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델링 Aug 18. 2022

173 어쩌다 헤엄치는 중

탄자니아 프와니 AAA SOUTH

 수면 위로 발바닥이 보이면 안 된다. 조용하게 돌고래가 유영하듯 아른아른 움직여야 한다. 수면에 닿을 것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발차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수면에 평평하게 유선형 자세를 만든다. 부드럽게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발차기를 힘차게 해도 계속 제자리에 있다면 자세를 의심해야 한다. 발목의 방향이 잘못됐는지 엉덩이가 물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는지 두루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안 된다. 다리를 접는 동작에서 힘을 빼고 발을 차는 순간에 힘을 빡~! 집중시야 한다.


 이론은 제대로 습득했으나 몸은 자꾸만 다르게 한다. 몸이 이론과 다르게 하는 탓에 출발 순서는 늘 꼴찌다. 평영은 발차기에서 추진력이 나온다. 출렁이는 물속에서 몸을 띄우는 일은 쉽고도 어렵다. 흔들리는 물속에서 자신의 몸을 곧고 바르게 뉘워 앞으로 나가게 하는 일은 참으로 대단해서 매번 감탄한다. 쉴 새 없이 팔과 다리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 지겨워지면 당장이라도 그만둬야지 하다가 다시 맹렬히 연습한다. 찰랑찰랑 거리는 물살이 좋아서 그냥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뻗어가는 알 수 없는 느낌에 반해서 자주 오래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 력, 정성, 애정 어린 관심을 쏟는다. 수경이 흐려지고 콧속이 찡해져도 물속에서 물을 붙잡는 노력을 한다. 물속에 머무는 시간을 즐긴다. 팔과 다리의 꺾는 각도가 어떻고 하는 설명은 잊고 물살의 흐름을 느낀다. 온몸에 힘을 빼고 물에 떠 있는 편안하고 아득한 시간을 즐긴다. 비록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버둥거리기도 하지만 물에 몸을 띄우지 못했던 두 달 전을 기억하며 집중한다.


 커피는 매일 마시지만 한숨 돌리고 싶을 한 잔 더 찾게 된다. 한 가지 생각에 오롯이 집중할 때 마시면 좋다.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있으면 작은 위안이 되는 음료다. 후회하는 일이 고 마음이 초췌해지는 일이 있을 때 더욱 맛있다. 피곤한 성격 말고 꼼꼼한 성격이라면 좋아 음료다.


 늘의 커피는 탄자니아 프와니. 덤덤하지만 애잔하다. 애잔함은 파인애플 향에서 나온다. 열대과일의 진하고 상큼함이 서걱거린다. 다양한 쓴맛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올리면 은은한 달콤함이 필 것 같다. 로 마시려면 진하고 달콤한 생크림이 든 카스텔라를 곁들이자. 풍미가 을 것이다. 살짝 씁쓸해서 더 맛있다. 덜 써서 마시기 편하다. 자꾸 마시게 된다. 정갈하고 따스하다. 산뜻한 산미에 기분이 둥실 떠오르는 음료다. 뭘 해도 평범하고 하고 싶은 일도 없는 게 딱 맞춤한 커피다. 한 잔 마시고 다시 물속을 유영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72 아직 초급입니다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