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래서 좋지
- 김 정 한
오랜 세월 연락도 없이 잊고 지내도
만나면 언제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는
친구, 그래서 좋지
벗고 있지 않아도
벌거벗은 마음으로 앉아
석쇠 위 고기처럼
옛날을 뒤집어 가며
가장 맛있는 안주는
우릴 괴롭힌 선생님이라고 웃어 젖히던
친구, 그래서 좋지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일이라며
어릴 적 꿈일랑 만화책 덮듯
옆으로 밀어둔 채
고달픈 세상살이에 어깨 처진 친구 위로하는
친구, 그래서 좋지
먼 동이 희붐하고서야
각자 발걸음 달리 흩어지며
새로운 나날에 파묻혀 잊고 지내도
다음 또 만나면 이처럼
쓴 소주 한 잔에도
밤새도록 웃을 수 있는
친구,
그래서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