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이가 영국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갈 무렵부터 야심 차게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가고 싶은 나라부터 정했다. 가보지 않은 나라를 갈까, 아니면 좋은 기억이 남았던 나라를 다시 갈까? 많은 나라를 가보면 좋겠지만 유럽 국가들은 몇몇 곳을 빼면 비슷할 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다시 가고 싶은 나라들로 추렸다. 다시 가는 만큼 가보지 않은 도시를 여행하기로 했다. 요크와 런던은 콩알이가 있으니 당연히 리스트에 올랐고, 체르마트가 1순위로 올랐다. 스위스는 2번이나 갔지만 몇 년 전, ‘꽃보다 할배’를 보며 반드시 가리라 마음먹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토스카나를 가기 위해 밀라노를(남들은 패션과 쇼핑으로 가는 곳이지만), 중간에 합류하는 남편이 찜한 프랑크푸르트를 가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도 꼭 넣고 싶었지만 여행 루트를 짜다 보니 답이 나오지 않아 결국 제외했다(하지만 이걸 핑계로 다음 여행을 꿈꿔 본다).
그리고 머무는 기간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숙박은 어떻게 할지 행복한 고민들이 이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은 이 계획 단계가 가장 귀찮지만 역설적으로 이때가 가장 설레고 행복하다.
콩알이가 있는 요크에 어떻게 가느냐부터 문제에 부딪쳤다. 직항으로 런던에 가서 기차를 타는 게 가장 쉬웠지만 하필이면 그때 영국 철도가 파업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항에서 기차역까지 커다란 캐리어에 기내용 캐리어, 콩알이가 먹고 싶어 하는 반찬 보냉 박스를 혼자 끌고 갈 자신이 없었다. 결국 콩알이가 갔던 방법 그대로 가기로 했다. 인천 - 아부다비 -맨체스터 - 요크! (물론 맨체스터에서 요크까지는 기차를 이용해야 했지만 공항과 기차역이 연결되어 있었고 기차가 파업할 경우 버스나 우버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항공편부터 예약한 뒤 숙박할 곳을 찾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 위해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환불이 안 되는 중동 항공사의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짬짬이 찾아 놓은 숙박 장소를 빛의 속도로 예약했다. 빨리 진행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걸까?
출국을 2주 남기고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간해서는 근무 중에 전화를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웬일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