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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이야기, 세바시

한길 문고에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세바시

by 이숙자

한길 문고에서 세바시 강의를 하는 날


새벽, 의도치 않게 눈이 떠졌다. 왜 내가 이 시간에 눈을 뜨지? 눈을 뜨고서도 의하해서 가만히 생각한다. 그렇지 세바시, 그게 그렇게 신경이 쓰였나 보다. 아마도 내 안에 머물던 잠재의식이 나를 잠에서 깨웠을 것이다. 이번 일을 하면서 내 능력 밖에 일은 시도하지 않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나이 듦이란 정신적으로 견뎌야 할 무게의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


<잠재의식이란?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 아래서 작용하는 강력한 정신 영역으로, 습관, 감정, 신념, 기억 본능적 반응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하며 삶의 방향과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내면의 힘이라고 말한다. > 인터넷에서


잠재의식이란 말에 의미를 알고서야 그렇구나 수긍을 했다. 나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란 의식으로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전을 하면서 돌진하는 성격인데 이번은 경우는 달랐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역 부족이었다. 그러나 뒤돌아 가기는 이미 때는 늦었다. 나이 듦은 머리회전도 느리고 더군다나 말의 전달력도 젊어서와는 다름을 느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다실에 들어가 차도구를 챙겼다. 차가운 날씨에 오시는 손님에게 마음이나 덮여 줄까 하고 보이차 준비를 했다. 염려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괜스레 오늘 기분을 망칠 수는 없다. 그냥 담담히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을 꺼내여 글 쓰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하리라 다짐하면서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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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2011년 6월부터 cbs에서 방영하는 미니 프레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으로 줄임말>이라고 한다.


파워 포인트를 만들야 하는데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서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정식으로 컴퓨터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영역만 컴퓨터를 사용할 뿐이었다. 글을 쓰면서 때때로 기술 적인 면이 있어 답답할 때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답답한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만들어 독학이라도 해서 컴퓨터 모르는 부분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오전 10시 30분, 한길 문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맨 먼저 내 차례였다. 문학이 내 안에서 씨앗으로 자라기 시작한 연유, 처음 글을 쓰게 된 동기, 글을 쓰면서 변화된 나의 삶, 글쓰기는 노년의 외로움을 잊게 하는 친구 같은 존재, 글과 세상과 소통 이야기,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더 넓은 세상과 사람과 소통, 오마이 뉴스에 글을 쓰고 기자가 된 이야기, 오마이 뉴스를 통해 제안받은 한국인의 밥상 이야기, 시를 통한 삶의 즐거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러한 일들과 마주 하지 못했을 일들을 설명하고 내가 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행복 등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했다. 티브이에서 세바시는 15분이었지만 이곳 한길 문고에서는 20분의 강의였다. 그래도 뭔가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다 채워지지 않은 서운한 여운이 남았다.


내가 특별히 한길 문고 세바시라는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는 노년이 되어도 자녀들의 삶과 독립해서 자유롭고 외롭지 않은 글쓰기 친구와의 동행을 말하고 싶었다. 행복은 주관 적이라 말하지만 나이 들면서 행복이란 경제적 안정은 물론이지만 건강을 지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할 때 가장 행복할 거라고 말하고 싶다.


무대에서 내려오니 아~~ 홀가분하다. 이리 홀가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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