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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n 30. 2024

노년, 외로움도 준비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는 게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젊어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세상 속에서 고군 분투하며 바쁘게 살아온 세대가 지금의 노인들이다. 그러나 세월 흘러 자식들도 모두 독립해서 자기 삶을 찾아 떠나고 부모를 건사할 만큼 한가 하지 않다. 농경사회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살던 때와는 삶의 방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금은 산업사회를 지나 과학의 AI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현장은  많이 바뀌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온 노인세대들, 정작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세상변화의 물결에 밀려 오늘이라는 현실 앞에서 지독한 상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예전 세상 보다 살기는 편해졌지만 가족도 핵가족화가 되고 공부에 바쁜 손자 손녀들도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람과의 소통 부재만큼 사람의 정도 멀어져 삶이 삭막하다. 큰집 시골 동네에 가도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오래된 이웃들은 세상을 뜨고 잡지에서나 본  근사한  집을 짓고  이사 온 젊은 사람과는  대면할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든 사람들은 외롭다. 용무가 있으면 잠시 차를 타고 외부와 접촉을 하고 동네에서 누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소통을 하지 않고 살고 있으니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외롭다. 예전에는 동네 고샅에는 아이들 노는 소리가 떠들썩했는데 지금은 아이들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여기저기 많이 있지만 그것도 취미가 있는 사람이나 기웃댈 뿐 그 분야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외로움에 갇히고 만다. 행여 부부가 살다가 한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 외로움을 감당하기 어려워 우울증까지 찾아온다. 병이 깊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


동반자를 잃고 나면 찾아오는 허무함에 외로움이 더 깊어진다.


팔십이란 나이도 예전으로 생각하면 극 노인이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젊은 사람들 속에 씩씩하게 살아가려 노력은 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소외감은 숨 길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나는 마음속으로 늘 다짐을 한다. 어디에 가서라도 내 의견을 내기 보다도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되자고 하면서 어느 때는 나도 모르는 소외감에  마음 한 구석 쓸쓸함이 찾아온다.


나이 듦이란 비워 내는 삶을 살아야 자신이 초라하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무심히...


엊그제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 형님이 세상과 이별을 하고 떠나셨다. 세상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드셨나 보다. 보통 노인 분보다는 만나는 사람도 많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도 적당이 있어 그렇게 외로워하실 줄 몰랐다. 자녀들도 가끔이면 방문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이기려 자전거로 운동을 하면서 사람 구경하려 나선다는 말이 나를 아프게 했다.

결국 외로움이 병이었다. 내 가족이 그런 일이 있고서야 노인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젊게 살려 아무 곳에나 얼굴을 내놓고 살 수는 없다. 젊은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이 부담이 될 것 같다. 외롭지 않게 혼자 잘 노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요즈음 노인들의 삶의 지켜보면서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 준비해 놓아야 그나마 나를 지키는 외로움에 갇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이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일은 아니다.  어느 시점, 노년의 되기 전까지 만들어 준비를 하지 않으면 쉽사리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다.


우리 시대의 노인들은 배움도 짧다. 노년이 된 후에도 자식들 뒤바라지와 희생의 삶을 살면서 허리가 휘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면서 병마와 싸우다 생을 마감하는 분들이 허다하다. 자식들을 자유롭게 편히 사시라고 종용을 하지만 문화 혜택을 누리며 즐기는 삶을 몰라 그냥 그렇게 살다가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


외로움을 이기고 잘 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기술? 그것은 자기가 행복할 수 있은 적당히 돈도 유용하게 쓸 줄 알아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마음이 가는 곳에 몸도 간다. 내 삶이 억울하지 않게 잘 살다가 가야 하는 일은 깊게 생각해 본다.


노인들은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이 많지 않아 삶에 대한 지향적인 우선순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분은 현명하다. 정신 적으로도 노년의 삶의 외로움을 준비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언제라도 혼자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날을 위해 더욱 연습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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