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여행

by 승환

이별 여행



바다가 끝나는 하늘 밑

너는 무엇을 보았을까


말없이 서서 바라보던 너의 바다를

나는 끝내 보지 못했네


침묵으로 이야기하는

너의 혀끝이 아리던 감촉


너를 붙잡아야 할까

아니면 날 붙잡아야 할까


바닷가에 바람이 불었고

나는 한동안 흔들리며 버텼다.


나는 어머니가 기다리는

형광등 켜진 집을 떠올렸고

너는 어디 내가 모르는 먼 곳을 생각하겠지


사랑을 같이 하진 못하고

우린 이별을 같이 떠나네


기차는 흔들리며

우리의 마음을 쏟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손만 꼭 잡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꾸벅이는 머리가

내게로 쓰러지고


기대어 잠든 머리카락이

내 볼을 간지럽혀서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네


밤이 깊어가고 어두워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창가에 비치던

나란히 달리는 기차 안에

그애와 나를 닮은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네


덜컹거리던 밤의 소리

첫눈처럼,

조용히 내려앉는 별빛들


기차에서 내렸지만

우리는 서로를 내리지 못했네


우린 머물 곳이 없어서

늘 떠나야 하는 사람들


이 도시엔 우묵히 패인

빈 나무둥지 하나 없어서


밤이 마지막 어둠을 토해내고

새벽이 열리는 역에서,

우리는 끝내 내리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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