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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납치 그 후

이번 글은 '공무원 납치 제가 한 번 당하고 왔습니다'의 뒷 이야기입니다.

 호기롭게 자진 납치에 동의하고는 약속된 날짜에 감금 장소로 찾아갔다. 이른 아침 찬 공기에 따라 도착한 곳에는 그보다 더 차가운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문제 출제 선정 위원으로 오셨죠? 이쪽으로 오세요."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며 내 눈은 주변을 살폈다. 주말이라 잠겨있는 불 꺼진 사무실, 쌓여있는 상자와 물병들로 복잡한 사무실이었다.


 "설마 여기서 문제 내는 건 아니겠지.."


 나도 모르게 속에서 걱정의 말이 나왔다. 어느새 다른 사람들이 속속 도착을 했지만, 서로 말 한마디 없이 적막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전부 짐 들고 위로 올라갈게요."


 담당자의 말에 따라 십여 명의 사람들이 각자 캐리어와 가방을 일제히 들었다. 마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남미 사람이 주인공인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사무실 뒤쪽으로 마이애미 카르텔들의 마약공장같이 생긴 입구가 있었고, 그 위로 더 마약 공장 같은 장소가 나타났다. 각자의 방으로 안내를 받으면서도 나는 마약 포장 작업대 같은 책상과 의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설마.. 여기서?"


생각도 잠시 담당자의 말이 이어졌다.


 "몇몇 분들은 여기서 안 하고 호텔이나 다른 곳으로 옮기려나 생각하실 것 같은데, 여기서 하는 거 맞고요. 망설이지 말고 빨리 짐 풀고 작업대로 모이세요. 아 그리고 안에서도 다 커튼 치고 계세요. 밖에서 안 보이게"


 이 말에 놀라기도 전에 방안에 들어선 나는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좁고 어두운 방 안 라꾸라꾸 침대 4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남미에서 하루 8불 정도 하는 게스트 하우스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들고 있던 짐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빨리 방 밖 작업장으로 향했다. 거기서 무언가 계약서 같은 몇몇 종이에 서명을 빨리 진행했다. 휴대기기 등을 압수당하고, 간략한 문제 출제 설명을 듣기까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르게 진행된 느낌이었다.

 

철창

 '이게 그 다단계에서 사람 정신을 빼놓는 방식인 건가...'


 이런 잠깐의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바로 문제 출제 선정이 시작되었다. (문제 선정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 6시에 가까워졌다.


 "이제 6시가 되어가는데, 오늘 일찍(?) 들어가서 끝내는 것보다 조금 더 해서 12시까지만 하죠"


 모든 작업대 앞쪽에 나와 담당자의 말이 이어졌다.


 "이게 초반에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고생해요. 딱 12시까지만 더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루 7 - 12시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무원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다른 위치, 다른 직렬, 다른 공직에 있었지만, 혹시 이번만은 다르겠지 남들이 말하는 9 - 6의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는 역시 IT 사무실보다 불은 일찍 켜져 있고 그 켜진 불은 모두가 잠드는 시간까지 꺼지지 않았다. 추가 수당도 없이.. 요즘은 이미 너무 평범해진 공무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7 - 12 일정이 진행되었다. 하루쯤은 10시에 자러 들어갔으려나. 하루는 굉장히 길어지고 날짜는 빨리 지나가는 묘한 경험을 계속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를 확인하고 인쇄에 들어가는 날. 모두가 긴장된 상태로 최종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혹시나 발견하지 못한 문제의 허점이 있는지부터 편집 과정 중에 생기는 오류나 오탈자까지 모든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점검을 했다. 그날 업무를 마친 시간은 새벽 5시 푸르스름한 아침 태양이 고개를 들 때였다.

 시험 당일 공무원 시험장인 학교의 자물쇠는 잠기고, 작업장 자물쇠가 열렸다. 핸드폰에는 허공을 돌다가 도착하지 못한 카톡은 그 흔적만 보였고, 최근 연락들만 남아있었다. 비좁은 샤워장에서 씻었다지만, 이미 두부 한 모로는 깨끗해지지 않을 정도로 꾀죄죄해진 모습이었다. 이미 정신과 혼을 다했는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을 올라봤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반팔이 어울렸던 날씨에서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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