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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na 이나 Jun 28. 2023

네덜란드살이 2달 차 디자이너

네덜란드로 이주해 살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야기

2023년 4월 29일,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사실 한국을 떠날 때도 그렇고 여기에 도착했을 때도, 엄청 낯설다거나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처음도 아니었거니와 네덜란드는 이전에 벌써 3번이나 방문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공항에 도착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은 그때와는 다르게 혼자도 아니고, 심지어 작년에 잠깐 지내봤던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기에 마치 두 집을 두고 왔다 갔다 하는 듯한 친숙함이 들었다.


내가 지내는 이곳은 암스테르담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소도시이다. 길 가는 사람들 중 한국인은커녕 아시안도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백인 로컬들이 주로 모여사는 도시라 외출할 때마다 내가 완벽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게를 갈 때도, 카페를 갈 때도, 음식점을 갈 때도 점원에게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미안, 내가 여기 말을 못 해서...' 하며 웃고는 겨우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일상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한식은 좋아하지만 요리를 잘하진 못해서 한식이 그리울 때마다 마트에 몇 종류 없는 라면을 먹거나 한국에서 열심히 가져온 밥솥으로 이런저런 간단한 음식을 해먹으며 연명중이다(...)


다만 한 가지 적응이 도무지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네덜란드의 날씨이다. 여기 날씨는 참 궂은 편이다. 6월 초까지 내가 저녁에 패딩을 입고 다녔다는 사실을 한국 친구들에게 말하면 놀라 뒤집어질 것이다. (6월쯤에 한국은 꽤 더운 편이므로..) 1년 중 여름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쌀쌀하고, 흐리고, 비가 많이 오며,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천국이겠지만 나처럼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겐 네덜란드의 가을과 겨울은 견뎌내기 쉽지 않다.


이런 낯선 요소들과 또 그리 싫지만은 않은 요소들이 섞여, 하루하루를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다. 이곳이 나의 최종 종착지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5년 전의 한국에서의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한 것 같다. 한국 회사에서 하루하루 무기력함을 느끼며 막연하게 '해외에 가서 일하고 싶다'라고 상상하곤 했던 나는 지금 이곳에서 예상과는 조금 많이 다른 모습으로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오피셜 하게 만으로 나이를 계산한다고 한다. 덕분에 만 30살이 되기 불과 몇 달 전에 한국식으로도 20대로 시간을 돌려서 조금 더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늘 익숙하던 곳이 아닌 새로운 장소, 새로운 환경에서 맞이할 20대의 끝자락과 30대의 시작이 기대가 된다.


집 앞 카페에 파는 내 최애 메뉴 스무디볼. 오늘은 딸기 하나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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