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훈 Nov 15. 2024

단풍이 이쁘다


지난 폭염을 생각하면 이런 단풍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지난 9월만 하더라도 섭씨 30 몇 도를 오가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올 가을에 김장은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했다. 무더위로 인해 가을무나 김장용 배추가 녹아내렸기에 말이다. 가을비 몇 번에 추위가 닥치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여름옷과 겨울옷이 갈피를 못 잡고 계절의 혼돈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더위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집 앞에도 아파트 방음벽에도 빨갛고 샛노란 단풍이 휘황하다. 여기에 전국의 산하를 SNS에 옮겨 담아 모바일 안에서도 웹사이트 안에서도 온통 하늘과 물과 숲이 어울려 장관을 이뤄낸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시각이나 청각으로 대부분 분별하는데 지난여름의 기억은 뇌세포 어느 구석에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는지 좀 체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당장만 버티어 내면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세상사를 다 알아도 다 몰라도 결론은 같다.  

   

성경의 코헬렛 2장에 보면 “태양 아래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나날은 근심이요 그의 일은 걱정이며 밤에도 그의 마음은 쉴 줄을 모르니 이 또한 허무이다는 구절이 있다.

또 다른 구절을 살펴보면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가지고 애쓰고서는 애쓰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제 몫을 넘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허무요 커다란 불행이다도 있다.     


세상이 이렇게 변화할 줄 누가 알았을까?

한 치 앞도 모르는 인간이, 지금 당장의 문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예감하지 못하는 인간이 무수한 고뇌로 힘들어한다.

우리가 보는 가을 단풍의 이면에도 얼마만큼의 슬픔이 배어 있는지 우린 알지 못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심각한 고뇌를 간과하고 보이는 것에만 열광하듯 삶도 단순하게 준비하고 이겨나가고 즐기는 가운데 하루를 쌓아가는 것도 좋은 삶이 될 법하다.

     

자연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의 일 역시 아무도 모른다

사람에게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만의 잣대로 기대하지 마라. 그런 기대감으로 인해 자신을 다그치고 상대를 비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이 맞을까!

딱 그 정도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의 풍경처럼 극도의 아름다움은 그 끝을 알기에 더 큰 슬픔을 주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먹고 마시고 즐겨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