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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han KIM Apr 11. 2020

첫 눈 오던 날

        - 첫 눈이 오던 그 해 겨울 날, 여우고개에서.

  1.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이 내리 는 눈에 골짜기의 모든 것이 온통 한 색이다. 돌투성이의 좁은 비포장 길은 눈에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얼마되지 않은 산비탈 묵밭도, 산 봉우리들도 어느새 덧 씌워지는 눈에 제 모습을 잃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미 변해 버렸다. 생선가시처럼 앙상한 나뭇가지 위조차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이 쌓여 간다. 모든 것이 벽에 걸린 액자 속의 한 점 유화처럼 정지된 화면 속으로 낡은 24 인승 버스 한 대가 다가 온다. 더 할 수 없이 느린 속도로 기어오는 버스는 돌 투성이의 고르지 못 한 비포장 길이어서 좌로 우로 뒤뚱거리며 버스 지붕에 쌓인 눈을 길 위 흩뿌린다. 

  눈을 가득 뒤집어 쓴 몇 채 되지 않은 낡고 작은 농가가 인근에 흩어져 있는 길 가의 판자를 얼기설기 붙여 놓은 쓰러질듯 초라한 가게 앞에서 버스가 멈춘다.


  " 손님! 다 왔어요. "

  어지러이 흩뿌려지는 눈송이들을 마치 벽에 걸린 판화를 바라 보는 것처럼 차창을 통해 바라보던 한 사내가 기사의 외침에 문득 놀란듯 운전석을 바라본다. 룸 미러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쳐다 보는 기사의 눈빛이 거울을 향해 고개를 든 목덜미를 덮는 장발의 뒷머리와 함께 사내의 눈에 들어 온다. 길 위에 점점 쌓여 가는 눈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오늘 하루는 공쳤다고 말하는 것 같이 근심에 차 있다.


  " 여기가 여우고개 입구요. 고개로 올라 가는 저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눈때문에 올라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문을 향해 다가 가며 기사 옆으로 지나치자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을 들어 사내에게 길을 가리킨다.

  " 그런데 거긴 웬일로 가시우? 그 곳엔 화전민들 밖에 없는데... 누굴 만나러 가는 거유? "

  어딘지 모르게 근심에 찬듯한 눈망울을 한 사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일 뿐이다. 기사는 사내의 멋적은 태도에 어색한 듯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는다. 버스는 마치 화선지 위에다 검은 먹물 한 점을 찍듯 사내를 내리곤 곧바로 갈 길을 간다.

 

  사내는 쉴새 없이 쏟아 붓는 하늘을 향해 올려다 보며 잿빛 하늘이 한결 어두워진 것에 마음이 더욱 무겁게 가라 앉는 것을 느낀다. 길게 한 숨을 내 쉰 사내는 곧장 정류장 바로 옆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웅크린 채 눈을 덮어쓰고 있는 가게 앞으로 다가가 오랫동안 들러 붙은 묵은 먼지로 인해 본래의 빛을 잃은 네 개의 작은 정방형의 유리가 달린 나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선다. 가게 안은 유리창에 앉은 만큼이나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빛 바랜 과자 봉지들이 합판으로 그저 형태만 갖춘 평상 모양의 진열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오래 전부터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연통을 지탱하고 있는 녹슨 철사줄이 거미줄처럼 쳐진 천정 아래엔 막 피웠는지 아직 불기가 제대로 오르지 않은 역시 녹이 슨 십 구 공탄 난로 하나가 앉아 있다. 


  인기척을 들었음인지 백발의 노파가 누렇게 색이 바랜 창호지로 댄 쪽문을 열고 내다본다.

  " 뉘시우? "

  한 눈에 봐도 이 지방 사람이 아님을 알아챈 노파가 족히 이 삼일 동안은 면도를 하지 않은듯 덥수룩한 얼굴의 사내를 가늘게 뜬 어두운 눈으로 바라 본다.

  " 무슨 일이우? "

  갑자기 말문이 닫힌듯 사내가 대답을 하지 못한다.

   "..."       

   " 필요한게 있으면 말을 해야제."

   " 저어... 거북선 하나 주세요."

   " 잠시 기다리슈. 근데 이 눈 속에 어디로 가는 거유? "

   담배를 가지러 몸을 돌리다 말고 던지는 노파의 뜻밖의 질문에 사내는 대답을 않고 눈만 껌벅이며 어물쩡거린다. 유리창을 등지고 선 사내의 검은 실루엣 속에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어색하게 다가오는 눈빛이 뭔가 대답하기 곤란한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답을 기다리지 않고 노파는 방으로 사라진다.

          

노파의 뒷모습에서 눈을 돌려 향한 창밖으로는 가늠할 수 없이 많은 눈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며 조금 전 지나간 버스의 바퀴 자국마저 흔적도 없이 덮여서 사라져 버린 것을 보며 사내의 미간도 찌푸려진다.

                                  


  2

         

  " 첫눈 치고는 너무 많이 오는구나."

  근심어린 눈빛을 한 여인이 한 뼘 남짓한 작은 유리들을 모자이크처럼 끼워 맞춘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둔채 힘없이 중얼 거린다.

  " 엄마, 아빠 오고 있어? "

  " 아니... 그런데, 아빠가 이 눈속을 어떻게 오고 있을까..."

  " 아빠가 곰돌이 사가지고 온댔는데..."

  여인은 느타리 버섯을 키우고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 옆에 놓아둔 놋쇠대야 위에 수북히 쌓인 눈이 점점 더 높아 가는 것을 보며 심상찮은 느낌을 받는다.

  " 시원아, 아빠가 꼭 곰돌이를 가져 올거니까 자꾸 보채지 마."

  " 빨리 안오니까 그러지 뭐."

  " 그러면 엄마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께."

  " 싫어. 엄마가 하는 얘긴 하나도 재미 없어."

  " 왜, 엄마는 아주 재미 있는데? 시원이가 재미 없이 들으니까 그렇지."

  여인은 입술을 실룩이며 짐짓 섭섭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이를 감싸 안는다.

  " 그래도 아빠만큼 재미 없어."

  " 시원이 자꾸 그러면 엄마 정말 섭섭해."

  아이는 딴청을 부리는듯 대답은 않고 여인의 품을 벗어나 방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아 당긴다. 새로 손질한지 얼마 되지 않은듯 깨끗하고 하얀 창호지를 바른 문이 힘들이지 않은 아이의 손으로도 활짝 열린다.

 " 시원아, 왜 그러니. 춥잖아, 어서 문을 닫어."

 " 싫어. 나 곰돌이 만들러 나갈거야."

 " 곰돌이? "

 머리를 갸우뚱거리던 여인이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는 빙그레 웃으며 일어나 아이에게 다가 간다.

  " 그래, 엄마가 만들어 줄께."

  방문을 열고 툇마루에 나선다. 싸늘한 공기와 함께 아이의 주먹만한 눈송이들이 쏟아지는 걸 본 여인은 이 눈이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가 꺾여 떨어지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울려 오는 것을 듣고는 댓돌에 놓인 신발을 신다가 아이의 조막손을 더욱 세게 꼭 잡고는 나즈막히 속삭인다.

" 시원아, 지금은 눈이 너무 많이 오니까 다시 방에 들어 갔다가 나중에 그치면 다시 나와서 엄마가 아주 큰 곰돌이를 만들어 줄께.

  " 싫어, 나중에 춥다고 안만들어 줄려고 그러지? "

  " 시원이는 엄마가 거짓말장인 줄로 아나봐."

  " 그래, 전에도 그랬잖아. 그래서 아빠가 만들어 줬잖아."

  " 그랬니? 그럼 엄마가 안되겠구나."

  빙그레 웃으며 아이를 달래지만 아이의 눈빛은 들어 가기 싫다는 표정이다. 찬 공기에  아이의 볼이 발갛게 익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어린 아이의 말이니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괜시리 가슴이 뜨끔하게 느껴진다.

    ' 올 핸 그 동안 눈이 오지 않았어, 이 눈은 첫눈이야. 그런데 내가 그랬다고 기억한다면 작년의 일인데... 정말 작년에 그랬었다면... 나두 원, 얘가 뭘 기억한다구? 이 쬐끄만 녀석이...'

   " 시원아, 엄마가 언제 그랬다는 거니? 이 번엔 그러지 않을께."

   " 그 때 저 집 지으며 그랬잖아, 아빠가..." 하며 아이가 비닐하우스를 가리킨다.

   " 으응, 그랬어? " 여인은 아이의 눈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 아니, 인석이 정말 작년 일을 기억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전의 일도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

    여인은 미간을 좁히며 세 살박이를 데리고 이 산골을 찾은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며 체머리를 흔든다.

   

   " 그래, 만들어 줄께..."

   섬돌 아래 내려 서자 쌓인 눈 속으로 발목이 푹 빠진다. 발을 옮기자 고무신이 눈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발만 들려진다.

   " 시원아, 이 것 좀 봐... 이렇게 신발까지 벗겨지며 엄마 발이 시려운데도 지금 꼭 만들고 싶어? 우리 시원이는 엄마가 추운게 좋은가봐."

   아이가 여인의 발을 보더니 시무룩해진다. 잠시 갈등을 느끼는 꼬마가 그답지 않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삐죽이며 말을 꺼낸다.

   " 그러면 엄마 맘대루 해."

   여인이 빙긋 웃으며 자신의 따뜻한 손으로 아이의 차가운 볼을 녹이려는듯 아이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싼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랜다. 

   " 우리 시원이 정말 착하구나. 대신에 엄마가 맛있는 떡 만들어 주고 내일 곰돌이 만들어 줄께."

   " 정말? 큰 곰돌이 만들어 줘야해!"

   " 그럼, 우리 시원이 점심도 제대로 안먹었는데 엄마가 맛있는 걸 꼭 만들어 줘야지.먹고 나서 나중에 눈사람도 만들고 큰 곰돌이도 만들어 줘야지."

   마지못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루로 오르기 위해 돌아서던 아이가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며 환히 웃는다.

   " 야아! 아빠다."

   그와 동시에 여인의 고개가 아이의 눈길이 가리키고 있는 곳으로 돌아 간다.

   

   집 앞으로 조그맣게 펼쳐진 눈덮인 텃밭 아래로 나있는 산판길을 따라 누군지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복숭뼈까지 빠지는 눈길을 허우적거리며 다가 오는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실눈을 뜨며 자세히 바라 보던 여인은 남편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 누구지? 어디서 보았더라? '

   아이는 여인의 의문에는 아랑곳 않고 눈 속의 사내를 향해 소리친다.

   " 아빠아! 아아빠아...! "

   아이의 외침에 일순 멈추고 자신과 아이를 향해 바라 보는 사내의 모습을 보며 여인은 순간 차마 상상도 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 아아니... 그럴리 없어..."

   순간 여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 나온다.

    

   사내의 무릎까지 빠지는 발걸음이 빨라지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여인은 아이의 손을 잡아 끌며 툇마루로 올라 선다. 갑자기 토하는듯한 큰 외침이 여인의 귓전을 때린다.

   " 정아! "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면서 함박눈을 실어오는 바람보다도 더 차가운 기운이 가슴을 쓸어가는 것을 느낀다.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열기 위해 재빨리 문고리를 잡았지만 굳어 버린 다리가 말을 잘 듣질 않는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 모습이 하루 종일 기다리던 아빠가 아닌 걸 알아 챈 아이가 묻는다. 

    "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

    " 시원아... 어서..."

    의아해하는 아이의 시선을 피하며 다만 손목을 잡아 끌어 당길 뿐이다. 순간 다시 들려 오는 애타는듯 하면서도 정감 어린 목소리.   

   " 정아! "

    여인은 아이의 겨드랑이에 두 팔을 넣어 들고는 방안으로 들어 가서는 동그란 문고리에 걸쇠를 얹어 문을 잠그곤 아이와 함께 이불이 덮인 아랫목으로 가 앉는다. 하지만 아랫목의 훈기에도 아랑곳 없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몸을 가누지를 못한다. 온갖 생각이 주마등처럼 흘러 가며 언제인지 짐작도 하기 어려운 오래된 기억들이 머리 속에서 어지러이 뒤섞인다. 얼마를 지났을까, 눈 위를 사각거리는 발자욱 소리가 가까워진다. 더욱 초조해지는 마음을 달래려는듯 아이를 품안으로 끌어당겨 꼭 껴안는다.


  3

                                      

  툇마루 앞까지 닿은 사내는 비록 처음 와 보는 집이지만 작고 좁은 툇마루가 있는 새를 덮은 오두막이 왠지 낯설지 않고 마치 고향집에 온듯한 편안한 마음을 느낀다. 깊은 눈 속을 힘들여 걸어 온 탓인지 다리는 뻐근하고 한결 무거워졌지만 전혀 피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후우..."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친다. 두껍게 겹쳐 입은 속옷 안에서 가슴팍의 골을 타고 명치 끝을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조금 전 아이의 손을 잡고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 가던 여인의 뒷모습을 머리에 그려 본다.

  ' 그래, 맞아. 분명히 맞아. 틀림 없어, 바로 찾아 온 거야...'

  섬돌 아래로 뒹굴고 있는 여인의 다급하게 벗어 던진 고무신을 보며 사내는 그 신 임자의 작은 발을 머리 속에 그려 보고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크게 외친다.

  " 정아! "

  "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

  여인은 대답 대신 아이를 더욱 세게 끌어 안을 뿐이다.

  방문 밖에서 잠시 침묵이 흐른다. 어쩐지 사내의 가쁜 숨소리가 방문의 창호지를 뚫고 들려 오는 것같이 느껴진다.

  " 엄마, 아빠 친구 아냐? "

  여인은 대답없이 아이의 목덜미를 당기며 더욱 세게 안을 뿐이다. 파르르 떨라는 엄마의 손바닥을 느끼며 아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 엄마, 문 열어줘? "

  " 안돼! "

  갑작스런 여인의 큰 목소리에 아이는 깜짝 놀라며 제 엄마를 쳐다 본다. 여인의 창백한 얼굴과 젖어있는 눈시울이 아이의 눈에 들어 온다.

  그순간 방문이 덜거덕 거리면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 온다.

  " 정아, 정아! "

 낯선 사람이 제 엄마의 이름을 아는 것이 신기한 듯 아이는 여인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다시 한 번 묻는다.

  "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저 아저씨 엄마 이름 아나 봐."

  순간 여인의 팔이 힘없이 풀리면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아이가 재빨리 그 품을 빠져 나와 단번에 방문 앞으로 다가 가서 걸쇠를 잡아 당긴다.

  " 안돼, 시원아."

  어쩐지 그 목소리에 울음이 묻혀 있는 것을 느끼는 것과 함께 어느새 열린 문 밖에서 방안의 엄마를 뚫어질 듯 무겁게 쳐다 보는 굳은 인상의 낯선 사람의 얼굴이 아이의 눈에 가득 찬다.

  " 아.. 안돼..."

 고개를 되돌린 아이는 두 손을 얼굴에 가리며 흐느끼는 엄마의 모습을 보곤 입을 삐죽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곤 여닫이문을 닫아 버린다.

  " 정아! "

  곧 바로 방문을 다시 열리면서 눈에 젖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성큼 들어 서는 사내를 따라 차가운 바깥 공기도 함께 묻혀 들어 오는 듯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에 와 닿는 것을 느끼는 여인은 사내를 보지 않고 품안으로 파고 드는 아이를 끌어 안으며 나즈막이 속삭이듯 말을 꺼낸다.

  " 오랜만이군요."

  정신을 가다듬고 감정을 다스리 듯 숨길을 고르며 큰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쓰지만 더 이상 어찌 할 도리가 없는지 떨리는 목소리가 사내의 귓전으로 메아리친다.

  "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정아."

  " 네, 이 눈 속을 뚫고 오시느라 수고도 많았구요. "

  " 흠..."

  겨우 문지방만 넘어 선 사람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내뱉는 그 말이 결코 반가운 목소리가 아님을 바로 느끼며 사내는 아무 말 없이 한숨만 내 쉰다.

  "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 것 같아."

  " 아뇨, 우리 사이에 언제 할 얘기가 있었던가요? 더욱이 지금은..."

  사내는 대답 대신 미간을 가볍게 좁히며 이제야 생각이 난 듯 외투 안쪽의 호주머니를 양손으로 더듬으며 거북선 한 개피를 꺼내며 바닥에 주저 앉는다.

   등을 돌리며 외면하는 분위기가 어색해 사내는 아랫목 쪽 벽으로 시선을 던진 채 힘없이 말문을 연다.

    " 그래 알어. 내가 너무 늦게 왔다는 거..."

    사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결 격앙된 여인의 목소리가 가로 막는다.

    " 늦다구요? 아뇨, 늦은게 아니죠. 이젠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아무 것도 아니예요. 난 오빠가 이렇게 날 찾아 다닐 줄은 정말이지 생각지도 않았어요."

   " 정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내가 늦게 왔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너가 기다리기로 하지 않았니."

   " 네, 그 땐 그랬었죠, 하지만 이젠 아니죠, 어떻게 6 년 동안이나 기다릴 거라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세상을 등지고 떠나며 잊어라고 한 사람을 어떻게!"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곤 한 모금 깊게 빨아 들이며 한결 차분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 그래, 너가 화내는 거 다 알어. 하지만 아직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다시 한 번 여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사내의 말을 가로 막는다.

    " 아뇨, 들을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제발 가 주세요."

    " 정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사내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여인의 눈동자를 꿰뚫을듯 바라 본다.

     " 난 오빠가 찾고 있는 옛날의 그 은정이가 아니란 말입니다."

    순간 여인의 어깨가 품안에 있는 아이에게로 무너지며 오열을 쏟는다. 영문을 모른 채 어른들의 말다툼 속에서 눈치만 살피던 아이는 제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 덩달아 울음을 터뜨린다.

    말 없이 천장을 바라 보며 담배만 빨아 당기던 사내의 손이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등을 두드리며 끌어 안는 여인의 어깨를 살며시 잡지만 여인은 사내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등을 돌린다.

  " 그럼 이 아이가..."

  여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사내의 말을 막는다.

   " ...얘가 왜요? 얘는 당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돼. 처형을 만나서 다 들었으니까."

   " 처형이라뇨, 어떻게 해서 우리 언니가 당신의 처형이 되나요. 이젠 그런 생각부터 버리세요. 이젠 그런 관계 따위는 없느니까 당신이 원하던 대로 계속 가던 길을 가란 말예요." 

  " 다..당신? 날 더러 당신이라..."

  " 왜요, 왜 그렇게 말 못 해요? 이젠 우리 사이에 남은 것 없잖아요. 그냥 남일 뿐이잖아요."

  사내는 말없이 담배만 피울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담배연기로 가득 차는 작은 방 천장을 바라보다 시선을 옮기면서 한참을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고르며 졸음이 오는 듯한 눈을 깜박이는 아이를 바라 본다.

 " 언니에게서 이야길 들었으면... 다 알겠군요..." 

  흐느낌을 멈추고 여인이 조용히 말을 꺼낸다. 

 " 음..."

 " 그러면 여길 오실 필요가 없잖아요. 당신은 당신 갈 길로 나는 나대로..."

 " 아냐,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은 이제 아무런 의미없는 것들이야. 그래서 오로지 너만 생각하며 모든 것을 버리고 여기로 온 거 잖아..."

 " 그럼 날 위해 파계를 했다는 뜻이예요? " 

깜짝 놀란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을 피해 사내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없이 천장만 바라만 볼 뿐이다.

 " 정말이지..."

 여인은 할 말을 잊은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흔든다. 다시금 생각에 잠기다 머리를 가로 저으며 내뱉듯 말을 던진다.

 " 당신을 정말 알 수 없군요. 하지만 난 잘 알아요. 비록 지금은 마음이 변해 이렇게 찾아 왔지만 언젠가는 또 떠날 것이라는 것을..."

 " 아냐, 그 건 오해야."

 " 아뇨, 천만에요. 전 잘 알죠. 그 때 내 곁을 떠나기 전 했던 말이 있어요. 비록 그 땐 이해를 못했지만 그 이후로 알게 되었던... 아마도 기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니."

 " 라후라."

 " 라후라? "

 " 네. 라후라라고."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냐이 듯 사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 본다.

  사내의 눈을 되 쳐다 보며 여인은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 날 보고 때때로 그랬어요. 만약 아이를 보면 더욱 더 그랬겠죠."

  " 그 건 오해야."

  " 네, 오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비록 그 땐 무슨 말인지를 잘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잘 알죠. 부처님이 부인에게 했다던 그 말, 나 역시도 그런 장애물이라는 것. 하지만 이젠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더 이상 우리 사이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아무리 당신이 변했다 해도..."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은 여인이 사내의 눈을 쏘아 보며 말을 잇는다.

 " 이젠 내가 변했다는 걸 아시겠어요? 그리고 여기는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으니 당신이 가던 길을 바로 가세요."

 " 왜 그래, 정아. 아냐, 넌 변하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너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잖아."

 " 왜 없어요. 수행하는 사람이 얻고자 하는 것이 도가 아닌가요. 어째서 날 원한단 말이예요? "

 " 아냐, 이젠 그렇지 않아. 도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바로 너라는 것, 지금이라도 널 찾아서 그 동안 풀지 못 한 인연을 함께 풀어 가는 것이 더욱 참된 것이라는 것을 말야."

 " 하지만 이젠 내가 그 때의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 아냐, 정아! 아직 넌 그대로라고 했잖아. 그리고 이제부터 우린 잘 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여인은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다.

 " 아뇨. 너무 늦었어요."

 " 무슨 말이야. 자꾸만 엉뚱한 소리만 하니... 그래 화가 난건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 했어. 앞으론 잘 할께."

 " 아니... 내가 무슨 엉뚱한 소릴 한단 말예요? 내가 여기 살고 있는 이유를 정말 모른단 말이에요? "

 " 뭘? "

 " 그럼 언니한테서 들었다는 것은 뭘 들었다는 거예요? "

  방바닥을 바라 보던 눈을 들어 사내를 향하며 의문에 찬 눈길을 던진다.  여인은 가슴에 담고 있는 진실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란 희망을 담은 눈빛으로 사내의 눈을 살핀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의 유난히 검은 눈동자만 발견하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을 느낀다.

 " 무슨 일이 있었어? "

 여인은 다만 눈물만 글썽일 뿐 대답을 못한다.

  " 무슨 일이야. 말을 해 봐."

 고개를 숙인 채 가로 저으며 다시 또 흐느낀다.

 그제서야 원하지 않는 미심쩍은 것이 확신으로 변하며 그 동안 쌓아 올린 기대가 가슴 속에서 일시에 무너지는 절망이 느껴지며 사내는 좁혀진 미간의 양 쪽 눈썹 끝이 올라간 표정으로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한다.

  " 아아니...이럴 수가..."

  "그럼 내가 여기서 당신 오기만을 기다리며 독수공방하고 있을 줄 알았나요? 대체 언니한테서 뭘 들었느냔 말예요!"

  사내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으며 여인과 아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다 방 한 구석에 놓여져 있는 작은 서랍장 위의 사진이 비로소 눈에 들어 오는 걸 느낀다. 

  " 그러면 왜 왔으흐흐흑..."

  " 안돼, 그럴 순 없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여인의 어깨를 붙잡아 흔드는 사내의 입에서 제 성을 못이긴 탄식이 스며 나오며 눈물이 흘러 내린다. 흔들리는 어깨 위 에서 핏기 잃은 여인의 얼굴이 함께 흔들린다. 

  눈에 파묻혀 가라 앉은 오두막에서 울려오는 두 사람의 울음 소리가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꺾어지는 나뭇가지들의 소리와 함께 어울어 지며 골짜기를 타고 흘러 내려 간다. 억수처럼 쏟아지던 눈은 어느덧 멎어 있고 나뭇가지 위의 작은 눈송이만이 바람에 하나씩 둘씩 흩날린다. 가뜩이나 흐린 하늘이 저녁으로 기울어지며 더욱 어두운 잿빛으로 변한다. 

  얼마나 흘렀을까,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울음을 멈춘 사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넋두리하듯 나즈막하게 속삭인다.

  " 그러지 말고 우리 함께 떠나자."

  " 이젠 그럴 수 없어요. 너무 늦었어요. 그냥 날 내버려 두고 어서 떠나세요."

  " 안돼, 널 두곤 갈 수 없어."

   " 왜 안 된단 말이예요? 이제 와서... 이젠 다른 사람의 아내일 뿐이고 그 사람이 곧 돌아 올 거예요."

   " 도대체 누구이길래 그 사람을 떠나지 못한다는 거야."

   " 그럼 이렇게 찾아 왔다고 해서 고무신 거꾸로 신고 오빠 따라서 떠나는 것이 쉬울 줄 알았나요? 이렇게 불쑥 와서 가잔다고 한 마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내게 있었던 일이 모두 쉽게 던져 버릴 수 있는 가벼운 것으로 생각하셨나요. 아무리 속세를 떠난 사람이라지만 어떻게 속세의 사람 일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세요."

  " 그런 뜻이 아냐. 난 다만 너가 기다린다고 믿었었고 언제든지 돌아 갈 수 있을 거란 생각 뿐이었어."

  " 내가 춘향인줄 아세요? 제발 그런 환상 버리세요."

  " 환상이라니, 너의 마음을 아는데도."

  " 어떻게 제 마음을 아신단 말예요. 저도 잘 모르는 제 마음을."

  " 너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사내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떨군다.

  " 정말 잘 못 봐도 한참 잘 못 보고 하시는 말이예요."

  " 그러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 우리라뇨. 우린 끝난 거잖아요, 그 때 당신이 몇 날 며칠 밤을 자지도 않고 괴로워 하다 그냥 쪽지 하나 달랑 던져 두고 떠난 그 날로!"

  " 왜 끝났다고 생각하니, 시원이가 있고 나도 있으니..."

  " 네에? 시원이라구요? ... 얘는 박인철의 아들 박시원이지 이진수의 아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 정아,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니? "

  " 자, 보세요, 이젠 우린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설령 이 아이가 당신 아이라 하더라도 이 애를 당신 아들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

  " 정아..."

  당황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사내의 얼굴을 향해 여인은 계속 말을 던진다.

  " 얘가 어떻게 당신 애라고 생각 하세요? 얘가 났을 땐 아빠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없었어요. 아니 있다고 해도 어디 있는 줄도 모르고, 알았다 하더라도 나타나지 않을 사람이었으니까!" 

  " ......"

  " 얘가 이세상에 나왔는지 않은지도 모른 채 나조차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신경쓰지 않고 지내다 이제 와서 애 아빠라고 주장할 수 있어요? 얘가 아플 때나 아빠를 찾을 때 당신은, 그럼 대체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요. 속세를 등지고 절간에 있지 않았나요? 이제야 겨우 마음 잡고 살아 가고 있는데 지금에서야 나타나서는 어떡하겠단 말예요. 흐흐흑..."

  " 정아! "

  " 흐흐흑..."

  다가가 껴안는 품 안에 얼굴을 묻으며 오열을 쏟는 여인을 사내는 더욱 세게 끌어 안는다. 가슴 속 솟구치는 울분을 어떻게든 삭히려는 듯.



  4

 

  " 여보! 시원아! "

  창호지를 뚫고 들어 오는 낮은 목소리, 순간 방 안의 두 남녀의 눈동자가 마주친다.

  " 원, 첫눈이 이렇게나 많이 와서야..."

  그와 동시에 방문이 열리며 작은 방 안으로 그 목소리가 들어 온다.

  " 우리 시원이는 자고 있...? "

  두 사람의 격앙된 목소리에 놀라운 표정으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랫목에  앉아 있는 아이의 얼굴과 함께 낯선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자 방 안으로 들어 서다 말고 흠칫 놀라며 목소리가 멈추어 버린다.

  "... 아... 당신이군요..."

  " ... 으응, 그런데..."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까닭 모를 당혹감이 여인의 얼굴 위로 번지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방문을 연 굵은 목소리의 의문에 찬 눈빛을 읽은 여인이 방바닥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며 고르지 못한 숨소리에 뒤섞인 두근거리는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한다.

  " 오호... 어머... 내 정신 좀 봐...여보... 이제 오...세요...?"

  마른침을 삼키며 한숨을 한 번 내뱉곤 다시 말을 잇는다.

  " 좀 늦었네요..."

  여인의 당황하는 모습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짐작하는 순간 재빠르게 방 안쪽에 앉아 있는 사내를 돌아 보던 여인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 간다. 

  " 여긴... 제...오빠예요."

  " 으응? 오빠?... "

   굵은 목소리의 시선이 순간 모든 빛을 빨아 들이는듯한 깊고 검은 사내의 눈동자 위로 스쳐 지나간다.

  "정아, 잠시만..." 

  방바닥에 앉은 사내가 말을 꺼내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여인이 남편의 입에서 무어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말을 이어 간다.

  " 당신은...잘 모르실 거예요.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서 연락이 잘 안 되었던..."
   " 아니, 당신 오빠는 한 사람 밖에 없다고 했잖아."

  "... 아, 그게 친오빠가 아니라... 사촌오빠..."
  " 그래? ... 사촌 오빠? 당신에게도 사촌 오빠가 있었어? 그러면 그 동안 왜 연락을 안 드렸어, 당신..."
  "... 그게... 오빠가 워낙 먼 곳에서 사시니... 어디 계셨댔죠?" 

  여인은 얼굴을 돌리면서 사내에게 한 쪽 눈을 살짝 감으며, 
  "... 저, 전에는 지리산에서 약초 캐며 산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어디 사세요?" 

  여인의 초조한 눈빛이 사내에게 느껴진다. 

  당혹스런 표정과 함께 내 천자가 그려진 미간이 좁혀지는 사내의 얼굴이 굵은 목소리의 눈에 들어 온다. 

  순간 굵은 목소리가 빙그레 웃으며 여인을 잠시 바라 본 후 사내에게로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한다.

  사내는 저도 몰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 굵은 목소리가 내미는 손에 자신의 손을 맡긴 채 그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 본다. 

  " 인사가 늦었습니다. 진작에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 이거야 원 실례가 큽니다."

  갑작스런 뜻 밖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사내는 대답을 못한 채 다만 처음 마주 대하는 굵은 목소리의 그 얼굴만 살필 뿐이다.

  " 왜 진작 이야기 안 했어. 그 동안 한 마디도 없더니." 

  여인을 향해 나무라듯 말을 던진다.

  "...언제 당신이 묻기나 했어요? ...관심도 없었으면서..."

  " 자 앉으시죠. 집이 누추해서 부끄럽습니다."

  " 아니, 난..."

  사내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여인의 남편은 손을 잡아 끌며 이불을 걷어 젖힌 아랫목에다 방문객을 앉힌다.

  당혹감과 거부감이 뒤얽힌 마음이 교차하며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채 굵은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가는 자신의 모습에 은근히 부아가 난 사내는 끓어 오르는 속을 주체치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 여보 뭘 해. 형님이 추우신가 봐. 따뜻한 찌개에 술 한 상 좀 준비해, 어서!  눈이 그쳤기에 망정이지 나도 얼마나 오들오들 떨었는지..."

  방문을 향해 던져지던 굵은 목소리가 사내의 얼굴에 와 닿는다.

   " 제가 나가서 얼른 아궁이에 장작을 더 넣을게요."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다듬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간신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꺼내는 여인에게 굵은 목소리가 거든다.

   " 아냐, 장작은 내가 할테니 당신은 술상부터 마련해."

   굵은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면서 어찌할 줄 모른 채 멍하니 서있는 여인의 팔을 끌어 당긴다.

두 사람이 방문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 보던 사내의 등이 닻이 풀린 배처럼 힘없이 아랫목 벽으로 스르르 넘어 간다.

  " 아..."

  지긋이 감은 눈꺼풀 사이로 흘러 내리는 눈물이 두 볼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을 느끼며 여인을 찾아 걸어 온 산판길 따라 내내 흩날리는 눈송이들이 가득 쌓이던 작은 골짜기들이 머리 속으로 펼쳐지는 것을 생각한다. 


  무릎까지 쌓인 길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가면서도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 모퉁이 하나 하나 돌아 나아 가면서 하늘이 산꼭대기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설레는 마음에 더욱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분에 마음이 하늘 높이 떠 오르는 것을 느끼며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며 걸었던 길을... 탄력이 붙은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며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쉼 없이 쏟아지는 눈송이도 전혀 귀찮지도 않고 털어 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 보는 고개 위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고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 보인다. 사내의 입이 벙긋 열리며 두 팔을 펼친다. " 정아! " 


  갑자기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란 아이가 눈을 뜨며 소리가 난 곳을 쳐다 본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더욱 어두워진 방 아랫목으로 옆에 늘 있었고 또 있어야 할 엄마는 보이지 않고 낯에 보았던 꺼칠해 뵈는 수염이 가득한 낯선 어른의 잠든 모습만 보여 무서움이 느껴진다.

  " 엄마! "

  갑자기 낯선 곳에 홀로 내 팽겨쳐진 듯한 두려움과 외로움 섞인 야릇한 기분을 느낀 아이가 방문을 향해 벌떡 일어 나며 소리친다. 그 소리에 선잠을 깬 사내의 눈에 고리를 당기며 문을 활짝 여는 아이의 뒷모습이 저녁 어스름 속에서 잿빛으로 변한 설경 속에서 검은 그림자처럼 눈에 들어 온다.

  " 시원이냐? "

  장작 패는 소리와 함께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 아빠야? "

  " 그래 아빠다. 시원아, 추우니까 도로 들어 가."

  " 싫어. 이상한 사람 있어..."

  " 하하하... 이상한 사람 아냐, 외삼촌이야. 괜찮으니까 어서 들어 가, 추워..."

  머뭇거리다 말고 문을 닫고는 툇마루 밑으로 굴러 가는 작은 발자욱 소리가 여인과 남편에게 들린다.

  " 나오지 말래도. 춥다니깐."

  " 내버려 두세요. 지가 싫어서 나온 건데..."

  가늘게 떨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좁든 공간 속을 공명하듯 울리면서 사내가 기대 앉은 벽 뒤에서 들려 온다. 

  " 다 했어? "

  " 아... 아뇨..."

  " 술상 차리는 게 무에 오래 걸려? 소를 잡아? 나 장작 다 했어. 방에 들어 갈 거니까 얼른 가져와."

  " 잠깐만 시원이 아빠."

  " 왜? "

   "......"

   " 왜 그래?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당신 이상해, 좀...? 귀한 손님이 와서 너무 좋아 어안이 벙벙해 그러나, 하아? "

  바깥에서 주고 받는 말소리가 마치 꿈 속인 듯 아련하게 들려 오며 그의 굵은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 있는 것을 느낀다.

  "......"

  " 왜 그래. 어서 말을 해 봐. 얼른 들어가야 할 것 아냐, 방안에 손님을 두고..."

  " 아녜요...상이...무거운 것 같아서..."

  " 참 별소릴, 늘 들고 다닌 걸 가지고 새삼스레... 시원이는 부엌에 들어 오지 말고 어서 들어 가서 외삼촌께 호롱불을 켜 드려. 방 어둡잖아 그지? "

  " 싫어. 나... 나중에 들어 갈래."

  " 그러지 말고 어서! 우리 시원이 착하지?"

  잠시 주저하다 아버지의 단호한 눈빛에 멈칫거리던 발길을 돌린다. 

  

  아이의 작은 발소리가 가깝게 다가 오다 다시 멈춘다. 방문 앞에서 잠시 머문다.

  " 시원이니? "

  고리를 잡고 문을 열다 말고 멈칫하는 아이를 사내는 어둠에 익은 눈으로 그윽히 바라 보며 나즈막히 불러 본다.

  " 이리 와 볼래? 착한 시원이..."

  그새 조금은 익숙해진 때문인지 머뭇거리면서도 살며시 다가 온다.

  " 내가 한 번 안아 봐도 될까? "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와 선 아이의 양손을 살며시 잡아 본다. 손바닥에 쏙 들어 가는 고사리 손이 바깥 바람을 쐰 탓인지 차갑게 느껴진다.

  " 손이 차갑구나. 이...아저씨가 따뜻하게 해 줄까? "

  아이의 두 손바닥을 펴서 제 뺨에 갖다 대어 본다. 차가운 기운이 뺨을 통해 스며  머리가 드니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상쾌한 기분이 든다. 두 팔을 펼치며 아이를 안아 본다. 품 안으로 쏙 들어 오는 작은 체구에서  어쩐지 오래 전 아이의 엄마를 처음 안았을 때와 같이 포근한 느낌과 함께 그 언젠가 함께 올랐던 어느 봄날의 동산 양지 바른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을 스치는 흰구름들을 헤아리며 느긋하게 바라 보던 그 때와 같은 평온함이 스며든다.

  " ...시원아! 이 아저씨가 무섭니? "

  " 아뇨... 근데 아저씨, 전에 우리집에 놀러 왔어요? "

  "...아니, 아아... 글쎄, 그 건 왜? "

  " 응... 전에 본 것 같아요."  

  " 나를? "

   사내는 비록 가늠할 수도 없고 너무 어려서 이해할 수는 없어도 알 수 없는 그 어떤 무엇이 이 어린 아이에게 연결되어 있기에 이 느낌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아마... 내가 시원이 외삼촌이라서 그렇겠지?..."

  " 아이, 따가워."

  턱수염이 아이의 목에 닿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순간 두 뺨 위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이 꿈 속처럼 느껴진다. 

  '이 순간이 그대로 멈추었으면... 그래, 역시 난 어리석구나. 순간이 바로 영원한 것의 다른 모습이란 걸 잘 알면서...'

  꺼칠꺼칠한 수염이 다시 한 번 더 목덜미에 따갑게 느껴지며 꼭 안겨 숨막히는 게  갑갑한 아이가 사내의 품을 밀며 빠져 나간다.     

  "...시원아! "

  사내의 목소리가 가래에 가라앉은 듯 선뜻 나오지 않는다.

  불을 켜기 위해 윗목에서 성냥을 찾던 아이가 돌아 본다.

   " ...괜찮아. 불 안 켜도 돼..."

  이상한 듯 머리를 갸우뚱하던 아이가 자신으로선 뭔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어색해 성냥을 잡다 말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휑하니 열린 바깥으로 서서히 덮는 어둠 속에서도 텃밭에 깔린 눈이 여전히 하얗게 빛나며 아이의 뒷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 보인다.  눈길을 돌려 방 안을 둘러 본다. 키 작은 삼단 서랍장과 그 위에 놓인 가족사진, 딱히 세간살이라고는 할 것도 없는 소박한 방 다른 편에 놓인 반닫이와 그 위에 걸린 자신이 벗어 둔 외투가 눈에 들어 온다.        

 

  " 시원아 왜 또 나왔어? 어서 들어가. 아빠 곧 들어 갈테니."


  섬돌에 놓인 신발을 신는 사내의 귀에 마치 굵은 장작을 반으로 쪼개어 이어 붙인 듯한 허름한 창고에서 아이를 향해 던지는 굵은 목소리가 들려 온다. 두껍게 덮혔던 구름이 한 꺼풀씩 벗겨지며 흘러 가는 틈으로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희미하게 비치는 잔잔한 빛이 서서히 덮히는 어둠 속에서도 눈에 갇힌 산골짜기의 하얀 풍경을 더욱 하얗게 비춘다. 눈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미처 몰랐던 눈의 사각거림이 발바닥을 통해 가슴까지 울려 오며 한 없는 심연으로 가라 앉듯 무거운 발걸음과는 달리 마음은 점점 더 가벼워 지는 것을 느낀다.


  " 왜 안들어 갈려고 그래."

  부엌으로 다가 온 남편이 상차림을 마무리하는 여인에게 의아한듯 물어 본다.

  " 누가...안 들어 간댔어요?...대충 정리라도 하고 들어 가야죠..."

  " 이리 줘. 내가 들고 갈께. 시원아 어서 들어가서 문을 열어."

  남편이 들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여인은 아궁이를 향해 돌아 앉으며 남편이 갖다 놓은 쏘시개 하나를 집어 들어 아궁이에 넣으며 불이 붙는 것을 멍하니 바라 본다. 벌겋게 달아 오른 아궁이 속에서 흘러 나오는 훈기에 뜻 밖의 긴장에 움츠려 들었던 온 몸이 나른하게 늘어 지려는 순간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 여보, 형님 어디 가셨어? 방안에 안계시는데..."

  동시에 벌떡 일어나 방문을 향해 다가가는 여인의 눈에 맛있는 안주에 손을 대고 있는 아이와 함께 툇마루에 서있는 남편의 모습이 불 밝혀진 방 안에서 스며 나오는 불빛에 비친다. 직감적으로 스치는 느낌을 머리 속에서 정리하는 여인의 귀에 다시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 변소에 간 것같지는 않은데... 어딜 갔을까? " 
  방문을 열어 둔 채 이 쪽 저 쪽을 보며 낮고 굵은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 형님! 형님! "

 방 문 앞에 서서 의아해 하는 남편의 모습민 보일 뿐 방 안은 여전히 어둡고 인기척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마음이 두근거려지며 머리가 혼란스럽다. 

  " 여보, 형님이 어디 갔을까? "

  잠시 두 사람은 말을 잊고 침묵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남편의 눈 빛도 자신의 마음처럼 어둡고 경직되어 있는 것을 느끼는 순간.

  ... 

  팽팽하게 당겨지다 더 이상 지탱하지 못 하고 갑자기 탁 터지는 현악기의 줄과 같은 그 무엇이 가슴 속에서 끊어지는 것을 느끼며 여인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울음 터뜨린다.

  섬돌에 놓인 신발을 얼른 고쳐 신으며 남편이 다가 와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을 참으려고 애쓰는 여인의 어깨를 감싸며 나즈막히 말을 꺼낸다.

  " 괜찮아...그래... 마음껏 울어 버려."

  고개를 들어 본 남편의 얼굴에서 근심어린 표정과 함께 마치 어린애를 다룰 때 드러내는 엷은 미소가 입가를 스치는 것이 느껴지며 살며시 뜬 눈빛이 따뜻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알고 계셨군요..."

  남편은 더욱 세게 어깨를 감싸 안는다.

                                        


  5


  비록 산길에 익은 발걸음이지만 눈길에 몇 번이나 미끌어 지면서도 최대한 빨리 달려 내려 온 탓에 인철은 읍내로 나가는 첫차의 시간을 맞추어 가게 앞에 도착한다.

  " 글쎄, 어디 갔는지 모르겠구만... 근데 어떻게 했길래 손님을 잘 대접하지 않고 그 오밤중에 이리 내려 보냈어? "

  " ...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멋적게 웃으며 인철이 다시 묻는다.

  " 간밤에 잘 자기나 했습니까? "

  " 왠걸, 잠꼬대가 좀 심해야제... 쪼매 기다려 봐. 아마 멀리 가진 않았을 거야. 아마도 이 근처에서 바람 쐬는지도 모르지..."

  다행히 진수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는 인철이 한숨을 내 쉬며 간밤의 일을 생각해 본다. 진수가 갔을 만한 곳을 찾아 손전등을 들고 집 주위부터 고개 중턱까지 내려와 헤매었던 것을.

  다시 한 번 창문을 통해 가게 밖을 살피다 앞 호주머니에서 한산도 한개피를 꺼내어 물고는 먼지 쌓인 과자 봉지들이 놓인 평상 한 쪽에 앉아 라이터를 켠다. 순간 한 모금을 깊게 빨아 들이던 인철의 눈 앞으로 가로 놓인 가게 문에 박혀 있는 유리창으로 그새 익은 얼굴이 나타난다. 인철은 진수에게 피우다 만 담배를 든 손을 가볍게 들어 보인다. 미동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진수에게 문을 열고 다가 서며 인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 이 걸 두고 가셨더군요."

  인철의 손에 들려진 가방을 보며 가슴에 깊이 쌓인 숨을 크게 한 번 내쉬며 쉰 목소리로 대답한다.

  " 괜한 수고를 하셨군요."

  의아해 하는 인철의 눈을 바라 보며 진수가 말을 잇는다.

  " 이젠 그 가방이 제겐 필요가 없습니다."

  " 무슨 뜻인지,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주인을 있는 것을..."

  ' 주인...'

  밖으로 나오는 인철의 옆을 스치며 어디쯤인지 알 수 없으나 읍내를 향한 버스가 오고 있을 이웃 마을을 향해 돌아 선다. 받지 않는 가방을 들고 인철이 진수의 뒷모습을 바라 보며 다시 말을 건넨다.

  " 따뜻한 국물이라도..."

  " ......"


  ' 그대로 두세요. 그 사람을 찾지 마세요.'

  ' 그 게 무슨 말이야. 이 추운 날씨에 변이라도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도 되지 않아? 당신이 그렇게 모질고 독한 사람이야? '

  '......'

  말없이 돌아 앉으며 외면하던 아내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인철은 가게 문을 열며 진수의 팔을 잡는다.

  " 첫차가 오기 전에 국밥이라도 한 그릇..."

  "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만 내 속이 받아 들일 것 같지 않군요."

  돌아서서 말하는 진수의 눈자위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리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체념한듯 자신을 바라 보는 인철의 눈에 진수의 등 뒤로 체인을 감은 24 인승 버스가 굴러 오는 것이 보인다.

  " 비록 화전민의 아들로 나서 배운 것 하나 없는 농투선이지만 처자식 굶기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굵은 목소리에 이글거리는 눈 빛으로 자신을 쳐다 보는 인철의 얼굴을 느끼며 진수는 생각에 잠긴듯 고개를 숙인다.

  버스가 다가 오면서 체인을 감은 바퀴에서 울려 오는 소리가 요란하다.

  " 그 가방 안에는 약간의 돈이 예금된 통장이 있습니다. 두 모자를 위해 써 주십시오."

  "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 오히려 부탁 드리는 겁니다."

  진수의 눈빛이 너무도 진지해 인철은 가방을 건네는 것도 쉽지 않은 걸 느낀다.

  출발하기 위해 버스가 경음기를 울리자 인철이 악수를 청한다.

  두 사람의 손에 힘이 들어 가며 무겁게 흔들린다.

   " 이형, 나도 사나이요."

  진수는 말없이 살며시 고개를 숙인다.

   

  작은 승강대에 오른 후 조수석 앞 유리창을 통해 자신을 바라 보는 진수를 향해 인철은 한 손을 들어 보인다. 진수는 말없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읍내를 향해 핸들을 돌리는 작은 버스는 하얀 도화지 위에다 갈색 물감 한 방울 떨어 트린 듯 인철을 두고 서서히 떠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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