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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May 15. 2024

[100-3] 핀란드 케이텔레 호수 위 간달프의 흔적?

내삶아트 feat. Akseli Gallen-Kallela


은빛느낌의 회색 선은 호수 표면을 시원하게 가로지른다. 고요함이 느껴지는 호수. 회색과 푸른색, 흰색이 주제색인 그림 속 왼쪽 위로 단정하게 떠있는 작은 나무섬이 지루함을 덜한다. 호수는 캔버스를 넘어 넓게 펼쳐져질 것만 같다. 면적을 상대적으로 넓게 둔 하단에는 상단의 산과 구름, 하늘, 나무가 반영되어 은은하게 투명하다. 자세히 보다 보면 캔버스 천 질감이 살아있다. 자칫 진지해질 뻔한 회색 톤이, 파란 하늘과 자유로운 형태의 하얀 구름으로 균형을 잡았다.


Akseli Gallen-Kallela악셀리 갈렌 칼렐라(1865-1931), 핀란드의 화가다. 사실주의 화풍으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이후 칼레발라의 신화적 주제로 관심사를 옮겨갔다. 1890년대에 상징주의와 사실주의 양면에서 모두 상당한 작품을 남겼다.


이 그림은 핀란드 중부 지역의 케이텔레 호(Lake Keitele)에 대해 그 시기 제작한 관련된 네 개의 그림 중 하나다. 19세기 후반 핀란드는 민족주의가 성장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대국의 자치 대공국이었다가 볼셰비치 혁명 이후인 1917년에 독립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핀란드 민족 시와 신화 Kalevala라는 서사시와도 관련된 풍경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핀란드 자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표현이었다고 한다. 갈렌칼라도 이를 그림의 소스로 사용했다. 하지만, 위의 그림에서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인간 존재의 유일한 흔적은 호수 표면의 지그재그 패턴이다. 이 패턴은 물론 바람과 호수의 흐름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현상일 수 있지만, 갈렌칼라 자신은 'Väinämöinen배이내뵈이넨*의 발자취'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Kalevala의 시인이자 주인공인 그가 호수를 노닐 때 만들어진 풍경이라고.


*Väinämöinen은 J. R. R. 톨킨의 간달프가 된 모델이기도 함


몇 해 전부터 책상 앞에 놓여 있던 엽서의 그림이다. 마음이 뒤숭숭할 때 보던 그림이고, 영국에 갔을 때 그 많은 유명한 그림 들 중 픽해 데리고 온 녀석이었다. 어쩐지 나는 명상적인 그림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몇 해가 지나서야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다. 저 시원시원한 은빛 선들이 간달프 모델이 된 인물이 놀던 흔적이었다니...?! 새삼 새롭게 보인다.




참고

https://www.nationalgallery.org.uk/paintings/akseli-gallen-kallela-lake-keit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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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텔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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