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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May 22. 2022

평범한 날들 속에

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을까

평범하다. 그러나 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친구들이 그렇다. 대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처럼 자주 만나왔다.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났으니까.


언니의 친구들과 비교해서 그것은 무척 자주 만나는 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 많았다. 어제는 영화를 보지 않았느냐, 공원에 갔는데 어땠느냐 등 물어볼 말도 할 말도 많았다. 싸운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기억에 묻어야지.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 단체 톡은 활기를 띠었다. 우연히 우리는 모두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직장을 갖고서도 서로 공감이 되었다. 한 명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조용하게 됐다. 단체 톡에서 말하지 않은 일은 과거에 이들에게 화가 나고 실망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할 말이 없다. 내가 달라졌고 이것이 가까운 지인들과 만났을 때 확연하게 티 난다.


언니를 오랜만에 만나 카페를 갔다. 언니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가 기억나질 않아, 나는 그저 언니의 말을 들었다. 언니는 그런 나를 눈치 봤다. 선배들이 나의 소식을 듣고 만나자고 했을 때도... 거절했다. 원래 누가 만나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거절했다. 나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나기 귀찮았고 어려웠다. 또 달리 할 말이 없으니...


할 말이 없을 뿐 하루를 보내는 데에는 불행이 없다. 친구처럼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도 없고, 일을 해야 하는 불만도 없다. 실장님처럼 시간이 흘러 애석하다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저절로 흘러간다. 주말이 지나면 월요일이 오듯 그렇게.


말이 없어지니 그제야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평범했음을 깨닫는다. 버스에서 넘어질 뻔 해도 그건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다. 편의점에서 초콜릿 박스를 엎어도 그렇다. 매일 만났던 내 친구들이나 가끔 만나는 언니의 친구들이나 다를 게 없다. 우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다. 그런데 왜 특별하다고 생각했을까.


침묵하면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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