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터 최종오퍼까지
이직 준비 1편: https://brunch.co.kr/@wlsdk6977/6
이직준비 2편: https://brunch.co.kr/@wlsdk6977/8
저번 포스팅에서 실무진 인터뷰를 진행한 두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C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피엠 두 명이 조인해서 인터뷰를 했고 꽤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현재는 회사에 UI 디자이너만 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UX와 UI 모두 담당해 주길 원했다. 유저 리서치 업무를 강조하는 걸 봐서 디자이너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해 줄 수 있냐고 해서 속으로 엄청 당황했다. 이 단계에서 벌써 포폴 프레젠테이션을요....? ㅎㅎ 다행히 바로 전 주말에 인터뷰 스터디에서 포폴 작업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서 그중 설명하기 가장 수월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골라 큰 어려움 없이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정도 준비조차 없었으면 더 삐걱댔을지도.
인터뷰를 진행하던 시기가 하필 12월 중순~말쯤이라 대부분의 회사가 휴가 모드에 돌입해서, 일주일 넘게 걸려 전화로 리쿠르터에게 답변을 받았다. 인터뷰어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니 다음 인터뷰 스케줄을 잡자고. 다만 지금이 휴가철이라 1월 초쯤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연락이 한동안 오지 않았다 (...) 어차피 다음 인터뷰로 가는 게 확정된 상황이니 딱히 초조해하지 않고 지켜보았는데, 몇 주 뒤에 같은 리쿠르터에게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자기가 오랫동안 휴가를 가 있는 동안 이 롤에 걸맞은 내정자가 이미 뽑혔고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그 일 처리 방식에 화도 좀 났지만 연봉 조건도 그렇고 합격한다고 해도 걸리는 부분이 많아서 여기서 중단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최종 오퍼를 받은 B사. 스크리닝 이후 총 3차 인터뷰까지 진행했고 1차는 디자인 디렉터와 프로덕트 오너, 2차는 같은 팀의 디자이너 한 명과 프로덕트 디렉터, 파이널에서는 1차에서 봤던 같은 디자인 디렉터와 프로덕트 VP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1차 인터뷰는 같이 실무를 할 디자이너가 인터뷰어라 behavioral questions 위주로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챌린지한 건 뭐였는지 등, 실제 현업에서의 태도나 행동 방식을 보는 질문들이 많았다. 인터뷰 스터디 때 이미 연습해 본 답변들이 대부분이어서 다행히 너무 패닉하지 않고 답변했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지금 회사에서 어떤 타임라인으로 일을 하는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뭔지, 내 디자인 목표가 무엇인지 등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질문들이었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은 구직활동에 있어서 항상 약점으로 느껴졌던 부분이라 최대한 신경 써서 말하려고 했다.
2차 인터뷰는 비교적 평이하게 진행되었다. 자기소개, 현 회사에서의 경험은 어떤지, 과거에는 어떤 조직에서 일했는지, 모바일 앱 디자인도 다뤄봤는지 등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나도 회사의 디자인 프로세스나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디자인 커리어 기회는 뭐가 있을지 등을 물었다. 유저 리서치 경험이 있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전 회사에서 그런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 이 또한 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유저 리서치를 이 회사에 조인한다면 꼭 해보고 싶고, 사실 현재 회사에선 그걸 기회가 없어서 대신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그 부분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았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포트폴리오에 그 부분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어서 진정성이 전달된 것 같다.
사실 1차에서 2차 인터뷰에서는 더 심도 있는 디자인 질문들을 받을 거라고 말하길래 호주 여행까지 가서 열심히 프레젠테이션 덱 만드느라 몇 주를 고생했는데 누구도 포폴 walk through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디자인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 대부분의 인터뷰 프로세스엔 이런 포폴 프레젠테이션이나 혹은 디자인 과제는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좀 의아하긴 했다. 그렇지만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딱히 자신도 없고 오히려 그걸 피할 수만 있다면 땡큐라는 생각에 굳이 나서서 나 프레젠테이션 해도 될까?라고 묻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조금만 더 용기 내서 해보겠다고 했다면 분명 플러스 요인은 되었을 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했다.
파이널 인터뷰에선 그다지 딥한 질문들은 나오지 않았고 대체로 각자에 대한 소개와 회사의 비전, 그리고 나는 내 커리어 이외에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등등 제너럴한 대화들이 오갔다. 질문들은 평이했으나 프로덕트 총책임자 같은 사람이랑 하는 인터뷰다 보니 가장 긴장되었다.
사실 1차 인터뷰 결과도 그렇고 파이널 인터뷰 결과 발표가 솔직히 더 놀라웠다. 인터뷰 후 한 시간도 안 돼서 왓츠앱으로 디자인 헤드에게 메시지가 왔다. 괜히 널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며, 너에게 오퍼를 주기로 했다고.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몇 달을 매진했던 나의 이직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벌써 이직 인터뷰를 본 지가 4개월이 다 되어가서 기억이 좀 흐릿해지는데, 해외 현지 기업에 취업한 건 처음이라 나에겐 꽤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을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기억이 남아있을 때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인터뷰는 언제 봐도 긴장되고 괴롭고 간절한 과정이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니 역시 구직에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만약 내가 그때 스터디를 하고 있지 않아서 애초에 지원을 하지 않았거나, 지원자 중 한 명이라도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고 있거나 컬쳐핏이 맞는 사람이 있었다면 난 떨어졌겠지...라는 생각에 역시 구직이란 건 어느 레벨부턴 내 컨트롤 밖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취업이나 이직이 어렵다고 느껴지신다면 그건 여러분의 능력 부족이 아닌, 현재의 암울한 잡 마켓 상황과 여러 가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답니다 ^^....)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어떤 결과든 조금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은 것 같아요. 혹시 궁금한 점이나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