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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고양이가 없으면 쥐가 날뛴다"

by 길엽



어느 작은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았다. 이 고양이는 특별히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룩무늬 고양이였다. 하지만 이 고양이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쥐를 잡는 솜씨가 뛰어났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고양이 덕분에 곡간의 곡식을 지킬 수 있었고, 밤에도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가 사라졌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더 나은 먹이를 찾아 떠났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해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며칠은 별 문제가 없었다. 사람들은 고양이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였지만, 곧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쥐들은 곡간을 습격했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훔쳐 먹었다. 밤이면 천장과 벽 사이에서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고양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그 존재가 사라지자,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가 제대로 작동할 때는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경찰이 치안을 유지하고, 소방관이 화재에 대비하고, 환경미화원이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할 때,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잠시라도 작동을 멈추면, 우리는 혼란에 빠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리더가 있을 때, 팀원들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 리더는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런 리더가 자리를 비우면, 조직은 금방 혼란에 빠진다. 작은 문제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갈등이 표면화되며,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는다.


법과 제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법이 있을 때는 그것을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낀다. 규제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며, 자유를 제약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힘 있는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약한 자는 착취당할 것이다. 법은 마치 고양이처럼, 눈에 띄지 않게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엄격한 교사가 있는 교실은 질서정연하다.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고, 과제를 제때 제출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하지만 그 교사가 자리를 비우면,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학생들은 떠들고, 장난치며, 공부는 뒷전이 된다. 교사의 존재 자체가 일종의 억제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집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아이들의 행동은 확연히 달라진다. 부모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한다. 이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때로는 위험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교훈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는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처럼, 눈에 띄지 않게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시스템과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고양이가 있을 때는 쥐가 애초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대처하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는 개인의 건강 관리부터 국가의 재난 대응까지,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셋째, 균형과 견제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고양이와 쥐의 관계는 자연의 균형을 보여준다.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이 과도하게 증가하여 생태계 전체가 무너진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권력과 견제,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된다.


넷째, 우리 각자가 누군가에게는 '고양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역할일 수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쥐 한두 마리를 봤을 때 바로 조치를 취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은 징후를 무시하지 말고, 초기에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고양이가 없으면 쥐가 날뛴다'는 속담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이것은 질서와 무질서, 관리와 방치, 예방과 사후대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고양이'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고양이에게만 의존하는 시스템은 결국 취약하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그 고양이가 사라지자 속수무책이 되었다. 진정으로 건강한 시스템은 한 개인이나 한 요소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 여러 겹의 안전장치와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우리는 스스로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고양이가 없다고 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감시와 통제가 없어도 스스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법이 없어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리더가 없어도 자율적으로 일하며, 부모가 보지 않아도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이자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그런 고양이가 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책임감 있는 부모와 자녀로, 직장에서는 신뢰받는 동료로, 사회에서는 성실한 시민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작은 질서를 지키고, 작은 책임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의 고양이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주변의 고양이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할 것이다.


이 오래된 속담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인간 사회의 본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사회는 복잡해졌지만, 질서를 유지하는 힘과 그것을 무너뜨리는 힘 사이의 긴장은 여전하다.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질서를 지키는 고양이를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도 고양이가 되며, 혹시 고양이가 없을 때를 대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래야만 쥐들이 날뛰는 혼란을 막고, 안정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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