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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han KIM Sep 09. 2020

친구, 그래서 좋지

친구, 그래서 좋지


                     - 김 정 한




오랜 세월 연락도 없이 잊고 지내도

만나면 언제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는

친구, 그래서 좋지


벗고 있지 않아도

벌거벗은 마음으로 앉아

석쇠 위 고기처럼

옛날을 뒤집어 가며

가장 맛있는 안주는

우릴 괴롭힌 선생님이라고 웃어 젖히던

친구, 그래서 좋지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일이라며

어릴 적 꿈일랑 만화책 덮듯

옆으로 밀어둔 채

고달픈 세상살이에 어깨 처진 친구 위로하는

친구, 그래서 좋지

 

먼 동이 희붐하고서야

각자 발걸음 달리 흩어지며

새로운 나날에 파묻혀 잊고 지내도

다음 또 만나면 이처럼

쓴 소주 한 잔에도

밤새도록 웃을 수 있는

친구,

그래서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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