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9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서른 살이 된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한 달 전 내 생일을 기억하고 밥을 사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옛 친구를 만난다는 건 어렸을 적 나를 만나러 가는 것과 같다.
친구를 통해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인다.
어렸을 때 기억의 향수에 젖는 기분은 꽤나 좋은 일이다.
친구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아이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소설책과 역사책 위주로만 읽었던 내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는 그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거실에 TV가 없고 책들이 빼곡하게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와 대화하는 게 즐거웠다.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화두를 던질 줄 아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오늘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지만 명쾌한 답을 가진 사람은 적은 질문이었다.
나도 살면서 많이 들어봤고 나 스스로 기준을 세워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친구의 질문은 정확함을 요구했다.
두리뭉실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내가 평소 갖고 있던 성공에 대한 기준을 얘기했다.
친구가 다시 물었다.
"그럼 행복은?"
"글쎄.. 성공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의 이미지가 다르다.
누군가는 성공을 많은 돈을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 유명한 가수나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성공한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가족들과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사는 것,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 성공이고 행복하다고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내가 과연 올바른 가치관과 기준을 갖고 살아가고 있나?
남들이 보기에 좋은 기준으로 내 성공과 행복을 정하진 않았나?
내가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이 정말 저게 맞나?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 성공하지 못한 나는 그럼 지금 불행한가?
생각해보면 난 지금까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경제적이나 부모님의 사랑 면에서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란 것과 긍정적인 성격이 큰 요인인 것 같다.
물론 힘들고 짜증 나고 슬픈 시기가 중간중간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나는 4,5 단계에 있는 듯하다.
생리적, 안정, 애정, 소속의 관계에 대한 욕구가 대부분 충족되어 있는 상태다.
자아실현, 존중, 존경, 자기 성장 등의 욕구가 있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1,2,3,4 단계에 대한 욕구 충족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물론, 나보다 돈도 많고 키도 크고 잘생기고 몸 좋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의 비교로 불행하지는 않다.
내가 지금은 부족한 것이 있어도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지금의 내 모습을 좋아하고 내가 가진 환경에도 감사한 마음이 있을 뿐이다.
그럼 이 상태로 지내면 그게 행복한 삶인 건가?
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행복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은 감사할 줄 아는 것이라 한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
천천히 곱씹어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성공해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야 되는 것 같다.
돌고 돌아 결국 당연한 말 같지만,
행복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목표와 기준을 세우고 그 목표를 이뤘을 때 드는 만족감, 감사한 상태를 이루는 것이고 나는 행복한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따라서, 성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되는 것 같다.
(조삼모사 같지만, 내게는 단어의 뉘앙스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크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듯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내 가치관에 맞는 목표과 기준은 무엇인가
1. 나는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있었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2.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서로가 전부인 듯 사랑하고 싶다.
3. 역사와 전통이 깃든 멋진 명품, 차 , 시계, 맛있는 음식 등을 경제적 부담 없이 누리고 싶다. (1번과도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는 듯 하다)
4.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과 함께 추억을 안주삼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5.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
요약하면
1. 일적인 행복
2. 관계의 행복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위의 목표를 다 이루면 좋겠지만 다 못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끼듯이 저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것,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방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
-마야 안젤루-
마야 안젤루의 말처럼 내가 정한 더 높은 행복의 기준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나를 좋아하게 되고 내가 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과 행복,
인생의 나침반처럼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지 그 의미를 자주 되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