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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01. 2024

비 오는 날은,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외로워 사람을 만난다

어젯밤이었다. 휴대폰에서 '카톡' 소리가 난다.


"번개요, 우르르 꽝꽝!!

내일 대야 장날 오전 11시 국수와 팥죽 먹는 날

11시에 모여 팥죽 국수 먹고

코스 모스 구경

카페수다

시장 구경

꽃 천사님 댁 꽃 구경하기"


그 뒤로 이름을 붙여 꼬리 달기를 한다. 금방 우르르 이름이 붙는다. 참 기이한 일이다. 한시예 회원들은 어디들 가든, 번개 모임을 하든 모든 회원들의 호응이 좋아 참여율이 우수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사람의 향기가 있다. 누구라도 싫으면 절대로 함께 하지 않는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자기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싫은 곳에는 절대로 시간 투자를 하지 않는다.


폰 카톡방에서는 카톡 카톡 소리가 계속 들린다. 저녁까지 이름을 달지 않고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참석을 해야 하나 아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진다. 나이 듦이란  내 자리가 아닌 곳에는 얼굴을 내놓지 않고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멀리 하고 혼자서 고고한 척 산다면 그 또한  외로움의 섬에  갇히고 말 것이다.


가끔이면 나이 듦이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외로움이 있다.  그만큼 처신이 어렵다.


엊그제 세상과 이별한 김수미 배우가 나오는 유티브를 잠깐 보았을 때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외로움 때문이고 재미있으려 사람을 만난다. 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그래, 하고 그 말에 공감을  했다.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인연이란  마음을 모아 시간을 쌓아가는 정성이 필요하다.


'한시예' 모임은 시를 접하고 문학의 세계를 섭렵하는 시 낭송 회원들이다.  삶을 대하는 사고가 다르고 무엇 보다 모임의  리더 역할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하고 늘 환대해 주는 분이 우리 모임의 리더다. 거기에 반해 같이 하는 분들도 모두 마음이 넉넉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글과 가까운 사람들은 마음 안에 그리움을 담고 사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슬부슬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고 있다. 어제는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침이 되면서 마음이 바뀌어 나도 참석한다는 꼬리달기를 회장님에게 신호를  보낸 후  사람과 함께  대야를 향했다. 하늘은 회색구름이고 날씨는 으슬으슬 춥다. 내가 어제 독감 주사를  맞은 탓일까, 이런 날은 어쩐지 마음이 가라 않고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만나  따끈한 차라도 마시며 속 울음을 토해 내야  할 것 같다. 


번개 모임을 주선한 부회장님은 식당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팥죽을 주문해 놓았다. 시골 소박한 식당. 하지만 맛은 으뜸이었다. 국수도 맛있었다. 금방 모이기로 한 회원들이 속속 도착해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우리는 호호 하하 웃음꽃이 피며 사랑나누고 있다. 조금 후 부회장님 부군이 오셔 밥값을 내주고 가시는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인상도 푸근하시며 미남이 시다. 아내를 사람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노년의 부부 사랑이 이 보다 더 따뜻할 수가...


비 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대야 장에 사람이 많지 않다. 다른 날이면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는 곳이다.  몇 사람은 시장구경을 가고  몇 사람은 백 다방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꽃집 사장님이 오셔 보온병에 차를 주문해 가지고 꽃집으로 가서 차를 마신다. 비가 오는 날이라서 전기장판에 난로까지 켜고서. 엊그제 까지 덥다 덥다 했는데 어느 사이 춥다는 소리가 나온다.



시장구경 갔던 팀도 합류를 하고 사온 쪽파 껍질을 다듬으며 차도 마시고 시장에서 사 온 단감도 깎아 먹으며 수다를 떤다. 아, 이런 게 사람 사는 맛이다. 그래 사람은 사람 냄새를 맡고 살아야 사는 맛이 나는 거다. 꽃 천사 꽃집에는 신기하고 기이한 꽃들도 많고 집안의 소나무는 몇십 년이 되었는지 엄청 큰 나무가  집안의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다.




마치 식물원에 온 듯 꽃구경을 하고 사진 찍고 예쁜 꽃을 보며  마음이  순해진다.  모두 저마다  꽃과  교감을 하며  마음 또한 여유롭다. 대야 꽃집은 사계절 예쁜 꽃들이 피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작은 화분에 피어 있는 이름도 처음 들어 보는 꽃나무도 선물 받고 냉장고에 넣어둔 밤도 한 뭉텅이 씩 선물을 받고 돌아서 나온다. 이 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진 선희 선생님, 복을 나누어 준 만큼 아마 복을 많이 받으실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비 오는 날은 유난히 사람이 그립고 외로운 날, 누군가와 마음을 열어 놓고 말을 하다 보면 내 안에서 올라오는 나를 만 날 수도 있다. 오늘 의도치 않은 번개로 만난 우리는 즐거움과 정을 담뿍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밤을 쪄 먹었다. 밤은  작지만 산밤이라서 그런지 아님 사람 정이 담긴 밤이라서 그런지 포근포근하고 맛있었다.  


이렇게  마음 따뜻한 11월  첫날 겨울의 시작되는  하루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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