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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Park Jan 27. 2023

3. 우리의 하늘은 결코 높지많은 않다

 이번 이야기는 다소 우울한 주제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감정을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일인 만큼 용기 내어 써 본다.


 사람들은 비행하면 즐거운 상상을 떠올리면서 막상 비행기에 탑승하고 하늘로 떠오를 때에면 온갖 무서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쩌지?', '갑자기 떨어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날개가 휘어있는데 부러지진 않을까?', '비행기가 왜 이렇게 흔들리지? 죽는 거 아닐까?' 등등 현실의 무서움은 비행의 즐거움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일련의 조사에 따르면 항공기 탑승객 70% 정도가 비행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 중 하나이다. US National Safety Council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시 사망률은 비행기가 205,552명 중 1명, 자전거가 4,050명 중 1명, 그리고 자동차가 102명 중 1명이라고 한다. 단순히 수치로만 놓고 보면 자동차 사고 사망률이 비행기 사고 사망률보다 무려 200배나 높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의 그 임팩트에 압도되는 경향이 있다. 비행기 특성상 사고가 났다 하면 생존율 자체는 매우 낮기 때문에, 낮은 확률이라도 내가 걸리면 결국 100%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제트 여객기가 보편화된 이후 85~90% 정도의 항공기 사고 원인은 바로 Human factor, 즉 사람이다. 물론 비행기는 수많은 안전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한두 가지의 실수로는 여간해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계가 실수를 보완한다 하더라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사람, 즉 조종사가 결정을 내리기에 이러한 통계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 조종사들은 이러한 실수를 최대한 방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훈련을 받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자는 도중에도 탁 치면 비상상황 대처방법이 술술 나올 정도로 훈련하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노력이 있어도 결국에는 슬픈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나는 조종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항공사고를 조사해 왔으며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단순한 흥미차원이라기보다는 장래 내 생활을 안정시켜 줄 큰 자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부'는 단지 어디선가 일어났고 해결되었거나 누군가가 조사 중인, 나와의 접점은 단지 이론상으로만 연결될 뿐일 사건들에 불과했다. 그나마 가장 가까웠던 사고는 몇 해 전 아버지의 지인분이 헬기를 타고 가다가 산에서 악천후를 만나 사고가 나 돌아가신 것이었고 그 기억은 빠르게 잊혔다.


 2018년 어느 날, 내가 학생일 때 그 항공학교에서 사고가 있었다. 중국인 학생과 한국인 교관이 탄 비행기가 공항 바로 옆 도로에 불시착했다는 소식이었다. 비행기는 생각보다 멀쩡했고 교관의 침착한 대응으로 두 사람은 아무 탈 없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소견으로 유추해 보건대 엔진에 이상이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세한 사항은 더 깊은 조사가 이루어져야 알 수 있겠지만. 문제는 해당 비행기를 나도 두어 번 몰아본 경험이 있단 것이었다. 설마 해서 비행기 등록번호를 내 로그북에서 찾아보니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삶과 죽음의 기로는 우리에게 있어서 일부가 되어버리는데, 나는 비행 중에는 항상 그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바쁘기에 이러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나 경각심을 한 단계 올리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었던 바로 다음 날,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떠난 다른 기수 선배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곳이 아닌 다른 지역이었는데 이륙 후에 한동안 교신이 없어서 찾아보니 추락했다는 것이었다. 

(*오해를 낳지 않기 위해 첨언하자면, 훈련 중에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고 미국 내 다른 곳에서 비행을 하던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


친하진 않았지만 전체 미팅 때도 그랬고 나와 가까운 기수였기에 얼굴을 자주 봤던 사이였고, 무엇보다 동기 중에 친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기에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모두의 축하 속에 웃으며 이곳을 떠났던 그분이었기에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뉴스에 올라온 사고 기체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손된 동체는 사고 당시의 비극을 그대로 나타내며 산등성이에 누워있었다. 얼마 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수한 내 동기 형의 페어웰 회식자리에서 들린 이 소식은 우리 모두를 숙연한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나에게는 그냥 눈과 머리로만 좇던 비극이 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사고 원인은 날씨가 갑작스럽게 악화되었던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애초에 날씨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피해 가는 방법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급작스러운 날씨변화에는 속수무책이다. 날씨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력으로도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분이 느꼈을 탄식과 처절함을 생각하면 눈을 질끈 감고 몸서리치게 된다.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점은 똑같다.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 사고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대처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에 대처를 할 뿐이기 때문이다. 

 고인을 기리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크고 작은 항공사고를 토대로 발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모든 안타까운 항공사고는 비행인들에게 큰 교훈과 숙제를 남기며 발전에 한걸음 다가가게 한다. 물론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유추하고 배워나가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문득 이러한 경험을 하며 내 앞의 비행선배들도 이런 감정으로 비행역사를 쓰고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 큰 경외감을 느낀다. 고작 4년 정도 비행을 한 주제에 이제는 긴장하지 않고 조금은 대충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던 나를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진다. 저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비행을 해도 얼마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동안의 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한번 내 어리석음에 한탄을 하게 된다. 다시 한번, 나는 아직 배우는 조종사라는 점이 조금의 핑곗거리가 되는 듯하며 새로운 점을 배워 나간다.


 높은 하늘을 나는 우리들도 결국은 땅 위를 밟고 사는 존재다. 비행의 목적은 다시 안전하게 땅에 닿는 것이며 그 땅은 결코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다. 우리를 맞아주는 활주로라는 곳은 지구 면적으로 따지면 소수점에 불과하다. 그 외의 모든 곳이 우리를 반기지 않는 곳이란 뜻이다. 심지어는 활주로도 단지 그곳에 존재할 뿐, 안전한 접지는 조종사들의 몫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하늘은 결코 높지만은 않다.


 안타까운 사고로 나와 같이 지내던 젊은 영혼이 우리 곁을 떠났다. 눈을 감고 애도를 한다. 동기의 추모를 인용하여, 그곳에서는 더 높게 더 행복하게 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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