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May 12. 2024

권모술수는 알아도 쓰지 말라

채근담(菜根潭) 전집(前集) 제4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고 하고,


勢 利 紛 華 는 不 近 者 爲 潔 이요


이것들을 가까이 하되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近 之 而 不 染 者 爲 尤 潔 이라.


권모와 술수를 모르는 자를 고상하다고 하고,

智 械 機 巧 는 不 知 者 爲 高 요


이를 알면서도 쓰지 않는 사람을 더욱 고상하다고 한다.

 知 之 而 不 用 者 爲 尤 高 라.


권력, 명예, 이익과 사치 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대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지나치게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은 결과가 결코 좋지 못합니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지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숱한 인물들 중 권력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패가망신하여 집안이 도륙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이사(李斯)를 들 수 있습니다. 초나라 상채군의 말단 관리로 벼슬살이를 시작했다가 결국 진시황를 보좌하는 승상,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까지 올라가서 천하를 경영하지만 결국은 수도 함양 저잣거리에서 이사 본인은 요참형(腰斬刑)이란 극형을 당하고 집안 사람들 모두 처형당하게 됩니다. 권력을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환관 조고에게 당한 것이지요.


조고는 이사에게 모진 고문을 가하여 억지로 자백을 받아 낸 후 형법에 의해 요참(腰斬)형을 내리고 삼족을 멸한다고 판결했고, 이사는 차남과 같이 함양의 형장으로 압송되었습니다. 그때 이사가 형장으로 끌려 가면서 머리를 돌려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처럼 너랑 함께 누렁개를 데리고 매를 거느리고 상채의 동문 밖에서 산토끼를 잡고 싶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시절은 다시는 오지 않겠지.”


그냥 고향 상채군의 말단 관리로서 평범한 삶을 추구할 수 없게된 회환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상태였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중요성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습니까. 실제로 우리들 행복의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그런데 지나치게 돈, 돈을 추구하다 보면 잃는 것이 많답니다. 일전에 아내랑 절에 갔다가 어느 스님께 들은 말입니다. 당시 절에 먼저 온 다른 사람에게 스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아마도 그 분이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좀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그 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무 돈, 돈 하지 마세요. 지금 현재 상태로 만족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물론 더 노력해서 돈을 많이 만드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돈의 노예가 되어 우리 삶을 황폐화할 정도는 곤란합니다. 그런 말이 있답니다. 갑자기 수중에 돈이 많이 들어오면 자식 하나를 잃게 된다고 한대요. 그러니 적당한 욕삼만 부리세요. 지나치게 돈, 돈 하지 마시고요."


스님께 주의를 들은 그분의 얼굴에 당혹감이 살짝 스쳐갔습니다. 스님 말씀에 대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말없이 앉아 계셨지요. 그때 옆에 있던 저와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슬며시 미소만 지었습니다. 우리집 3남매 세상에 제일 소중한 아이들을 두고 돈, 돈 하다가 하나라도 잃으면 그런 돈은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스님 말씀처럼 꼭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지나치게 돈을 추구하면 뭔가 소중한 것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겠지요.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 등에 물들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권모술수는 애초에 부리면 안 됩니다. 권모술수를 부려서 설령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언젠가 그것이 부메랑처럼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세상살이 뭐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한답니까. 저야 평생 교직에서 평안하게 생활하여 권모술수를 부릴 필요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높은 지위나 명예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은 권모술수를 부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절대 좋지 못하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모술수를 추구한 사람의 최후는 비참합니다.


권모술수에 능란한 사람이 한때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당사자에겐 부와 권력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에 대한 부메랑 효과는 반드시 발생합니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기 마련이지요. 누군가 성공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매우 많습니다. 더욱이 조직 내 제한된 자리 싸움, 권력 상승을 위한 권모술수는 반드시 커다란 문제점을 잉태하는 법입니다. 권력은 잠시 맡아 행사하는 그야말로 뜬구름 같은 존재랍니다. 그런데도 그런 지위에 올라 권력을 누리게 되면 그 권력이 천년만년 갈 것처럼 어리석게 행동합니다. 그런 사람이 꽤 많습니다. 권력이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권력의 칼날에 스스로가 당할 수 있음을 늘 인식하고 매사에 조심, 겸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다간 정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권모술수는 애초에 부릴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하고, 권력은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집착하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홍자성이 <채근담>에서 강조한 모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86세 벼슬을 그만두고 귀향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