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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30. 2024

사람의 정을 못 끊는 것도 그리움 때문이다

요양 보호사 모임을 못 끝내고 있다

내 폰에는 단체 카톡방이 몇 개 있다. 그중에 하나가 얼마 전 같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았던 분들과의 카톡방이다. 그렇다고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다. 개인 자유의사에 따라 카톡방에서 나간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아님 자기와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아서도 그럴 수 있고 또 다른 이유는 생활하는데 시간내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카톡방에서 아직 나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나이 들면서 사람들과의 모임을 줄이려 생각하는 중인데,  나는  이 사람들과 금방 절연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마 사람과의 정 때문이 아닐까? 가끔이면 총무하고 통화를 하고 있다. 그럴 적마다 살짝 난 그만 모임에서 나와야겠다는 의사를 말해 왔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총무 하는 말이


 "선생님 나가시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이 많을 거예요." 이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니고 어쩌란 말인가.라고 부정을 하면서 머뭇 거리고 있다. 사람의 정을 못 는 것도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정말 내가 잘하는 일중에 하나가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다.


그 말이 내 발목을 잡는다. 3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밥 먹고 힘듦을 정으로 견뎌냈던 날들,  그 정이 또 내 발목을 잡는다. 사람은 작은 일에도 위로를 받는다. 여러 회원들이 "왕언니 왕언니' 불러 주며 좋아해 주는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리움이다.


자격증을 따고 나면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남이 끝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카톡방에서 교육받았던 분들의 소식은 종종 카톡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정보가 그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카톡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반장님과 총무님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맨 처음 교육을 받은 사람은 30명이었었다. 첫 시험에서 스물여섯 명이 합격을 했고 네 명이 탈락되었다. 탈락된 사람은 재 시험 기회가 있다. 시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전주에 가서 시험을 보아야 한다. 한번 떨어지면 재 시험 보는 일이 번거롭고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인지대 삼만 오천 원까지 돈도 들어가며 전주 국민 보험 공단에 가서 시험 보고  오고 가야 하는 교통비까지.


그런데 반장님은 떨어진 사람들을 위해 시험장까지 운전해 주고 점심도 사고 총무님에게는 떨어진 분들에게 과외하듯 도움을 주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니 이건 무슨 일인지, 총무님은 모르는 정보가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지금은 타인을 배려하는 일은 드문 때다. 아무 보상도 없이 날마다 집을 찾아가 학습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

"모두 함께 합격해야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감동을 했다.


아무것도 보상받는 일도 없고 심지어 점심때가 되어도 그냥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사람의 인간성에 나는 화가 나고 미웠다. 그럴 수가 있을까, 과외비를 주어도 성이 차지 않을 텐데, 사람은 참 여러 부류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자기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특히 노동의 개념이 어느 때보다 빨리 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대체 지금처럼 각박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우리기에서 시험을 세 번까지 떨어진 사람이 있어 얼마 전 4번째 시험을 본 후 드디어 삼십 명 모두 합격을 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사람이 베푼다는 것은 꼭 돈이 많아야 하는 일은 아니다. 오직 마음이고 배려다.


특별한 건 반장님과 총무님, 이 두 분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반장님은 35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하고 이것저것 배우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분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도 풍부하고, 사람 좋아하는 정이 많은 분이다. 특히 같이 공부했던 요양 보호사 동기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 다르다.


반장님은 매번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도 사람들은 호응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아마도 생활에 바쁘기도 할 것이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며칠 전부터 만나자는  공지가  카톡방에 떴다. 하지만 나는 참석을 하지 않으려 답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카톡방에서 나올까 갈등을 하고 있는 중인데... 총무님에게 전화가 왔다. " 남편이랑 함께 꼭 참석을 해 달란다.


사실  우리 나이에는 다른 사람과 밥 먹는 일은 귀찮다. 더욱이 감성이 맞지 않아 공유할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빈약한 관계는 더 그렇다. 나는 같이 해야 할 이야기 주제가 없지만  자격증을 받고 일을 시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요양 보호사를 대하는 사람들 인식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나는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일도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남의 말을 듣는 것도 그 안에서 느끼고 배움도 있다.


밥을 먹고 이층 커피숖으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데  소란스럽다. 모두들 자기들만의 관심분야를 공유하며 대화를 한다. 대화란 공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정보를 얻으려고  서로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보인다. 한 동안 앉아 있다가 내가 일어나야 할 시간을 기다린다.


나는 반장님의 사람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해가 되었다. 군산이 타향이고 회사에서  일만 하다가 퇴직하고  밖에 나오니  세상이 허허벌판 같아 마음이 외로웠다고 한다. 반장님은 어찌나 동기들에게 애정을 보이고 친절하게 대해 주는지, 매번 깜짝 놀라곤 한다. 그 마음에 화답하는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마음이 허전할까 싶었다.


사람 마음을 받아 주는 것도 배려고 사랑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반장님은 참 특별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언제나 동기들 밥값 계산도 혼자서 하신다. 얻어먹는 사람도 부담이 된다.


밥을 먹고 커피숍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는 금방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공유하고 정보를 얻고 다른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삶을 나누고 싶을 것이다. 시간이 가도 누구도 쉽게 자리를 뜰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혼자 가야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다. 이층 커피숍에서 내려와 택시를 타려는데 세 사람이 따라와 인사를 한다. 윗사람은 공경하는 모습이라서 고마웠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본다. 아무리 반장님이 사람 그리워 만남을 주선해도 나는 이제 그만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를 한다. 내 자리가 아님을 알고 떨쳐 내야 한다고 마음 안에 새긴다.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일도, 절연도 본인의 의지다. 그 사람들은 나이 든 내가 불편할 수도 있다. 술도 같이 안 하지, 노래방도 가지 않지, 불편한 일이다.


맞지 않은 사람과 관계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이다. 하고 있던 모임도 그치고 있는 마당에 지금은 만남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걸 잘 안다. 나이 듦이란  삶을 단순하고  가볍게 살 일이다. ' 사람은 외로워야 사람이라고' 말한 정호승 시인의 시어 한 구절이 마음을 촉촉하게 한다.


사람은 원래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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