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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독방 늙은이 Dec 07. 2020

기다림 vs 기다림...

당신은 무얼 기다리나요

오랜만에 브런치 글쓰기 창을 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네 모든 삶과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나 역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진짜 필요한 외부 일정만 소화를 하는 중인데 11개월이 지나다 보니 피곤하고 지치고 코로나 이전의 삶을 기다릴 수 없겠더라.


노모께서 정기 진료를 받는 신경외과 병원이 있다. 치매가 오신 건 아니지만 10년 넘게 신경제 약을 복용 중이신데 코로나 불안감도 있고 병세가 악화되지 않으시니 내가 대신 가서 3개월 치 약을 타오는 중이다.


그 병원은 치매, 어지러움, 신경정신 치료 등으로 오래된 병원이다. 원무과에서 접수를 하고 터벅터벅 3층 계단을 올라 해당 의사 방 앞에 진료 예약증을 꽂아 두고 기다린다. 병원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 환자는 우리 부모님 연배의 노인들. 간혹 내 또래 4,50대 들도 보이지만 아마도 보호자로 같이 오지 않았을까 싶다.


명함 만한 진료증 종이 꽂힌 순서대로 진료를 한다.


문 옆 의자에 앉아서 어머니 이름이 불러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특별히 핸드폰을 보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그냥... 병원 복도를 둘러보는 정도. 


의자에 앉아 있는 다른 환자들, 대부분 노인들... 나는 처방전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과연 그들은 어떤 걸 기다리는 것일까?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순서가 돌아오는..... 물리적인 시간의 기다림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를 잡기 위한 기다림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정리하면서 인생 마지막 기다림일 테고...


生面不知의 그들에게 惻隱之心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노화 또는 질병에 의해 죽음이 가까워지는 인간은 누구나 마지막 기다림은 두려울 것이다. 기대감의 기다림이 아니라 마무리의 기다림. 


지금 하는 일들이 잘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기다림. 하지만 누군가에는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없다는 차이.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지만 어느덧 50년 이란 시간을 살아오다 보니 내 삶의 첫 시작점보다는 끝나는 종점이 더 가까워졌다는 걸 알기에 그에 맞는 기다림을 준비하고자 한다. 


무언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마지막 종점을 기다리는 중이다.


-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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