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군가 어려울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by 길엽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


우리는 흔히 독립적인 삶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뤄내는 사람을 존경한다. 이러한 자립의 가치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우리는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망각하게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때로는 도움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힌다. 건강을 잃을 수도 있고, 일터를 잃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겪을 수도 있고,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고립을 선택한다. 남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자존심,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침묵 속으로 밀어넣는다.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들


왜 우리는 어려울 때 손을 내밀기를 주저하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문화적 배경에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강인함과 인내를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이 있다. "이 정도는 참아야지",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든데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우리를 짓눌린다.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약함이나 무능함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두 번째는 상호성에 대한 부담감이다. 도움을 받으면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심리적 빚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럴 여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걱정이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세 번째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했는데 거절당한다면 그 상처는 이중으로 아프다.

차라리 처음부터 청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손을 내미는 것의 진짜 의미


하지만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적응적 의존성"이라고 부른다. 필요할 때 적절히 의존할 줄 아는 능력은 성숙한 인간관계의 핵심이며, 정신 건강의 중요한 지표다.


실제로 손을 내밀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도 선물을 주는 셈이다. 누군가를 돕는 경험은 인간에게 깊은 만족감을 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헬퍼스 하이"라고 부르는데, 타인을 도울 때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이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당신이 도움을 청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관계를 깊게 만든다. 연구자 브레네 브라운은 취약성이야말로 진정한 연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완벽한 모습만 보여줄 때 관계는 표면적으로 머문다. 하지만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청할 때, 그 관계는 진짜 신뢰로 발전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