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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

루나 세계여행

by 루나 최영숙


남미 여행 17/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Parque National Torres del Paine 트레킹.


Torres는 스페인어로 '탑'을 의미하고

Paine는 원주민 언어로 '파란색'.

그래서 'Torres del Paine'는 '푸른 탑'이다.

노르덴스크홀드 호수와 뿔 달린 봉우리


우리 팀은 당일 코스로 파이네 국립공원 일부 지역을 트레킹을 한다. 다시 오기 힘든 여행지라고 생각하면 하루 코스가 좀 아쉽지만 내 나이와 전체 일정을 고려하면 잘한 일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림공원 봉우리
트레킹 코스


잠시 머무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준비하는 작은 도시.

트레킹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곳.

우리 팀은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토레스 델 파이네를 향해 출발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이동하는 길


파타고니아 대지를 달린다.

스페인이 침입했을 때

그들보다 키가 큰 원주민을

파타곤Patagon이라 부르며 붙여진 이름, 파타고니아.

연중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한 아주 척박한 땅이다.

지도에서만 보아온 그 파타고니아 대지를 오늘 버스로 장시간 달린다.


파타고니아 직선 도로


시간을 몽롱한 상태로 이동하다가

창밖을 보니 과나코 목장이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창밖을 보니 눈앞에 벌판을 달리는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는 온 힘을 다하여 토끼를 쫓더니 결국은 목을 꽉 물고 흔들어 댄다.

그러자 여러 놈이 몰려와 끼를 마구 물어 뜯는다.

멀리 위치하여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 이른 아침 들판에서 강자와 약자의 치열한 다툼을 구경했다.

갑자기 벌어지는 놀라운 풍경에 모두 버스를 내려 한참을 지켜보았다.

다시 끝없이 이어지는 넓은 과나코 목장을 지난다.

작은 나무와 초원으로 이루어진 거친 땅 파타고나아의 목축업 지역.


초원의 과나코Guanaco(낙타과 동물)


푸른 호수와 안데스 만년설이 나타난다.

아래도 위도 온통 푸른색이다.

햇빛에 빛나는 투명한 경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연공원이다.


파타고니아를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

서쪽 칠레는 편서풍이 안데스에 부딪혀 비가 많고

동쪽 아르헨티나는 로 건조하다.

지리 시간에 배우는 일종의 푄현상 때문이다.

높은 안데스 산지에 눈이 내리면 그대로 쌓여 빙하를 만들고

그 빙하가 녹아서 푸른 호수를 채운다.

어디를 가나 나타나는 설산과 푸른 호수는 이곳의 바탕화면이다.


사르미엔토 호수 Lago Sarmient와 설산


멋진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준다는 이의 말에

노란 목책 난간에 엉덩이를 올리는 순간 미끄러지며 균형을 잃어 토레스 델 파이네 땅바닥에 얼굴을 그대로 박았다.

아이코! 드디어 내가 사고를 내는구나.

코가 땅에 닿는 순간

여기서 나의 여행은 멈추는 건가.

코뼈가 부러졌나.

얼굴이 찢어졌나.

얼마나...

미끄러지는 눈 깜박할 새에 온갖 생각이...

얼골을 들어 일어나려도 도대체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얼굴을 땅에 박은채 그대로 엎어져 있으니

놀란 일행들이 달려와서 일으킨다.

큰일 났다.

가는 곳마다 사진 때문에 이리저리 나대더니만.

일행인 의사 선생님께서 팔다리를 움직여 보라고.. 괜찮다.

코를 만져보시니 코뼈도 괜찮다고.

그런데 코밑이 쓰리다.

코 아래 살갗이 좀 벗겨졌나 보다.

부산 이쁜이가 끝까지 얼굴과 손을 닦아 주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만하길 다행이다.

그런데과 팔이 저리다.

찌릿찌릿. 아이구.


맨땅에 코를 박은 토레스 델 파이네


토레스 델 파이네의 예쁜 반영.

코 밑에 밴드를 붙인 채로

멋진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엎어진 휴유증속에 또 사진을 찍는다.


호수와 반영


푸른 바위산과 에메랄드 빛 호수

그 앞에 선 나그네도 멋지다.

함께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니 한 폭의 그림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파이네 강의 작은 폭포.

버스에서 내려 폭포 쪽으로 갔다.

그런데 양팔과 손이 저려 정신이 없다.

아마도 평소 시원치 않은 목 디스크에 충격을 주었나 보다.

어찌할거나.

마침 무지개가 떠오른다.

폭포가 만드는 안개가 오색 무지개.


파이네Paine강과 설산
파이네Paine강 폭포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높은 봉우리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사진으로 보며 감탄하던 산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① 파이네 그란 데봉 Cerro Paine Grande (해발 3,050m)

②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 Cuernos del paine (소의 뿔 모양. 해발 2,600m)

③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 Paine. (해발 2,850m)

④ 몬테 알미란테 니에토 Monte Almirante Nieto(해발 2,670m)


토레스 델 파이네 높은 봉우리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신기하게 계속 검은 모자를 쓴 바위산이 우리를 따라온다.

해발 고도가 높아 어디서든 보이므로.

아, 이런 곳이었구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소의 뿔)


산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와 호수는 크고 작은 강이 연결하고 있다.

그란데 폭포 Salto Grande에 도착했다.

흰 거품을 내며 흐르는 강은 물살이 강하

폭포는 뿌연 안개를 뿜어내며 떨어지고 있다.

노르 덴스크 홀드호에서 페오에 호수로 떨어지는 폭포이다.



유속이 빠른 강


폭포를 뒤로하고 전망대로 오른다.

트레킹 시작이다.


아래 노르 덴스크 홀드 호수이다.

푸른 봉우리들이 좀 더 가까진다.

잔잔 호수를 끼고 1시간 걸으며 이쁜 색의 호수와 기묘하고 멋진 봉우리를 끼고 걸었는데 대체로 길은 평탄하여 걷기 편하다.


전망대
노르덴스크홀드 호수


언덕을 하나 넘으니

4개의 검은 뿔 달린 산이 바로 코앞에 나타났다.

1200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솟아오른 안데스 산지.

바탕은 화강암이지만 지층이 쌓인 시기가 다르고

암석 성분이 다른 탓이다.


그런데 검은색이 묘하게 끝을 장식하고 있다.

파이네의 뿔.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

4개의 산봉우리.

호수를 둘러싼 바위와 자갈은 화산재와 같은 온통 검은색이다.

안데스 산지가 활화산 지역이라서.


화사한 날씨의 산책 길이다.

햇볕은 쨍쨍이라 약간 땀이 나고

서늘한 바람은 적당히 불어오니 더운 듯 쌀쌀하다.

남아메리카 남단의 여름이다.


앞서가는 일행들
대조적인 반팔과 패딩 차림


호수에 앉아 놀다 가다를 반복하니

트레킹 시간이 예정보다 오래 걸렸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에 올라 잠시 이동하여

페오에 호숫Lago Pehoe가에 내렸다.

레스토랑이 있는 호숫가 작은 섬.

긴 다리를 지나 식당으로 들어갔다.


페오에 호수 Lago Pehoe의 작은 섬


식사를 주문하고 배는 고픈데

아무리 기다려도 식사가 나오지 않는다.

1시간 넘게 기다리니 미안한지 후식부터 나온다.

아이스크림과 와인으로 먼저 속을 채운다.





너무 오래 기다려 짜증이 올라왔는데

생선과 양고기 스테이크가 의외로 맛있었다.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으깬 감자도 좋았다.

음식 사진 거의 없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다 나오니

반가운 마음에 찍었나.




2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이 권하는 길로 나가보니

어머나 전경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마지막까지 페오에 호수 옆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수다를 늘어놓

다시 아슬아슬한 긴 다리를 건너 섬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호수의 기억은

잔잔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다시 또 갈 수 있을까.

함께 한 일행 한 분 한 분이 떠오른다.

무리하지 않은 일정과 매너 있는 그분들 덕에 여행의 즐거움이 이어졌고 내내 행복했다.

오래간만에 미 카톡방에 들어가 볼까.


페오에 호수 & 파이네 뿔


페오에 호수와 파이네 그란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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