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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un 06. 2022

168 즐기는 커피는 아니지만 맛있는

젠틀러 커피 - 클레시코

 주변의 색깔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건 초록 초록한 잎 때문이 아닐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한다. 벅터벅 걷다가 우연히 만난 카페는 아니다. 슬슬 산책이나 나갈까 하는 마음과 달리 멀리 갔다. 카카오 지도를 보며 퍼즐처럼 모인 작은 가게를 지나 좁은 골목을 지나 조금 특별한 가게 몇몇을 눈으로 좇으며 샛길로 들어가 찾아간 카페다. 부산대 역 1번 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멀리 오느라 힘들었지? 커피 한 잔 해."

이런 소곤거림이 들리는 카페다. 도 들고 배도 프다면 에그타르트 하나 같이 주문하자. 편안한 음악이 마음을 붙잡는다. 맑은 날이 좋은 날이고 비 내리는 날이 나쁜 날이 아니라는 가사가 들린다. 스치듯 들어서 제대로 듣지 못한 것도 같다. 너도 매일매일 행복하길 란다는 노랫말도 들린다. 아등바등 용을 쓰며 살기보다 고양이를 구경하며 재미있게 지내기를 소망한다는 가사는 잘못 들었지 싶다.



 카페 메뉴는 간단하다. 커피가 든 음료와 커피가 들어가지 않은 음료. 에스프레소 기초로 만든다. 클레시코는 기본 음료다. 끔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다. 반쯤 마시다 갈색 각설탕을 던지듯 넣어 나머지를 마시면 굳어진 어깨 근육이 말랑말랑해진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자르르 진한 향기에 입이 호사를 누린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두운 마음도 하얗게 된다. 마음 구석구석이 상쾌해진다. 친구들을 앞세우고 드나들고 싶은 카페다.


 젠틀러 카페는 주 작은 잔을 사용한다. 음료는 대략 1온스만큼 준다. 한 입에 마셔도 된다. 쓰지만 쓰지 않아 부드럽게 넘어간다. 사는 게 즐거워지는 쓴맛이 있다면 바로 클레시코의 쓴맛이다. 너무 많이 먹어 버렸다. 다섯 잔. 양이 적다고는 하나 다 합치면 평소보다 많은 카페인을 들이부었다. 조용하고 우아하고 특별한 기품이 있는 귀부인을 닮은 카페에서 하루치를 초과한 카페인을 마셨다. 오늘의 커피는 별게 다 행복, 다시 못 올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말을 한다. 오늘 참 햇살이 좋다. 초록 잎은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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