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즐 issue N°2 - 2
뱅상 마에는 파리에서 태어나 16세에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렌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 후 고블랭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였고 2008년 졸업 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세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에도 자신만의 화풍을 꾸준히 구축해나간 그는, 2012년부터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친구들과 함께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뱅상 마에는 일상 중 많은 시간을 스케치에 할애한다. 스케치의 대부분은 아주 작은 썸네일 스타일인데, 작은 썸네일 스케치를 스캔한 후 포토샵에서 선과 색을 추가하여 디자인을 완성해나간다. 그의 작품은 이미 파리에서 여러 번 전시되었으며, The New York Times, The Wall Street Journal, Wired, Nobrow 등 영향력 있는 잡지와 출판사들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그가 손수 내려준 웰컴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멋진 스튜디오를 어떻게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여러 명의 일러스트레이터와 애니메이터 친구들이 모여 만든 스튜디오라고 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이곳은 뱅상 마에의 고모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고모가 해외로 이주하게 되면서 좋은 조건으로 대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이곳은 파리에서도 굉장히 고급 주택가이고, 스튜디오 역시 꽤나 넓다. 핀즐도 파리에 이렇게 멋진 스튜디오가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보며, 약간은 시기 어린 마음과 함께 뱅상 마에의 자부심과 애정이 담긴 공간 곳곳의 소개를 이어 듣는다.
디지털 작업을 주로 하는 아티스트답게 27인치 아이맥과 커다란 와콤 신티크(화면 내장형 디지털 태블릿)가 그의 책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급한 일이 많아 인터뷰 준비를 별로 못했다며,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뱅상의 너스레. 하지만 아티스트와 우리 모두, 충분히 대화를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에 걱정은 전혀 없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컬러가 있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익숙한 어도비 서비스에는 컬러 팔레트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패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선호하거나 사용하고자 하는 색상을 정리하고, 이에 잘 어울리는 다른 색상을 매칭 하기 위해 팔레트를 만들게 되는데 뱅상 마에가 자신만의 팔레트를 만든 이유와 과정은 조금 다르다.
그는 예전부터 컬러를 사용하는 스킬이 교수들에게 지적을 받았을 정도로 부족했다고 한다. 나름 직업적 콤플렉스인 셈인데, 이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자신만의 컬러 팔레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점을 개성으로 바꾼 케이스.
밝음과 어두움 각 영역별 사용하는 컬러 스펙트럼을 아주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색 조합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팔레트를 운용한다. 그의 화풍을 처음 접했을 때 약간 레트로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색상을 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자신의 단점을 숨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지만, 그의 방법 안에서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장점과 단점은 항상 공존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점을 다루는 유용한 해법을 보는 듯하다. 특히나 자신이 없는 분야는 이내 기피해버리는 (나와 같은) 타입에게는 강한 영감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핀즐이 펴내는 매거진 일부를 발췌 및 수정하여 브런치에 발행합니다. 아티스트의 특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작품들을 핀즐과 함께 경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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