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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Feb 29. 2024

불안을 이겨내는 글쓰기

 요새 고민이 많다. 

 2022년도에는 블로그에 글을 썼다. 2022년 10월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블로그와 브런치를 병행했다. 2023년 상반기에는 매일 브런치에 글을 썼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온라인 글쓰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번아웃이 와도 쉴 수는 없었다. 육아휴직 중인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에도 벅찼다. 브런치에 번아웃 극복을 위한 글을 간간히 쓰기는 했다. 지금 이 순간, 번아웃을 극복했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나는 당당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번아웃 극복했다. 진심으로. 극복했기에 온라인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번아웃 전에 글을 많이 썼던 브런치에는 글을 자주 쓰지 않지만,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엥? 브런치가 아니라 블로그라고? 맞다 블로그다. 원래 블로그보다 브런치 글쓰기에 더 주력하려고 했다. 2023년도에는 브런치에만 글을 썼다. 브런치 글이 담담하게 내 생각을 풀어놓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블로그를 한다는 건 부담이 컸다. 정보를 주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내가 줄 정보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쉽사리 글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블로그 글을 적으며 시간을 많이 썼다. 시간을 쓴 결과물이 그거다. 오래 글을 쓰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가 아니라 조회수는 언제나 적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하니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지만, 낮은 조회수를 보며 힘이 빠졌다. 들이는 시간은 큰데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속이 상하고 자꾸 글을 안 쓰게 되었다. 


 지금은 블로그를 주력으로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의 부담감이 아직도 상당하지만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다 같이 하기로 했으니까.
 약속했으니까.


                                                  (나, 생각보다 책임감이 강하네?)


 독서모임에서 매일 영어 공부하는 챌린지를 했다. 30일 정도 꾸준히 하고 나자 넥스트 스텝을 밟고 싶었다. 이것도 했으니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같이 다이어리 및 스케줄러인 3P 바인더도 함께 적었다. 영어 공부처럼 매일 바인더 적기도 꾸준히 하니 또 넥스트 스텝을 원했다. 나만의 작은 실천 100일 도전하고 싶었다.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했다. 다들 긍정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스스로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뿌듯함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만의 작은 실천은 블로그에 올리며 인증하자고 했다. 두려웠다. 블로그에 작은 실천 같은 건 올리지 말라고 했다. 전문적인 걸 올리라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걸 올리지 일기를 올리는 게 아니라고 수없이 많이 들었다. 현실은 어떤가. 전문적이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걸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예 글도 안 올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계속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하기 위해 일상 기록이지만 올리고 있다. 놀랍게도 매일 올리고 있다. 그동안 거의 올리지 않았는데, 가벼운 일상글을 올리니 매일 쓰게 된다. 오늘이 바야흐로 100일째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니 이제 브런치에도 쓰고 싶어졌다. 그런데 웬걸. 블로그에 '습관에 관한 내 생각 + 하루하루 보낸 일기'를 적으니 브런치에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브런치에도 습관 관련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창을 띄워놓고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블로그와 브런치 둘 다에 습관에 관련된 글을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원래 쓰고자 했던 건 엄마의 자기 계발 이야기였다. 그럼 그걸 써보자 싶다가도 아직 뚜렷하게 완성된 결과물이 없기에 스스로 자기 검열에 들어갔다. '네가 뭔데' 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나를 괴롭혔다.  


 글을 쓰면서 느낀다. 다 내거라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두렵다고 필요도 없는 자기 검열에 열중했는지. 세상에는 성공 공식이 있다고 한다. 그 공식대로만 하면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는. 내가 지금 걷는 길은 그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식을 따르자고 아예 손을 놔 버리는 것보다 공식이랑은 다르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냥 다 내 마음대로 일단 글 쓰는 습관부터 만들어야지. 새벽에 일어나 고요한 나만의 루틴을 하고 글을 쓰는 습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밤에 적고 있다. 저녁도 아닌 밤이다. 다시 브런치에도 글을 써야겠다. 새벽에 뭘 쓸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그때 드는 생각을 적어야지. 네이버 블로그를 한다고 브런치에 못 적을 이유 없지. 둘 다 적는 거다. 평소 세상이 하라고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많이 하고 살아왔다. 일단 이 길로 가본다. 나중에 가보지 않았다고 후회하기 전에. 백세 인생 아직 많이 남았다.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되돌아간다. 글을 쓰니 내 불안이 해소되었다. 역시 나는 써야 하는 사람이다. 쓰는 사람이다. 천생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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