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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림 Feb 02. 2020

그만두기 연습

서림의 '난대로' 사는 법

서림의 ‘난대로' 사는 법, 첫 번째 이야기.  

          




#1 . 그만두기 연습          


 흔히들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찾으라고 한다. 그러나 실은 하고 싶은 것과 진정 원하는 것을 헷갈리는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럴 때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해볼까? 생각했다가, 아니야, 하고 접었다가 다시 또 생각이 나면 저지르기. 해보고 아니면 물러서기.



시도하기 그리고 느끼기

내가 단순히 하고 싶었던 것들이라고 한다면, 대개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내 또래 친구들이 가는 유럽 배낭여행이라든지, 어떤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라든지, 우리 부모님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 저 친구가 다루는 악기라든지, 어떻게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던데 나도 해볼까? 하는 일들이었다.


  소심하기는 해도 호기심이 많은 나는, 생각나는 것들은 하나씩 다 시도해보았다. 대학생활 동안 밴드, 바이올린, 댄스 등 취미란 취미는 다 도전했었고 대학을 나와서는 그 동안 꿈이었던 출판사를 차리고도, 다른 재밌어 보이는 일들이 생각나면 많은 일들 또한 시도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벌일 줄 안다’는 것이다. 노래도 잘 못하는데 기어코 밴드 보컬로 지원한다든지, 혼자서 여행계획도 세우지 않고 아무 버스나 타보는 것이라든지, 사업이 떠오르면 당장 홍보 페이지를 만들어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만들어본다든지.


 그리고 나는 가만히 ‘느껴보는’ 편이다. 이 일을 해서 얼마만큼 재미있는가, 가치를 느끼는가, 성과와 상관없이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고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처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가도 이내 질리는 것들이 많았다. 그럴 때는 나는 주저 않고 그만 두었다.


때로 그만 두기 아까워서, 당장 손해인 것 같아 끌고 갔던 것들도 있다. 그렇게 미루다가 한 번은 ‘준비되지 않은 퇴사’와 같은 위험해 보이는 선택도 했었다. 그리고 몇 달을 다시 내 삶을 찾기 위해 고생하며 깨달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때를 늦추고 견디기만 했던 그 시간들이, 그 만큼 나중에 내 힘으로 메꾸어야 하는 짐으로 남는 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더 훈련하고 있다. 아닌 것 같은 신호가 올 때, 늦지 않고 그만두는 연습을.




내게 끝까지 남아 있는 것들

 이 그만두기를 연습하면서 얻게 된 것은 결국 '끝까지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이 아닐까? 어느 새 내 삶에는 ‘이건 진짜 나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남았다. 일도, 인연도. 취미도 말이다.


  주저 없이 시도하고, 접고를 반복하며 내 삶은 적절한 체계가 잡혀갔다. 끝내 ‘접히지 않은 것들’은 내 삶의 비전이 되는 소중한 소망으로 남았고, 좋아 보이긴 해도 내게 별로 맞지 않는 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자연스레 사라져갔다. '과감히 그만 두기'란 과감하게 내것을 찾는 다는 말이다. 


삶이 변했다. 밤을 새도 아깝지 않은 일들을 업으로 하니 수입도 늘었고, 삶의 전반에서 억지로 하는 것은 10분의 1도 되지 않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편안해진 건 , 삶에 불만이 줄어들면서 남을 욕하는 일도 삶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나는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듣기 시작했다.


  "얘가 놀랍도록 온전해졌어!"    


 여태까지 어찌되는 참아야 한다는 생각, 어찌되었든 '그만두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누가 내게 주입했던 것일까?



소망과 공상을 구분하다

 신기한 것은 ‘벌이는 일’과 ‘그만 접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지자, 하다가 그만두는 일도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택의 감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내가 뭘 원할지 금방 알게 되는 것, 진정한 내면과의 소통이 원활해진 것일테다. 그리고 '소망'과 '공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인간관계에서 어쩌면 가장 흔한 대화가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아무거나’라고 답하기 전에 진심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면종류가 당기는가, 밥종류가 당기는가, 아니면 초밥이 당기는가? 그러면 뇌의 어느 구석에서는 준비된 듯 답할 것이다. ‘오늘은 그 집으로 가라!’


나는 오늘도 가만히 느껴본다. 오늘은 뭘 하면 좋을까?









서림의 출판사, 메리포핀스북스

외롭게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세상에 없던 영어책,

#너를 영어1등급으로 만들어주마

https://blog.naver.com/marypoppins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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