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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제 Jun 17. 2019

널리 배우고 자세히 말하라

널리 배우고 자세히 말하는 것은 나중에 돌이켜 요점을 말하기 위함이다.
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
- 《맹자》 〈이루 하〉


폭넓게 공부하는 목적은 자신의 학문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만약 학식을 자랑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자신이 아는 바를 장황하게 설명하게 된다. 다양한 지식을 동원하고 화려한 말솜씨를 늘어놓지만 듣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당연히 설득은커녕 반감만 사게 된다.
  
맹자에 따르면 폭넓은 공부란 바로 요점을 짚어 핵심을 말하기 위함이다. 폭넓은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짧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진정한 고수의 경지다. 이것저것 둘러대며 말을 장황하게 하는 사람은 어설픈 지식에 갇힌 하수에 불과하다.
‘폭넓게 공부하는 것(박학博學)’은 공부의 다섯 가지 원칙 중에 하나로, 《중용》 20장에도 실려 있다.
  
널리 배우고자세히 물으며신중하게 생각하고밝게 변별하고독실하게 행한다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辯之 篤行之).”
  
이 다섯 가지 공부 원칙은 오늘날에도 통한다공부를 잘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이 원칙을 새겨 실천해야 한다. 


먼저 널리 배운다(박학博學)’는 폭넓은 공부를 뜻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이 뒷받침해야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다. 
자세히 묻는다(심문審問)’는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의문을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의 공부에 분명한 철학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학문學問이라는 단어가 배울 학과 물을 문으로 이루어진 이유는 바로 박학과 심문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신중히 생각한다(신사愼思)’는 생각을 통해 배움을 보완한다는 의미다. 배운 후에 생각하는 것은 배운 지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냥 외워서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오로지 생각을 거쳐야 자신의 것이 된다. 
밝게 판단한다(명변明辯)’는 ‘신중히 생각한다’와 연결되는 말이다. 자신이 배운 바를 비판적으로 분별하라는 의미다. 검토·비판·수정·실천·재수정을 거쳐야 진정한 지식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면 오류가 있는 지식, 도덕성이 결여된 지식에 빠질 수도 있다. 
독실하게 행한다(독행篤行)’는 배움은 반드시 실천해야 완성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배움은 자신의 일과 삶에 올바르게 적용하는 단계가 마지막이다. 단순히 아는 것에만 그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 익힌 학문을 집약해서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한다. 《채근담》에는 “문장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연스러울 뿐이다(문장주도극처 무유타기 지시흡호 인품주도극처 무유타이 지시본연文章做到極處 無有他奇 只是恰好 人品做到極處 無有他異 只是本然)”라고 실려 있다. 이 문장은 말과 글을 넘어 세상의 모든 일에 적용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지나치게 남다른 것을 추구하다보면 오히려 보편성을 잃고 복잡해진다. 핵심을 짚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모든 사물은 극치에 도달하면 단순해지고 본질에 충실해진다단순함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최상이다. 말과 학문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깊은 뜻이 담긴 말이 가장 좋은 말이다또한 간결하면서도 폭넓게 베풀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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