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Jan 29. 202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 영화를 보고 잠을 설쳤다.

영화 속 가장 인상 깊었던 

주인공 레오의 아버지 대사를 옮겨 적는다.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 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딨니?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몸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때가 와

근처에라도 와 주면 감사할 정도지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


내가 아는 젊음은 여름을 닮았다. 단단한 살결 위로 흐르는 땀방울이나, 그 땀에 젖은 솜털 같은 것, 그냥 보이는 모든 것이 생명력으로 반짝이는 거 말이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돋보기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아서 사소한 관심이나 가벼운 터치에도 봉오리가 피어오른다. 너를 더듬으며 나를 알아간다.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 말하고,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르겠다 말하며 - 다시 네 안의 나를 더듬는다. 



/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우리는 알게 된다. 그건 결코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성장의 과정에 있는 레오를 보면서, 그리고 그런 레오를 안아주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어느 지점에 와 있나 들여다보게 됐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나에게, 그렇게 낭비해서야 되겠냐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레오의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채근했다. 



/


1980년대 이탈리아의 여름은 아름답다. 

레오와 올리버의 젊음과 갈망이 그러했듯이. 우리의 지난날이 그러했듯이.





작가의 이전글 비읍 아래 사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