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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03. 2024

봄비 오는 날의 단상

비가 오고 집안에 머물면서 생각하는 일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 갇여 있어야 만 한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하루를 그냥 보낸다는 것은 내가 살아야 할 날들 중에 하루를 그냥 낭비해 버린 듯 아쉬움이 밀려온다. 아침나절 컴퓨터 앞에 앉아 브런치 작가님들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 진다.


모두가 열심히 살아 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좋은 글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하다. 브런치 글을 읽으며 감동하고 때론 눈시울을 적시고 때론 웃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진솔하게 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공감하고 즐거움을 함께 하는 일이라서 그렇다. 아픈 이야기는 공감하며 같이 아픔도 함께한다.


오늘은 글을 읽으며 문득 드는 생각은 "나는 왜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에게  묻는다. 어쩌면 누구와 소통하고 수다를 떨지 못하는 지금, 글로라도 나는 내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은 나이와 비례해서 행동반경이 자꾸 줄어든다. 사람을 만나도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한다. 누구와 말을 섞는 것도 조심스럽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살피며 글을 쓰지 않았으면 얼마나 무료했을까, 생각할수록 글쓰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나를 다독인다. 글쓰기는 나에게 가장 절친과 같은 존재다. 사람과의 말은 쏟아놓고 나면 괜스레 헛헛해 오는 감정은 숨길 수 없다. 글을 쓰는 일은 시시때때로 느끼는 마음의 감정을 표현하고 혼자서 만족하는 그런 일이다.


공연히 남의 삶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고 자식들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 모두가 자기들만의 삶이 있다고 쉽게 이해를 한다. 사람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고 어느 시인은 말한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공연히 오자 않은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 내야 할 자기만의 길이 있다.


4년 동안 시니어 클럽 출근하면서 숙제를 하듯 그림을 그렸고 일 년은 학교 도서관 사서를 했던 일들이 까마득하다. 출근하는 날들은 항상 긴장하고 매일을 보냈었다. 그런 만큼 적당이 바쁘고 적당히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일들은 내가 살면서 경험해야 했던 또 다른 삶의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어느 날 문득 그 일들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편을 돌아보고 같이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다. 내가 밖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남편은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절실해왔다.  자꾸 나이 들고 언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누가 알 것인가. 그래서 새해가 되면서 요양 보호사 자격증도 따냈다. 무려 3개월을 정신없이 공부하고 교육받으러 다니고 자격증까지 따고 나니 지금은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유로운 날들을 보낼 수 있다.


갑자기 편하고 일이 줄어 드니 무력해 온다. 남편과 함께 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서 음식에 신경을 쓰고 자연을 즐기며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노년의 삶이지만 담백한 걸음걸이로 걸어 가려한다. 삶은 항상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날마다 시 필사를 하고 그동안 쌓아 놓았던 나만의 놀이를 찾아 천천히 즐길 것이다. 매일 차 마시는 일도 나의 일과 중 한 부분이다. 생을 참으로 아름답고 찬란하다. 그 삶을 위해 나는 오늘도 뚜벅뚜벅 나의 길을 간다. 비 오는 날이지만 내 안에  놀이를 찾아 오늘도 하루를 보내고 있다.



 비 오는 날의 기도  /양광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비 오는 날, 양광모 시인의 '비 오는 날의 기도' 시를

음미해 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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