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국구로
#7 주문부터 포장까지
동탄에서의 공동구매가 자리 잡히며 단골 고객도 생기고 주문과 배송이 어느새 루틴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만족하지 못했다.
매일 주문해 주시는 고마운 단골 고객이 있었지만, 사업을 지속하고 성장시키기엔 여전히 일일 매출이 부족했다.
그래서 매출을 높이고자 우리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하게 되었다.
방향 1. 동탄 지역에서 매출 증대를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
방향 2. 전국 단위로 서비스 구역을 확장하여 고객층을 넓히기
고민 끝에 우리는 아래의 이유들로 두 번째 방향을 선택했다.
첫째, 동탄 지역에서 활용할 매출 증가 전략은 전국으로 확장해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했다.
둘째, 이미 직접 배송하는 물량이 한계에 다다라 물류 대행 서비스 사용이 불가피했으며, 같은 비용으로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대 수익이 더 컸다.
셋째, 동탄 지역 고객들이 타 지역 배송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
그렇기 전국 서비스를 결심하고 우리에게 적합한물류대행 서비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3PL, 4PL과 같은 전문적인 물류서비스들이 발달하여 주문 처리부터 재고 관리, 포장, 배송까지 모두 맡길 수 있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업체 몇 곳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예상치 못한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우리 서비스의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 그리고 빠른 배송(익일 배송)이었다.
그래서 자정에 주문을 마감하고 당일 새벽 가락시장에 가서 과일을 직접 수령하고 배송지별로 소분 및 포장하여 바로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3PL 업체를 이용할 경우, 가락시장에서 물류업체 창고로 1차 이동 후 소분 및 포장이 이루어져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우리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업체는 단가가 너무 높아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부담이 컸다.
결국 우리는 소분과 포장 작업만큼은 직접 하되 배송만 외부 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여러 택배사와 협상한 후 적당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사무실에 택배 송장을 출력하는 프린터까지 설치하며 이제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입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다시 실감났다.
첫 송장 출력택배사와 계약을 마친 후, 배송 중 과일이 상하지 않도록 포장할 장소가 필요했다. 창고 임대 비용이 부담스러워 결국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우리가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는 넓었고 새벽 작업 시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매우 적합했다. 과일을 나를 구르마와 포장에 필요한 장갑, 테이프, 다양한 크기의 포장 박스, 완충제 등을 준비하면서 전국 배송 준비를 마쳤다.
*전국배송을 위한 작업 시퀀스
08:00~00:00 am 주문마감
00:00~01:00 am 가락시장 이동 및 도매처 발주
01:00~02:00 am 새벽식사
02:00~04:00 am 경매 대기 및 회의
04:00~04:30 am 과일 인수 후 정산
04:30~05:00 am 사무실로 과일 이동
05:00~11:00 am 소분 및 포장
11:00~11:30 am 배송기사님 인계
전국 배송 첫 홍보는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별도의 퍼포먼스 마케팅 없이 네이버 밴드에 공지하고, 지인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에 소식을 알렸다.
걱정과 달리 기존 고객들이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하려 주문해 주면서 전국 배송의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하지만 포장 작업이 처음이라 배송을 처음 했을 때처럼 어설펐고, 작업 속도가 느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점차 숙련도가 올라갔다.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고, 나는 주로 박스를 접고 테이프로 밀봉하는 작업을 맡았다.
너무 많은 반복 작업에 손가락 살이 함께 벗겨지는 일도 있었다.
(그 후로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했다..)
몸은 정말 고되고 힘들었지만, 포장 후 배송을 기다리며 차곡차곡 쌓인 상자들을 볼 때마다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
이렇게 우리는 동탄을 넘어 전국구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포장 전 분류작업
블루베리 배송 건 포장 후
배송을 앞둔 택배들, 포장 초기라 마감 디테일이 떨어졌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