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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n 16. 2024

'80이란 나이가 어때서'


내가 좋아하는 시 낭송가 선생님이 어느 날 나에게 제안을 하나 하셨다.


"선생님, 제가 이번에 글 쓰고 시도 쓰는 문학 단체 회장직을 맡았으니 선생님이랑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반갑기는 했지만 대답은 금방 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환대라고 생각한다. 같이 하자는 말씀이 고마워 회원 가입을 희망했다. 나와 가까운 지인선생님들도 몇 분 계시고 그 모임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이 년째  참여를 해 와서 낯설지 않아 좋았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한다는 날이 어제였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회원 가입에 대해 논의 후 회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한다. 회장이신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모임 자리에서  회원가입  마무리 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회칙에  팔십 세 나이는 회원 가입이 안된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회칙을 살펴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회칙이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라고 대답은 했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 미련을 버리자 하고 내려놓으려 하면서 아!!  팔십이란 나이는 사회의 일원이 아닌 쓸모없는 노인인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상실감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 일이 뭐라고, 아무 일도 아닌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마음의 작은 생채기는 남는다. 


 80이란 나이가 어때서,  회원 가입  할 자격이 없다고?  마치 취직할 때 면접에서 떨어진 기분이다


세상에 그런 일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지금은 백세 시대 아닌가. 팔십이란 나이에도 자기 몫을 잘하고 사는 노인들이 많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인 것이다. 그만큼 사람 사람마다 귀한 인생이다. 


지금 까지 살아오면서 나이에 제약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쩌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전력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나이를 잊고 하고 싶은 걸 내 의지대로 도전하고 살아왔던 나는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사람은 때로는 아프고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경험을 해 보아야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렇구나!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을까, 같이 하자는 회장님의 말에 단호히 거절을 못하고 참여한다고 대답했던 나도 참,  민망하다. 아마 좋아하는 일을 좋은 사람과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켰었다. 사실은 나이 들면서 나이에 맞게 조용히 살고 싶어 오랜 인연의 모임도 과감하게 끝냈었다. 사람과 만나서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 만남은 시간이 아깝다.


나이 들면서 사람과의 만남도 해야 하는 일도 줄이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조용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지랖 넓게 아무 곳에나 얼굴 내 밀고 정신없이 살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갑자기 유행가 가사가 내 머리를 스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다른 모임도 아닌  문학을 하는 분들 모임들이라서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유도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 놓는 사람들도 있다. 나와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결론을 내린다. 내 생각이지만 문학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세대를 떠나 정서적인 사유를 나누는 관계가 아닌지,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기 때문에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무슨 일이던 서운 함을 품고 산다면 기운이 소진할 수 있어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멈추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땐 나이만 생각하겠지, 그것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사회적인 통념은 보이는 것이 전부 수 있다. 그걸 누가탓 할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가치대로 살아가는 자존의 존재다. 나는 나 대로 마음의 중심을 세우고 잘 살아갈 것이다.


'나는 현제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신 달자 시인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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