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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추억 만들기, 가을 나들이

by 이숙자

가을이 온 듯하다가 어느 날은 겨울이 오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계절 앞에 마음이 초조해 온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지도 못한 채 겨울을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 있었다. 나이가 들 수록 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섭섭하다. 가을에 누릴 수 있는 풍경을 마음에 담고서야 계절과 이별하고 다음 계절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본인 차를 폐차 한 뒤 외출을 멈추고 집안에만 계신다. 얼마나 답답하실까, 물어볼 때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더 답답하고 마음이 짠해 온다. 남편과 결혼한 세월이 어느덧 반세기가 넘고 머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 있는 백발의 모습을 볼라치면 괜스레 마음이 뭉클뭉클해온다.


세월은 끊임없이 우리 삶의 무게를 싣고 달리고 있었다


사람은 저마다 취양이 다르다. 부부도 마찬 가지다. 나와는 너무 다른 취향의 남편, 어떤 취미도 즐기지 않으시고 집안에서 혼자 조용히 보내신다. 그렇다고 나조차 남편곁에만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좋아하는 일도 많고 취향도 다양하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세월이 너무 짧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건가. 그 몫은 각자의 몫이기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 나는 노력한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소홀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남편이 곁에 계시기에 나는 마음 편히 내일을 즐길 수 있음을 알기에 언제나 소중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감사를 표현한다.


오늘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모시고 나들이 가는 날이다. 남편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정이 있으면 내 일이 있어도 접고 남편과 함께하는 일정에 따른다. 버스를 타고 순창을 향했다. 차를 타고 외부의 풍경만 바라보아도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어 즐겁다. 군산과 순창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쩌다 순창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 티브이에서 만 보던 순창이 궁금했다.


순창은 군산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차 타는 시간이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순창 발효식품 체험관이었다. 오늘 나들이 목적은 노인들에게 발효식품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가 알리고 싶어 주선한 모임이라고 한다. 젊은 대학생들이 나와 봉사해 주고 발효되는 식품에 대해 설명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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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은 과자 봉지를 가지고 벽에 붙여 놓으니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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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건,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바디로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나는 설명만 들어도 알 수 있어 남 편 것과 내 것 두병의 바디로션을 만들 수 있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토록 비싼 화장품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간단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다.


짧은 견학과 로션 만들기 체험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강천사로 향했다. 고추장 담그는 체험을 기대했지만 오늘 주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고추장 투어는 할 수 없어 조금은 서운했다. 다음 기회에 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순창에서 강천사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메타쉐퀘어 길을 차로 달리니 기분이 좋다.


곧바로 순창 강천사에 도착했다. 강천사는 오래전 몇십 년 전에 와보고 오늘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과 달라도 많이 달라졌다. 모든 풍경은 세월과 함께 변한다. 사람도, 자연도 변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단풍이 아주 곱게 물든 나무들도 보이고 아직은 온산이 불타듯 서 있는 나무들이 드물다.


강천사 가을 단풍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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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랜만에 마주 하는 강천사 자연과 고운 단풍을 보면서 나는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남편도 감탄을 하면서 걷는다. 단풍철에 관광지에 오면 사람 머리 뒤만 바라보다 간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은 단풍철이면 밖으로 몰려나와 단풍을 즐긴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적당한 인파는 활기를 준다.


남편은 혼자서 제일 앞장장서서 걷고 있어 따라잡을 수가 없다. 같이 온 일행들은 아래서 쉬면서 멈추고 있는데 남편만 마음대로 강천사를 향해 가고 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뒤따라 가지만 남편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노인들을 모시고 온 인솔자는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행동을 하는 남편.


같이 차를 타고 온 분들은 노인이지만 걸을 만한 사람들이라서 단풍구경을 해야 하는데 매표소 입구에서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관광지에 모시고 오 이유가 무색할 정도다. 경치를 조금은 구경을 하도록 앞에서 주선을 해야지 그 모습이 답답하고 아쉬웠다. 남편은 그 점을 이해를 못 했다. 인솔자들은 혹여 무슨 사고라도 날지 염려해서 그러겠지만.


결국 강천사 절 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오고 말았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 단풍 구경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요즈음은 지방에서는 국내 관광이 거의 없어졌다. 모두가 가까운 곳은 자가용으로 다니고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 여행을 다닌다.


나이 든 노인들은 쉽사리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자녀들을 멀리 살고 모두 바쁘고 그래서 철이 바뀌거나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한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나이 들면 이래 저래 힘들고 외롭다. 그래도 나는 남편이 곁에 계셔 같이 여행을 할 수 있어 이 보다 감사한 일은 없다.


구름은 바람 없이 움직일 수 없고 사람은 사랑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오늘 비록 짧은 가을 여행이었지만 남편과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마음 안에 담아 놓고 가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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