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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Aug 01. 2019

브런치 글쓰기 한 달, 내 삶에 나타난 변화 3가지

'엄마의 글쓰기'에 대하여 ㅡ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글'을 쓴다 혹은 '책'을 낸다는 것은 아이들이 훌쩍 커 성인이 된 다음에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상황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머릿속에만 있던 그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나는 얼마나 즐겁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사람이 '똥 싸기'를 미룰 수 없듯, 하루하루 먹고 비워내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듯, 일상을 보내고 나면 기록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 글들을 비워내야 개운해진다. 며칠 새 글을 쓰지 않으면 변비에 걸린 듯, 마음이 답답하고 조급해지기까지 한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딱 한 달 되었는데 심각한 중독 증세에 걸린 듯하다. 글쓰기를 통해 달라진 내 삶의 변화 3가지를 소개해보고 싶다.




01. 일상을 즐겁게 보내기


"하루하루 시간 보내는 게, 시간이 빨리 가도록 흥청망청 쓰고 있는 느낌이네"


올해 3월, 육아 휴직 6개월 만에 육아에 지친 내가 남편에게 보냈던 문자 내용이다. 당시는 주말 부부에 친정과 합가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긴장과 예민이 극에 달해 있었고, 모든 푸념과 한숨과 걱정들을 남편에게 쏟아붓던 시절이었다. 나에게 주어졌던 11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을 '출산'이라는 시작점과 함께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육아휴직 기간 '종료'라는 지점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 풍경, 누구의 말소리, 어떤 분위기 이런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보고 싶은 여유도 없었다. 타지에서 본인도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고군분투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멀리서 응원을 못해줄 망정, 맨날 한숨 섞인 짜증만 늘어놓았으니 남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도 자기한테 하루하루가 지겹다고 말하는 게 너무 싫었거든.
그래서 이제 그러지 않으려고."


4월 중순, 블로그를 시작하며 나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고, 6월 말 브런치에 입성하며 일상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루하고 똑같은, 하루 삼시 세끼를 꾸역꾸역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기 시작하니 어제의 시간은 오늘의 시간과 달랐다. 삼시 세끼를 준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가야 하는 장보기에서 글감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늘 까기에도 레버리지가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매년 담그는 마늘장아찌였지만, 작년의 마늘장아찌와 올해의 마늘장아찌는 명백히 다른 것이었다.


김민식 PD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에는 '일상이 즐거워야 좋은 글이 나온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처음에는 즐겁지 않은 하루도 글이 될 수 있는데, 굳이 즐거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언어에도 뉘앙스, 온도, 분위기가 있듯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부정적인 생각, 패배 의식, 열등감 등을 버리고 지금 위치에서 찾을 수 있는 만족감, 행복을 가지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02. 메모 / 기록하기


장작이 있어야 불을 땔 수 있듯이, 글도 글감이 있어야 나온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쌓아둔 것이 많았는지 가만히 있어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다다다다' 났었다. 하지만 몇 번의 글을 쓰고 나니 소재는 금세 고갈되었고, 그때부터 글감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감이라는 것이 두더지 게임처럼 불쑥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라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금세 휘발되어 '아!! 방금 엄청 좋은 소재가 있었는데!!!!'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런 사건을 방지하고자 그때부터 글감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주로 제목만 적어두는 식이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대략적으로는 기억이 나기 때문에 글감이 없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메모를 시작하게 되면서, 글감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메모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인더를 사용하며 하루일과를 계획하고 중요한 일들을 글로 쓰기 시작하니 데드라인을 지키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쓰기'의 기적이랄까


03. 쓴 대로 실천하기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의 온갖 짜증에 나도 모르게 버럭 하거나, 저 멀리 깊은 동굴에서 42만 년 전부터 참아온 듯한 화가 몰려올 때가 있다. 분명 육아서에서 아이가 짜증을 내면 그 장소를 잠시 회피하거나, 대꾸를 해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화를 누를 수 있다고 했는데, 현실에선 잘 실천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육아'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내가 써 내려간 '나'라는 엄마의 이미지와 현실의 '나'라는 엄마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블로그 어디엔가 '될 수 있는 한, 잠자리 독서는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적었다면, 그날 밤, 피곤하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블로그에서만 친절하고, 똑 부러지고, 소신 있는 엄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 언행일치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분노를 참지 못할 때도 있지만, 서서히 줄여나가다 보면 말괄량이 같은 내 성질도 좋아지지 않을까?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교수님이 제시한 글쓰기의 즐거움은 4가지다.

표현하는 즐거움, 성취의 즐거움, 관계의 기쁨, 성장의 기쁨

이 중 나는 '표현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하루 86,400초의 시간을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즐거움이었다. '엄마, 아내, 누군가의 딸'이기 이전에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의 나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글쓰기를 독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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