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d래곤을 이끌고 인근 월미도 정거장 바위로 헤엄치면서 말했다. 해달 부부의 손에 목덜미가 잡힌 d래곤은 바다 위에 둥둥 뜬 상태로 바위 쪽으로 이끌려 오면서 고개를 돌려 해달부부를 말 없이 바라봤다.
잠시 후, 해달 부부는 바위에 미리 갖다 놓은 가방에서 커다란 수건을 꺼내 d래곤의 젖은 몸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저... 괜찮아요. 제가 닦을게요."
"가만히 있어. 우리 막둥이 감기 걸려. 뒤로 돌아봐."
d래곤은 가만히 서서 자신의 젖은 몸을 닦아주는 해달 부부를 바라봤다. 잠시 해달부부를 바라보던 d래곤은 눈물을 참으면서 이야기했다.
"사장님, 다음 달에는 시칠리아로 한 달 살기 가시는 거죠? 제가 짜 놓은 코스로만 가시면 시칠리아의 모든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공기가 차니까 제가 불을 좀 더 만들어서 따듯하게 할께요."
[한달 뒤 해달부부가 시칠리아로 떠난 날]
월미호텔 리셉션으로 등대지기 전소장과 아쿠아리움의 곰소장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전소장이 곰소장을 보면서 말했다.
"형님, 얼마만의 고향 방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우리 전동생이 지금 고향에 얼마 만에 가는 거지?"
"음... 5년 만인가요."
"그래? 5년이면 거기도 뭐가 많이 바뀌었겠는데? 그나저나 우리가 가는 아마존 룸에 며칠 전에 백룡이 되신 백여사님도 와 계신다고 하니까 얼른 가자고. 그나저나 백여사님이 그곳 아마존에 왜 가신거지?"
"글쎄요, 저도 그건 모르겠습니다, 일단 형님, 서두르시죠."
잠시 후, 전소장과 곰소장은 리셉션에서 방 키를 받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