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는가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by 자애

한 사람씩 차례로 눈이 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눈이 머는 것은 전염병처럼 사람의 접촉과 그 흔적을 따라 퍼져나간다. 처음 눈이 멀었던 사람이 왜, 어떤 경유로 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그 사람을 시작으로 모든 일이 번져 나갈 뿐이다.

같은 재앙이 각 개인에게 다가왔을 때의 대응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다른 이의 재앙을 기회로 도둑이 되고, 어떤 이는 자신에게 오지 않았어도 다른 이의 재앙에 같이 머문다. 재앙을 마주하며 무관심과 악의와 불신감에 머무르다가 시간 낭비라고 깨닫기도 하고, 전염병처럼 퍼지는 실명을 죽음에 빗대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회는 무관심과 책임회피로 대응한다. 실제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어 나오며 우리가 지나온 길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하다.


앞을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오히려 마당처럼 완전히 트인 공간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눈먼 사람들 가운데 이마의 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금방 생겨난다는 것은 정말 보는 능력을 상실한 뒤에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가는 이 글을 쓸 때 눈을 감고 생활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발전했던 것들,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사업, 전기, IT, 건축, 예술, 교통 등의 모든 것이, 그저 보지 못하게 되기만 할 뿐인데 모두 연기처럼 소멸하고 뿌옇게 사라진다. 보지 못하는 것이 볼 수 있는 것들의 발전을 멈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생소하게도 다가왔다.

볼 수 있는 것이 자유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보지 못하는 것이 영혼의 병이라면, 눈먼 주검들의 영혼은 지금 몸에서 빠져나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무슨 일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른 무엇보다도 악한 일을 하지 않을지.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그것이 가장 하기 쉬운 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선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도 모두 ‘다른 눈이 보기‘때문이라면, 다른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은 능력의 상실이 아니라 악함의 통로인 것일까.


사회는 눈먼 자들의 관리를 위해 격리한 것이 아니라, 눈이 멀지 않은 자들의 전염의 공포로 군인을 앞세워 눈먼 자들을 한 수용소 안에 격리하고, 그들을 관리하고 돌보아주지 않는다. 낯선 눈먼 자들이 한 데 보여 있음으로 벌어지는 일들 중, 앞으로 알 수 없는 두려움,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욕구의 무시, 그럼에 따른 최소한의 욕구가 무엇보다 가장 큰 욕구로 자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미 가지고 있는 현재의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것과 이전에 가졌던 것을 잃어버린 이후에서야 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왜 인간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에 소홀해질까.

소유하고 싶은 것의 대한 갈망이 소멸되는 때는, 그것을 잊었을 때가 아니다. 소유하게 되었을 때다.


책의 마지막은 말한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내가 진정으로 보고 있는 것은, 보려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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