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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맛, 초록 무김치

초록 무 김치를 담가 나눔을 한다

by 이숙자

가을이 되면 배추나 무 김치 담그는 재료들이 제맛을 낸다. 특히 무는 가을 보약이라 말할 정도로 달고 맛있다. 봄이나 여름에 먹는 무는 씁쓸한 맛을 내지만 가을 무는 맛 자체가 다르다. 무슨 조화 속일까, 우리는 알 수 없는 신 많이 알고 있는 비밀이 담겨 있을 것이다.


목요일, 11월 무용제 행사를 앞두고 우리는 힘들게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멀지 않은 곳에 해랑 회원 중 남편은 시골에서 기른 초록 무를 뽑아 김치 당그란 말을 듣고 모두 그곳으로 달려가서 무를 뽑어 커다란 봉지에 담고 바쁘게 집으로 달려왔다. 해가 저물면 주부들은 마음이 바빠온다.


아직 주부딱지를 떼지 못한 나는 남편 밥상을 차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요즈음은 오후 5시만 넘으면 어둠이 밀려온다. 뽑아온 무를 보면서 마음부터 바빠온다. 남편 밥상을 차려 준후 나는 무를 다듬고 씻어 소금에 절였다. 무를 다듬으면 마음이 분주하다. 내일 여행을 가야 하기에 짐도 싸야 하고 오늘은 일정이 많아 피곤하다. 무를 보았을 때는 김치를 담가 나누어 먹을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는데, 피곤한 날 밤에 김치를 담그려니 심란하다.


이게 무슨 오지랖인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나이도 잊고 일만 벌인다


몸은 밤이 오면 쉬라는 신호인지 피곤이 밀려온다. 그래도 밤에 일을 마쳐야 내일이 홀가분하기에 힘을 낸다. 풀을 끓이고 양파를 까고 파를 다듬고 부지런히 양념을 준비해서 김치를 담그고 나니 밥 열 하시가 다 되었다. 김치는 4명 몫으로 나누어 그릇에 담았다. 무를 주었던 회원도, 매번 차를 같이 타고 다니는 회원들 두 분 몫도, 김치를 담글 때 많은 것 같아도 여러 명이 나누면 양이 많지 않다.



사람은 어울려 살다 보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운전 못하는 나는 매번 차을 얻어 타며 신세를 진다. 무엇이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내 곁에 있는 그분들 세 사람은 김치를 사서 드신다고 하니 김치가 귀 할 것이다. 맛이야 입에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여자들은 김치 선물을 좋아한다. 그만큼 김치 담그는 일은 번거롭고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관계는 계산하려 하면 머리가 아프다. 마음 가는 데로 주고 싶으면 준다. 무엇이든 나를 떠난 것은 내 것이 아니기에 더는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주고 싶고, 받아도 기분 좋은 관계, 그것이 행복일 것이다. 누군가 나로 하여금 기쁘고 행복하다면 그건 주변에 선한 역할일 것이다.


내가 조금 힘들어도 내 능력만큼 나는 주변에 선한 역할을 하고 살고 싶다. 고마움이 없는 삶은 행복이 없는 삶이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소유와 위치 영향력으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고마움을 느끼는 정도만큼 행복하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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