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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Nov 22. 2022

CPR, 그 무거운 시작

이태원 참사를 뒤로하고...

그날, 뉴스에서 보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넓은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던 그 상황은,

CPR이 매우 익숙한 나에게 마저 트라우마를 만들 만큼 끔찍이 슬프고 처참했다.


참사 전, 나는 심폐소생술 교육강사로 지원했다. 참사와 관련된 것 말고도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많아 스스로 나오게 되었다.


길가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한 적이 있다.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은 사람 옆에는 조급한 마음에 가슴압박을 시작한 그의 동료가 있었다.

내가 한 일은 이 환자를 CPR로부터 구해낸 것이었다.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일은, 이 사람이 CPR을 받을 대상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압박은 오히려 괜찮은 환자를 더 안 좋게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처음 내 체중을 담아 가슴을 누르는 그 순간은 무거워야 한다.

살리고 싶은 간절함과 냉철한 판단이 더해져야 하기에 절대 가볍게 시작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둘째는 시작이 되었다면, 그 무게는 오롯이 환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한 번의 압박과 가슴이 완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반동까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심장이 피를 온몸에 쏘고 난 뒤, 다시 다음에 내뿜을 피를 받을 수 있다.

살리고 싶다는 조급함이나, 죽음에 다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있다는 공포로

손이 가벼워진다면, 강을 건너고 있는 환자를 붙잡을 수 없다.


셋째는 가족의 따뜻한 품을 떠날 환자를 애초에 만들지 않는 일이다.

CPR은 무적의 의료 술기가 아니다. 적절히 병원에서 골든타임에 실행이 되었어도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대학병원에는 조기대응팀이 있다. 미리 환자의 생체징후를 파악하고,

안 좋은 징후를 포착하면, 주치의 보다도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병원의 마지막 동아줄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조기대응팀이 되어줘야 했다. 찰나의 작은 징후에도

혹시 남이 다치진 않을까 잠깐의 경계라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위험징후가 있다면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의사가 되고 처음 멈춘 심장에 내 팔을 통해 혼을 불어넣을 때,

쏟아지는 잠과 사투를 벌이며 공부했던 6년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무게를 안다면, 참사 옆의 술과 노래는 있으면 안 되었다.


내 역할이 또 있다면, 우리의 손이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지 알리는 일이 될 것이다.

작은 관심과, 간단한 규칙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다.


꽃피지 못한 그 많은 생명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주어진 내 역할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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