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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Dec 30. 2023

나는 멈추지 않는 엔진이다

나는 내가 엔진이라는 것이 기쁘다. 
활동함으로써 에너지를 창조하는 것이 기쁘다.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생성하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엔진이다. 흔히 알고 있는 동그랗고 톱니바퀴가 달린 엔진.  톱니바퀴가 돌면서 무거운 자동차를 움직이거나  비행기를 날아오르게 만드는 에너지를 창조하는 바로 그 엔진이다.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넘친다' '활력이 넘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 수밖에, 나는 에너지를 만드는 엔진이니까.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피곤하지 않느냐'라고,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너무 많은 걸 하는 거 아니냐'라고. 그럼 속으로 대답한다. '엔진은 쉴 수 없다'라고. 





 엔진은 관리를 해줘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녹이 슬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과하게 사용하면 과부하로 고장이 난다. 너무 방치해서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해서도 안된다. 시부모님 리마인드 웨딩 형식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스튜디오에서 모두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시댁 가족사진을 찍었다. 소품으로 멋진 자동차 폭스바겐 뉴 비틀 한 대가 있었다. 사진작가님은 저 차가 보기에는 멋져 보여도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고 했다. 엔진은 굴려줘야 계속 사용을 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사진 소품으로 계속 세워두었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이렇듯 녹이 슨 엔진을 다시 사용하려면 조금씩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냥 폐기해야 할 수 도 있다. 쉬면 안 된다.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엔진을 보면서 내가 생각났다. 그동안 내가 엔진인지 모르고 나를 방치하며 살아왔다.  휴대폰 충전하듯이 그냥 쉬면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쉬었다. 쉬면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항상 불편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싫었다. 엔진인데 그냥 쉬었기 때문에 스튜디오의 소품 자동차처럼 녹이 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움직이지 못하는데 하고 싶은 건 여전히 많아 내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로 악순환에 빠져있었다. 그렇다고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지레 겁먹고 행동하기를 주저하고 나를 원망하고 자책하며 제 자리에만 있었다. 그리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나를 괴롭혔다. 자동차가 폐차하듯이 나를 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이랬던 내가 상담과 명상, 운동, 독서, 글쓰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나를 사랑하지 않던 나에서 나를 사랑하는 나로 변했다. 많은 노력을 통해 나의 엔진은 새롭게 태어났다. 심지어 때 빼고 광내서 녹슬기 전의 엔진보다 더 성능이 좋은 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전의 삶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삶은 업그레이드되었다. 한번 삶의 고비와 깊은 수렁을 지났기에 현재 평온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지 알게 되었고, 더욱 값진 인생을 살게 되었다. 나는 엔진이기에 스스로를 잘 관리해야 한다. 다시 또 녹이 슬어 움직이지 않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너무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적절히 쉬어주고 기름칠도 해주고 무엇보다 움직여야 한다. 




 물론 움직이면 힘이 든다. 그것도 많이 든다. 하지만 힘을 조금 들임으로써 에너지가 생기니 마법처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다시 생겨난다. 가만히 있어 녹이 슬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보다 조금 힘들지라도 에너지를 생성해서 활동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다시 예전으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제 나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움직이면 에너지만 생기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스스로 계획해서 활동하고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까지 얻는다. 이러니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마치 마약과도 같다. 세상에 허용된 좋은 마약. 움직여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일에 중독되었다. 이제 더 이상 멈출 수 없다. 이제는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이다. 움직임으로써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 





 내가 엔진이라는 것이 기쁘다. 활동함으로써 에너지를 창조하는 것이 기쁘다.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생성하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39살이다. 그리고 이제 곧 마흔이 된다. 서른 중반까지 내가 움직이면 에너지를 생성하는 엔진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아직 39살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날이 내 인생에 남아있다.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고 그 에너지를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베풀면서 살아가겠다. 그리고 언제나 기억하자. 



나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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